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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의 대학로 열전] 장격수 "고졸이면 어때? 무대에서 행복하면 그만"

기사입력 2018.01.21 16:40 / 기사수정 2018.01.21 18:28

홍동희 기자


[엑스포츠뉴스 홍동희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대학로 대표 뮤지컬 '빨래'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배우 '장격수'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빨래'에서 구씨 역할을 비롯해 멀티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과 시선을 사로 잡는 배우, 그가 바로 장격수다.

조각 미남이란 평을 받지는 않지만 큰 키에 시원 시원한 대사톤이 금새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 배우다.

올해로 36살이 된 장격수는 뮤지컬 '빨래'에서 구 씨 역할을 7년 째 맡고 있다. '빨래'의 터줏대감 격인 그는 그야말로 밑바닥에서 일명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한 케이스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예대 가려고 했는데 떨어졌어요. 재수 안하고 호프집에서 알바하다가 만난 연기 입시 선생님이 연극 한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지요. 사실 영화배우 되고 싶어서 준비했거든요. 연극은 관심도 없었어요."

수원 출신인 장격수는 고교 졸업 후 수원의 한 극단에 입단해 연극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 배우 김동현의 충고를 듣고, 곧바로 짐을 싸 무대를 대학로로 옮겼다.

"이랑씨어터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을 했어요. 청소하고 심부름하고,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군대 다녀와서 다시 무작정 대학로에 돌아왔어요."

미래가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장격수는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졸이라는 한계에도 부딪혔다. 끌어주는 선배도 없고, 연기 전공자라는 프리미엄도 없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웠다.

"뮤지컬 '스칼렛' 공개 오디션이 있었는데, 그걸 처음으로 붙었어요. 정식으로 뮤지컬 데뷔작이 된 거죠. 배역도 조연이었고, 감초 역할이었어요. 그 전에는 경력도 없고 학력도 안되니까 오디션 봤다하면 다 떨어졌었는데, 그래도 이 작품 한 편 하고나니, 기회가 오더라고요."

드디어 영화배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뮤지컬 '스칼렛'에서 장격수를 눈여겨 본 영화 '주유소습격사건2' 제작 관계자가 그를 캐스팅 한 것이다. '꿈'이었던 영화를 맛 본 그는 이후, 영화에 매진했다.

"한 2년 간 독립영화에 여러 편 출연했죠. 그러면서 영화 오디션이란 오디션은 다 찾아다니면서 본 거 같아요. 그 때 정말 힘든 생활을 견뎌낸 것 같아요."

그러다 친한 배우 형이 출연한 뮤지컬 '빨래'를 보고 홀딱 반했다. 우연히 '빨래'의 공개 오디션이 열렸고, 지방투어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했다. 당시가 2011년, '빨래'와의 첫 인연이었다.

"'빨래'에 캐스팅이 안됐다면 아마 지금쯤 전 배우를 안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저에겐 그만큼 특별한 작품입니다."

배우 김성균은 장격수에게 자극제가 됐다.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르던 김성균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 다시 '영화배우'의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장격수는 공연을 당분간 쉬고, 2년 동안 자신의 프로필을 만들어 영화사란 영화사는 다 찾아다니면서 프로필을 돌렸다고 한다.

돌아온 건, 2년 간 3번의 오디션 기회가 전부였다. 물론 이렇다할 결과물도 없었다. 생업을 위해 여러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 쉬는 날에는 막노동을 하면서 버텨냈다.

"지금도 일 없을 때는 막노동 합니다.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번은 2인 1조로 저랑 같이 작업하시던 분이 드라마 '38 사 기동대' 재밌게 봤다면서 얘기를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오대환 배우 칭찬을 하더라고요. 재가 오대환 배우 동생으로 출연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거기 출연했습니다'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기분은 좋더라고요."

장격수는 다시 대학로로 돌아왔다. 그리고 김수로 프로젝트인 '택시드리벌'과 연극 '밑바닥에서'에 출연했다. 김수로 배우와 현재 드라마 '흑기사'에서 본부장 역으로 출연중인 김결 배우의 도움이 컸다.

"인터뷰를 하면 김수로 선배와 김결 형에 대한 고마움을 꼭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수로 선배는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할 때 처음 뵈었었는데, '택시드리벌' 하면서 알아보시고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체격이 비슷하다고 안 입는 옷까지 챙겨 주시고 그러세요. 김결 형도 1년 동안 연극 4작품을 같이 했는데, 정말 동생처럼 잘 챙겨주시는 형들이죠. 절대 고맙다고 하라고 시키신 건 아닙니다. 하하"

장격수는 '배려'와 '행복'이 올해 그의 목표라고 했다.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욕심이 생길때 마다 배려하면 그것이 다시 행복이 되는 셈. 언젠가 그의 인생의 목표인 '영화배우'의 꿈을 위해 다시 또 도전하겠지만, 대학로는 절대 떠날 수 없는 그의 행복한 터전이다.
 
한편 장격수는 오는 2월8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연극 '아트' 공연에 나선다.

mystar@xportsnews.com / 사진=본인 제공

홍동희 기자 myst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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