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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신화' 정현 "GS 시상대 대한 기대와 욕심 있다" (일문일답)

기사입력 2018.02.02 12:05 / 기사수정 2018.02.02 12:46


[엑스포츠뉴스 장충동, 조은혜 기자]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쓴 정현이 호주오픈 4강 진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2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더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라코스테와 함께하는 정현의 GS 4강 진출 축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정현은 지난달 열린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에서 한국인 최초 메이저대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1회전에서 미샤 즈베레프에, 2회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를 제압한 정현은 3회전에서  세계랭킹 4위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만나 승리하며 이형택의 2007년 US오픈 16강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10년 4개월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16강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만났고, 조코비치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서도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하고 여유 있게 준결승 진출을 확정, 또 한번 역사를 바꿔놨다. 이후 4강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를 만난 정현은 발바닥 부상으로 아쉽게 기권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바꾼 정현이었다. 

호주오픈이 종료된 후 정현은 랭킹포인트 720점을 추가해 총 1472점으로 세계 랭킹 29위에 올랐다. 58위에서 29계단이나 상승한 기록으로,  역대 한국 선수 최고 랭킹 기록이다. 다음은 정현과의 일문일답.

-최근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한국에 와서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해 아직은 실감하지 못했지만, 공항에 왔을 때 상상 이상으로 공항에 많은 분들이 나와주셨다. 그 때 큰 대회에서 잘하고 왔구나 처음으로 느꼈다.

-오는 프랑스 오픈에서의 목표는.
▲클레이 코트에서의 좋은 기억이 있다. 올해 좋은 시작을 해서 아마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갑작스럽게 4강을 가서 대회 전 천천히 목표 재설정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사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시상대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욕심이 있다. 클레이 코트든 하드 코트든 모든 코트에서 잘해야하기 때문에, 클레이 코트 시즌도 잘 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해야 한다.

-자신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
▲운동복만 입고 생활을 하다 보니까 패션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라코스테 후원사에서 정말 잘 입혀주신다. 감사드린다. 내 패션 철학은 보일듯 말듯한 깔맞춤이다(웃음). 시계는 어디를 가든 꼭 차고 다니려고 하고, 안경은 경기 때 무슨 일이 생길 지 몰라 5개 정도를 챙긴다.

-튼튼한 허벅지가 화제였다. 일각에서는 힘의 원천을 허벅지로 꼽기도 하는데, 체력 훈련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언제나 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기 때문에 연습 할 때도 '이건 실전처럼 해야한다'고 나 스스로를 푸시하면서 하려고 한다. 그 긴장감을 가지고 연습을 하려고 노력한다.

-최근 테니스 열풍을 느끼나. 테니스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도 할텐데.
▲뉴스를 많이 찾아보지 않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는 가끔 보는데 호주오픈 기간 동안 테니스 관련, 내 관련으로 꽉 차있어서 그 때부터 조금씩 실감했다. 테니스 팬들이 많아지려면 내가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많아지지 않을까.

-경기 중에 팬들의 응원이 많았다. 언제 가장 큰 힘이 되나.
▲외국 팬분들은 영어로 응원을 해주시는데, 한국말은 다 알아들으니까 한국어 들릴 때, 태극기가 보일 때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캡틴, 보고있나'의 주인공 김일순 감독을 한국에서 만났나. 
▲어제 다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못 했던 이야기들을 나눴다. 우리 팀끼리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 편인데, 이제 언제 볼 지 모른다고 웃으면서 다같이 사진도 찍었다.

-조코비치와의 경기 영상이 호주오픈 계정 3위에 올라있다. 이 영상을 봤는지.
▲내 영상을 못 보는 편이다. 내 스윙이 마음에 안들고, 오그라들기도 한다. 다른 선수들 것은 찾아보지만 내 것은 잘 안 찾아본다. 이겨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가장 중요했던 승부처를 꼽는다면.
▲그랜드슬램이다 보니 모든 경기가 중요했지만, 조코비치와 2년 전에 경기를 해봤고 2년 후 승리로 결과를 낸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부상투혼도 화제가 됐다.
▲2~3시간씩 경기를 하다보니 조금씩 물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5세트 경기이기도 하고 높게 올라간 적이 없어서 내 발이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이 한계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몸상태는 아무 이상 없고, 작년에 다친 곳을 잘 관리해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은 게 첫번째 마음이다.

-즈베레프와의 2세트에서 포효하는 장면이 있었다. 세리머니의 의미가 있나.
▲코트에서 포효하는 것은 상대방을 의식하보다 나 스스로 싸워야한다는 의식, 분위기를 내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하는 편이다. 그냥 내 몸에서 즉흥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리머니가 있다면.
▲한국인으로서 큰절 세리머니는 내가 언젠가 해보고싶었던 것이었다. 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을 한다. 8강전의 경우 이겼을 땐 마지막 게임을 쉽게 끝낼 수도 있었는데 오래하다보니 세리머니를 못한 게 아쉽다.

-서브의 위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느껴지는데. 또 장착하고 싶은 기술이 있다면. 
▲최근 몇년 서브로 고생을 해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소한 것부터 기술적인 것, 밸런스, 힘 기르는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이 호주오픈에서 빛을 발한 것 같다. 투어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 멘탈 등 모든 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뛰었던, 페더러와의 4강전에서의 느낌은. 
▲하기 전부터 진통제를 맞으면서 했는데 계속 안좋아졌다. 최대한 아프다는 걸 잊고 경기에 임하려고 했지만 더이상 진통제 효과를 볼수 없어 힘든 결정을 내렸다. 

-12년 전 볼키즈로 페더러와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었다.
▲그런 기회가 있단 것 만으로도 감사했다. 그 때만 해도 한 코트에서 경기하는 날을 생각하지 못했다. 은퇴하기 전에 같은 코트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페더러의 경우 나이도 있으니 더 경기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정현은 이기면 더 많이 흥을 내고, 졌을 때는 빨리 잊는다는 분석이 있다.
▲테니스는 일년 내내 경기가 있다보니 졌을 때 잊고 빨리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모든 선수들이 이겼을 때 다음을 활기차게 준비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언론이나 국민의 관심 부담스럽진 않나?
▲물론 부담스럽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모든 선수들이 이 부담을 이겨내고 그 자리까지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나도 부담을 안고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앞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대회를 잘 마치고나서 박세리, 김연아, 박태환 등 선수들과 비교를 받곤 했다. 이 분들은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자리를 유지한다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자리를 계속해서 유지했을 때 이런 선수들과 같은 레벨이라고 인정을 하게 될 것 같다.

-정현 키즈가 쏟아질텐데. 어린 선수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어린 선수들은 이게 맞는 건가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만의 뚜렷한 생각을 만들기 시작하면, 어른들 좋은 조언을 귀담아 듣으면서도 걸러내면서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어 내 기준에 아닌 것 같다고 하면 스스로 걸러내려고 한다.

-호주오픈 상금을 어디에 쓸 계획인가.
▲ATP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상금 통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건드리지 않고 모으고 있다. 상금 관련해서는 부모님께 맡기고 나는 운동만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몸상태와 앞으로의 일정은.
▲매일 병원에 가서 체크했는데 이상은 없다고 한다. 발바닥도 다음주부터 정상적으로 훈련해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새살이 돋기만 하면 되는 거여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하더라. 어리다보니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해주셨다. 다음주에 훈련하면서 어느 대회부터 나갈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장충동,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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