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5.12 23:20 / 기사수정 2005.05.12 23:20
현대가 심상치 않다. 어제(11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김수경의 호투와 송지만-이숭용의 공격력을 앞세워 승리하긴 했지만, 위기는 '현재 진행형' 인 듯 하다.
언론에서는 롯데-두산의 선전. 기아의 몰락에 대해선 상당히 관심을 가지는 듯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 현대의 부진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시즌 전부터 현대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부진은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 짚어보고 희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본다.
상대적인 전력 평준화? - 현대의 전력 약화
"롯데가 잘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약해진 탓이다". 4월 어느 날 롯데와의 수원 3연전을 앞 두고, 김재박 감독이 올시즌 '롯데의 선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답한 말이다.
분명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 현대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시즌 전 상대팀의 알찬 전력보강에 비해 무방비로 주축 선수였던 심정수-박진만-브룸바-피어리 등을 내주면서 전력은 급감했다. 영입된 선수도 없었고 그 빈자리를 채우던 신인-유망주들도 이제는 그 씨가 마른 듯 하다. 물론 박진만의 보상 선수로 삼성 이정호를 지명했지만, '병풍'으로 인해 그마저도 즉시 전력감이 아니었다.
실속 없는 타자들
팀 타율 0.270으로 삼성-두산-롯데에 이어 4위.
장타율 0.419로 삼성(0.436)에 이어 2위.
출루율 0.356으로 삼성(0.387) - 두산(0.364)에 이어 3위.
현대는 그나마 공격에 있어서는 중간 3위권을 유지하는 타자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공격보다는 착실한 번트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에 의해 점수를 내는 팀 컬러상 수치나 기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주자를 불어들일. 소위 '쓸어 담는' 타자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3번 셔튼이 0.310의 타율에 6홈런 22타점. 4번 이숭용이 0.300의 타율에 9홈런 23타점으로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5번 타석에 자리 잡았던 정성훈-송지만.전근표 등이 부진한 것이 아쉽다. 특히 심정수-브롬바등의 이탈로 작년까지는 주로 대타나 대주자로 출장했던 김일경-전근표-강병식 등의 부진 역시 뼈아프다. 그러면서 도미노 현상으로 대타나 대수비 층도 앑아지면서 승부처에서 과감한 선수 교체를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시즌 초반 1-2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다가 4월 말부터 슬럼프에 빠졌다가 급기야 지난 5일 허리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간 전준호의 공백은 상대 투수와 내야진을 흔들 리더를 상실한 것 역시 큰 문제다.
다만,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송지만이 1번 자리에 올라가면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점과 3-4번 타선의 식을줄 모르는 불방망이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신인급 야수(서한규-강귀태-이택근등)의 활약은 한 줄기 빛이다.
'조라이더' 의 부진 & 요통을 앓는 중간 계투진
위의 두 가지 요인 이외에도 현재 현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중간-마무리 쪽이다.
김수경-켈러웨이-전준호-손승락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주고 있으나 리드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 받는 미들맨들의 '불 쑈'는 작년까지 최대 강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돌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풍'으로 인해 빠져나간 마일영-이상열. 두 알짜 좌완 계투진과 부상으로 빠져있는 신철인의 공백은 생각 이상이다. 작년 롱릴리프로 좋은 활약을 보인 전준호가 3선발로 옮기면서 중간 허리진의 공백은 깊어갔고, 결국 작년까진 패전처리로 나오던 황두성이 30.1이닝동안 34삼진을 잡아내며, 2.67의 방어율로 선전하고 있으나 김성태(3.00)-송신영(4.87)-김민범(10.80)-이동학(7.71)등의 중간진이 부진하고, 선발. 혹은 중간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던 '풍운아' 임선동도 3.1이닝에 17.18이라는 방어율로 전혀 제 몫을 못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간진의 부진에 완결편은 역시 조용준이다.
팀 전체 세이브를 책임 지고 있는 조용준은 올 시즌 14.2이닝을 던져 1승에 6S를 거두고는 있으나 작년 방어율 2.28에 비해 훨씬 높은 3.68의 방어율에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그 이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는 현대입장에선 팀 세이브 수도 6S로 최하위인 기아와 공동 6위일 정도로 부진하다(1위는 14S의 두산이고 8위는 5S인 SK이다)
그의 부진에 대해선 말이 많다. 우선 작년에도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던 팔꿈치등의 부상이 올 시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일 수도 있고, 김재박감독의 스타일상 8회라도 위기라 싶으면 과감하게 등판시키는 일정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가 올 시즌 한꺼번에 곪아 터진 것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본 기자의 생각엔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투수라는 포지션의 약점. 즉, 투수는 9명의 타자 전체를 분석해야하지만, 타자는 그 투수 한 명에 대해서만 분석하면 되는 것 처럼 조용준 역시 2002년 데뷔 이후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오랫동안 최정상의 위치에 있다보니 상대에게 '조라이더'를 비롯한 여러가지 약점이 간파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위기의 현대. 희망은 분명 있다
우선 이번 달 이미 선발에 합류한 정민태와 더불어 작년 신인왕 오재영이 복귀하게 되면, 김수경-켈러웨이-정민태-오재영-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다른팀 부럽지 않은 건실한 선발진이 완성된다. 이렇게 되면 전준호와 같은 수준급 선발을 롱릴리프로 돌릴 수 있는 이점이 생기고, 투수 운용에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5-6번 등 이리저리 헤메이던 송지만이 1번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톱타자 송지만' 으로써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인다. 또한 전준호가 2군에서 복귀하게 되면, 송지만-전준호-셔튼-이숭용-정성훈으로 이어지는 1~5번 까지의 타선은 다소 약한 하위타선의 약세를 극복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비록 하위타선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채종국-김동수와 같은 노장들도 간과할 순 없다. 작전이나 팀 베팅같은 소위 말하는 '김재박 야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실천하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서한규-강귀태-김일경과 같은 신인급 선수들의 패기가 맞물려 시즌이 경과하면 할 수록 자리를 잡아갈 것임은 분명하다.
화려한 부활이냐? 명가의 몰락이냐?
아직 시즌이 25%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현대의 몰락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지금 시점이 현대의 부활과 몰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임에는 틀림 없다. 과연 그들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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