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대첩 | '24세 개띠들의 활약 전쟁!' 프로의 세계를 모른다고 하기에는 이미 성장을 거듭했고, 안다고 하기에는 아직 품고 있는 잠재력과 써내려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황금 개띠의 해, 각 팀이자 연고 지역을 대표하며 활약할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KIA 타이거즈 포수 한승택은 KIA의 안방을 책임질 현재이자 미래다.
한승택은 2013년 2차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한화에 입단해 프로 무대를 밟았다. 당시 김응용 감독의 눈에 들며 데뷔 첫 해부터 1군 경험을 쌓으며 기대를 높였던 한승택은 2013시즌 종료 후, 경찰야구단 입대가 확정된 상황에서 FA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KIA의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한승택은 KIA의 기다림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2017년 트레이드로 합류한 김민식과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쓰며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선발 포수로 나서 양현종과 7이닝 무실점을 합작, 한국시리즈 최초 1-0 완봉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국가대표로 발탁, 대한민국의 주전 포수로 또 한 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은 한승택과의 일문일답.
-시즌 후에 어떻게 지냈나.
▲친구들도 만나고, 본가에 가서 쉬다가 12월부터 계속 운동하고 있다. 웨이트도 하고, 기술훈련도 하고 있다.
-자신의 2017년을 돌아본다면.
▲아직도 우승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쉬웠던 점도 많은데 그래도 많은 경험을 해서 좋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못해본 경험을 한거니까, 뜻깊은 해였다.
-어떤 부분이 특히 아쉬웠나.
▲아무래도 타격적인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시즌 초에 한번 급성 장염으로 아팠던 적이 있다. 그 기간 빼고는 그래도 풀타임으로 있었는데, 10일이 빠지면서 그것도 아쉽다. 안 아픈게 최고인 것 같다.
-지난 시즌보다 조금 더 많은 경기를 나가고 타석, 수비를 소화하면서 배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수비 쪽에서는 중요한 상황도 많이 나가보고, 여유 있는 경기도 나가봤는데, 상황마다 어떻게 해야겠다 생각이 든다.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점들을 배워가고 있다.
-시즌 전에 잡았던 목표가 있었나.
▲아프지 말자고 생각 했는데 못 이뤘다. 숫자적인 목표는 아직 자리를 잡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정할 수 없었다. 팀 우승은 이뤘다.
-4월 양 팀 포수를 포함한 SK와 KIA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그 때 솔직히 느낌이 어땠나.
▲나도 팀을 옮겼는데, 그 기분이었다. (이)홍구 형은 상상 못했다. (김)민식이 형이 온다는 것보다 홍구 형이 간다는게 더 크게 다가왔다.
-자신의 입지 변화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은 크게 생각을 안해봤다. 민식이 형이 오면서 홍구 형과는 또 다른 면이 있어서 새로운 점도 많이 배웠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 민식이 형이 경기를 더 많이 나갔으니까 나는 그걸 많이 보면서 배웠다.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칭찬을 많이 들었었는데, 한국시리즈는 또 달랐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나갔을 때는 져도 끝나는 게 아니고 기회가 또 있는데, 와일드카드는 지면 끝이니까. 긴장감은 비슷했는데 오히려 와일드카드가 더 부담이 됐던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양)현종이 형 공 받다보니까 긴장이 풀리더라.
-2차전이 특히 팽팽했다. 압박감이 있었을텐데.
▲압박감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 져도 내일 이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들어가니까 오히려 잘된거 같다.
-우승 장면을 가끔 돌아보기도 하나.
▲SNS를 보다가 영상 뜨면 가끔씩 들어가서 본다. 시간이 엄청 빠른거 같다. 벌써 새 시즌이 얼마 안남았다.
-우승 확정하고 뛰어나가다가 넘어졌던데.
▲좋다고 신나서 날뛰다가(웃음). 사람이 뭉치면 밀리는데 중심 잡으려고 하다가 넘어졌다. 그 때 한 20~30초 동안 좋아할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이성을 잃게 된다.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APBC 대표팀으로 나갔다. 청소년 대표 때와는 또 달랐을 거 같은데.
▲당연히 다르다. 그 때도 한일전에 대한 의식이 있었는데 APBC에서는 더 컸다. 또래들이라 얘기도 많이 하고 대화도 잘 통한 것 같고, 형들이 잘 이끌어주면서 팀 분위기도 좋았다. 코치님들이나 감독님도 좋아서 더 막 이기려고 했던 것 같은데, 잘 안돼서 아쉬웠다.
-태극마크를 달고 주전 포수로 뛴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정말 기분 좋다.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거니까 영광스럽기도 하다. 프로에 와서 태극마크 달았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 있다. 경기 전에는 되게 긴장도 하고 부담도 됐는데, 경기 할 때는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집중했다.
-대회가 끝나고 '베스트9'에 뽑히기도 했다.
▲기분은 좋았는데, 아쉽다. 아쉬운 게 너무 많다. 일본한테 한번이라도 이겼으면 괜찮았을텐데 두 번 다 져버려서 그게 좀 아쉽다.
-대회 전 포수 포지션에 와일드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런 우려들을 지우고 잘했다는 증거가 될 것 같다.
▲아직도 생각하는 상황이 하나 있다. 일본전에서 (함)덕주가 동점 홈런 맞을 때, 그 때 다른 포수였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겼을 수도 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그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본인의 잘못이라고 결론을 내린건가.
▲나는 내 잘못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 타자가 하위타순이었고 베이스를 채워도 되는 상황이었다. 풀카운트에서 어렵게 갔어야 했는데 볼넷 안주려고 쉽게 해서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아웃이 됐다면 '나이스 피칭'인건데, 결과가 그렇게 됐다. 그 때 일본에 (나)지완 선배랑 (이)범호 선배가 오셨었는데, '그 상황엔 다른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카톡으로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다.
-군복무도 마쳤고, 트레이드,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표팀까지 또래들에 비해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생각보다 많구나.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웃음). 군대 간다고 쉬고 있다가 갑자기 KIA에 오게 됐는데, 이제는 내가 가장 오래있던 팀이 됐다. 특히 우승은 아무나 못하는 경험이다. 팀을 잘 만났다.
-지금까지 자신의 야구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이런 생각은 해봤다. 내가 아마추어 시절 때 부모님께서 진짜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알긴 알아도 이전까진 잘 몰랐는데, 이제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1년, 1년 하다보니까 부모님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안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부모님이 제일 고생하셨다.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하는 동안 스스로가 위기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는지.
▲KIA에 오자마자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머리 부상을 당하면서 야구를 못할 뻔 했다.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 트라우마도 있고 무서웠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3일 동안 야구를 할까말까 고민했고, 부모님께서는 위험하니까 하지말라고까지 하셨다. 다행히 좋아질 거라는 얘기를 들어서 바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지금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포수 말고 다른 포지션도 해봤나.
▲투수, 3루수, 외야수까지 다 해봤다. 날렵해야 하는 2루수, 유격수 빼고는 다 해봤다.
-포수를 하면서 제일 짜릿할 때는.
▲위기 상황에서 내가 볼배합을 해서 딱 맞아떨어지면 그 때 소름이 돋는다. 특히 중요한 경기, 중요한 상황이었을 때 기분이 좋다.
-이번 시즌에 그런 상황이 많았나? 기억나는 장면은.
▲그래도 한국시리즈가 가장 큰 경기니까 기억에 남는다. 정규시즌 우승할 때 kt랑 할 때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좋았던 기억 만큼 역전타 맞은 기억도 있긴 있다.
-이번 시즌에도 포수로서 경쟁을 계속해야한다. 마음가짐은.
▲경쟁이라는 게, 상대방을 의식하면 자기 할 걸 못 하는거 같다. 내 할 것만 하면 어차피 다 기회는 오니까 그 때 내 할 역할을 잘하면 될 것 같다. 의식하지 않고,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해서 1군에 계속 붙어있고, 민식이 형이랑 얘기 많이 하면서 또 우승 해야한다.
-그 '내 할 것'이라는 게 뭔가.
▲운동 스케줄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고, 몸 관리를 잘 하는 것.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 의식하지 않고 잘하면 팀은 이기는 거니까. 포수가 잘하면 더 좋지 않나. 힘 합쳐서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송구 스피드가 민식이 형처럼 빨라졌으면 좋겠다. 정확성도 올라갔으면 좋겠고. 그리고 타격이다. 타격 부분에서 많이 생각하면서 연습하고 있는데, 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
-지금은 어떤식으로 훈련하고 있나.
▲작년 마지막쯤에 그래도 나름대로 느낌이 좋아서 그 느낌을 살려서 연습하고 있다. 그 느낌을 잃어버릴까봐 그래서 많이 못 쉬었다.
-새해 소원이 있다면.
▲2017년에는 잔병이 많았다. 감기가 나도 경기력에 영향이 미친다. 나도 가족들도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우승을 하면 좋겠다. 이뤄질 거다(웃음).
-한 달 후의 나의 모습, 12년 후 다시 개띠 해가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한 달 후면 캠프에서 제일 힘들 때다. 운동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을까. 12년 후엔? 그 때까지 야구 하면서 포수 앉아있어야한다. KIA에서 내 또래들이 베테랑이 되고, 주축이 돼서 후배들을 이끌면서 우승을 하면 좋겠다. 내가 민식이 형처럼 마지막 공을 집어던지고(웃음)…. 아, 내가 포수 플라이를 잡아야 공을 던지는데. 마지막은 삼진이 제일 멋있겠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광주, 조은혜 기자, 엑스포츠뉴스DB
[무술대첩]
①두산 함덕주 ②kt 정현 ③한화 하주석 ④롯데 박진형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