기사입력 2009.02.23 13:53 / 기사수정 2009.02.23 13:53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안양 한라의 홈 경기장인 안양 빙상장에 가면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 중인 한 가족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안양 한라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가족 단위 팬이 늘었지만 그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이죠. 소리 높여 안양 한라를 외치는 김강수씨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 가족의 아이스하키와의 인연은 1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 그때 당시 군인이었던 김강수씨는 중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 인연 중 한 사람이 만도의 직원이었죠. 김강수씨는 어느 날 목동 빙상장에 함께 가자며 권유를 받았고 그 경기가 동원 펭귄스와의 경기였다고 합니다.
"지금 심의식 감독이 그 당시 선수로 펄펄 날았다."라고 회상한 김강수씨는 "평소 아이스하키라는 운동에 관심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나니 이토록 멋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눈에 아이스하키의 팬이 된 김강수씨는 자신을 초대한 만도 직원에게 초대권을 잔뜩 얻어 부대에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 후 김강수씨의 역할은 초청받는 사람에서 초대하는 사람이 되었죠. 그런 김강수씨에게 처음으로 초대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가족입니다.
김강수씨의 부인인 강정간씨는 처음 남편이 "아이스하키를 보러가자."했을 때 퍽 내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기 좋아하는 거라고 보러 가자고 하네.'라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추운 데서 벌어지는 운동이 무슨 재미가 있겠나. 라는 마음에 가볍게 따라갔던 빙상장에서 남편과 마찬가지로 강정간씨도 홀딱 빠지게 됐습니다. 이제, 경기 날이 되면 알아서 먼저 가족이 입을 유니폼과 간식거리를 챙긴다며 웃었습니다.
4살과 7살이 된 김강수씨의 두 아이도 안양 한라의 엄청난 팬입니다. 이제 4살이 된 딸 나형이는 항상 앙증맞은 목소리로 '마르티넥 아저씨'를 외치곤 하죠. 아들은 꿈이 아이스하키 선수라고 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무엇이 가지고 싶냐. 고 물었더니 아이용 골프채를 가지고 싶다고 해 사줬더니 그 골프채의 용도가 골프가 아닌 아이스하키로 바뀌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예전에 사준 야구 글러브를 딸이 손에 끼고 골리 역할을 하고, 아들은 골프채를 들고 슛을 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하니, 이 가족의 아이스하키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스하키 사랑이 지극한 이 가족이 가장 아끼는 선수는 안양 한라의 이권재입니다. 김강수씨는 이권재와의 인연에 대해 소소히 풀어나갔습니다. "아마 크레인스의 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알겠지만 크레인스하고 경기를 하면 항상 잘 풀리지 않는다. 그때도 그랬었는데, 크레인스보다 반박자가 느린 경기라 답답하고 화가 났었다. 그때 삼국지에 나오는 '조자룡'처럼 경기를 뒤흔드는 선수가 있었다. 그게 이권재였다. 이권재에겐 특유의 바디첵이 있지 않나. 이름도 잘 몰랐다. 그냥 '16번'이 머리에 남아 버렸다."고 운을 뗀 김강수씨는 말을 이어 "요즘 팬들 많이 들고 오는 피켓 있지 않나. 그게 우리 가족이 원조다. 그 크레인스 전 이후 발목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우리는 항상 그 피켓을 들고 응원을 했다. 빙상장 전광판에 잡히면서 선수는 없는데 응원은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라며 웃었습니다.
"그 다음에 팬 서비스 데이가 열렸는데 그때도 경기를 못 뛰었으니까 당연히 무장을 못 입었지.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서 다른 선수들에게 물어봤더니 불러주더라고. 팬이라고 인사하고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아들을 번쩍 안아 올려서 같이 사진을 찍었지. 고맙다고하고 앞으로도 응원하겠다.고 하고 돌아섰는데 그날 돌아가는 길에 주차장에서 또 마주친 거야. 아, 이게 인연인가. 싶더라."고 말하며 활짝 웃은 김강수씨는 계속해서 이권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서는 참 터프한데 무장만 벗으면 그렇게 순하고 착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고 이권재의 칭찬을 잇던 김강수씨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보내줄 것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야구나 축구 같은 종목은 입장권이 비싸도 가면서 다른 비인기 종목은 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직접 보지 않고는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종목 중에 비인기 종목이라고 불리는 종목이 많다.
사실 나한테도 왜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을 돈 주고 보냐고 하더라. 지금 안양 한라의 경우 초등학생은 따로 입장 요금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1만 2천 원을 가지고 3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 와서 응원하고 즐길 수 있는데, 그 자체가 피크닉 아니겠나. 아이스하키는 텔레비전으로 보면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그 빠르고 세세한 움직임을 어떻게 카메라가 따라가겠나."라는 말로 비인기 종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김강수씨는 문득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습니다.
부인인 강정간씨와 함께 광명에서는 아이스하키 홍보 대사로 통한다는 김강수씨는 "동네 주민과 가족까지 다 초대해봤는데 내가 정말 초대하고 싶은 두 분이 있다."며 운을 뗐습니다. 김강수씨가 꼭 초대하고 싶은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대기업 관계자와 국군체육부대장이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 두 분이 아이스하키를 직접 보고 얼마나 재밌는 스포츠인지 느끼고 또 다른 팀을 창단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는 김강수씨는 "팀이 모자라 한창나이에 평생 해 온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선수들을 가끔 보면서 팀이 하나만 더 있다면, 아니면 상무 팀이 창설된다면 더 멋진 아이스하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어려울 때도 항상 팀을 운영해 준 안양 한라 구단에 항상 감사하다는 김강수씨는 "안양 한라가 만도 위니아이던 시절부터 안양 한라까지 변화를 쭉 봐왔다. 이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장면만 보면 된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혹시, 안양 빙상장을 찾을 일이 있다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큰 소리로 안양 한라를 외치는 이 네 가족을 꼭 찾아보길 바랍니다. 아이스하키의 즐거움을 온몸을 통해 가르쳐 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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