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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타라소바의 마오, 얼마나 성장했나?

기사입력 2009.01.20 04:04 / 기사수정 2009.01.20 04:0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철저한 객관적인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채점은 심판의 주관적인 기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합니다. 특히, 심판진들의 채점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스포츠는 변수가 많이 나타납니다. 경기 후에 논란도 많은 것이 사실이죠. 채점제로 이루어지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심판들의 기준과 시선은 승부를 결정합니다.

모든 스포츠는 국제적인 명망과 로비가 존재합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를 꼽으라면 단연 타티아나 타라소바입니다. 일부에서는 예전에 비해 그녀의 명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하지만 아직도 타라소바라란 이름이 지니는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제조기'라 불리는 타라소바는 2008~2009 시즌을 앞둔 아사다 마오(19, 일본)의 새 코치로 임명됐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전 코치인 라파엘 아르투니안의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새 코치로 타라소바가 들어올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죠. 일본빙상연맹과 아사다 마오 측은 타라소바의 '경력'과 '영향력'을 가장 높이 평가했습니다.

일반적인 직장 구직에서도 '화려한 경력'은 가장 큰 무기가 됩니다. 채용을 하는 이들이 가장 매료되는 것도 바로 구직자들의 '경력'입니다. 타라소바는 이미 일본빙상연맹 측으로부터 아라카와 시즈카(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올림픽 여왕으로 만들어 놓은 부분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또한, 세계 피겨스케이팅 계에서 타라소바가 가지는 영향력도 신임하고 있었죠. 타라소바가 지금까지 이룬 올림픽 금메달 9개는 우연으로 보기 힘듭니다. 타라소바는 선수들을 조련하는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확실하게 이기는 방법'까지 터득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대부분의 피겨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은 타라소바의 영향력과 지도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궁극적인 필살기는 '트리플 악셀'이 아닌, '타라소바'란 의견도 나왔었습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확인한 타라소바와 아사다 마오

그랑프리 파이널 기간 동안 타라소바와 아사다 마오의 관계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때는 연습 시간이었습니다. 아사다 마오는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 '트리플 악셀' 두 번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일본 취재진들의 관심사도 대부분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 구사 여부에 쏠렸었습니다.

실제로 연습 때,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줄기차게 시도했었습니다. 타라소바가 들어오고 나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점프의 성공률'이었습니다. 타라소바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아사다 마오의 잘못된 점프가 대부분 고쳐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확인된 아사다 마오의 점프는 모두 다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피겨 지도자들 중 어느 한 분은 "마오는 어릴 적에 야마다 마츠코(피겨스케이팅 여자 선수 중, 가장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 이토 미도리와 아사다 마오 등을 배출한 일본 최고의 지도자 중 한 명) 코치로부터 점프의 기초를 잘못 배웠다. 어릴 적부터 '트리플 악셀' 같은 난이도 높은 점프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다른 점프들의 기초적인 부분이 약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타라소바의 지도 특징은 제자에게 절대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마오가 성공하는 점프만 내보내라는 타라소바의 발언은 이러한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부 점프를 다듬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타라소바가 노린 것은 '점프의 교정'이 아닌, '점프의 성공률'이었습니다.

잘못된 점프를 교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입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좋은 성과를 내려면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더욱 필요하겠죠. 아사다 마오는 이러한 타라소바의 지도 방침에 자신감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타라소바의 지도방식은 이미 알려진 대로 일방적입니다. 제자들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단 자신의 의견에 제자가 전적으로 따라오는 지도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타라소바의 이러한 강력한 지도방침이 과연 아사다 마오와 어울리는가에 대한 논란도 일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타라소바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아사다 마오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타라소바는 지금까지 자신이 조련한 대부분의 선수들을 올림픽 챔피언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사다 역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완성시키는 게 타라소바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현역 여자 피겨 싱글 선수 중, 트리플 악셀 점프를 구사하고 가장 난이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제자를 타라소바는 얻었습니다. 여기에 '피겨 강국'인 일본의 선수라는 것도 타라소바를 흡족하게 만들고 있죠. 이 정도면 동계올림픽 금메달만 9개를 배출해낸 타라소바에게 밴쿠버 올림픽도 '올림픽 금메달 불패 신화'를 이어갈 차기 대회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타라소바가 도전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어려운 대회일지도 모릅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를 제외하곤 타라소바는 당대 최고의 스케이터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최고의 여자 스케이터로 불리는 선수가 바로 자신의 제자인 아사다 마오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는 당대의 최고 스케이터 김연아, 그녀가 아사다 마오와 같은 시대에 존재하고 있다

많은 피겨 팬들 사이에서 아사다 마오는 항상 '뜨거운 감자'입니다. 피겨의 정석 기준으로 볼 때, 화려한 프로그램 구성에 불구하고 허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사다의 문제점 중 하나는 '신채점제'의 대세에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죠.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19, 군포 수리고)의 가장 명확한 차이점은 '신채점제'의 기준을 놓고 보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같은 종류의 점프라도 가산점이 높게 나타나며 정석의 기준에 가장 걸맞게 뛰는 신채점제에 김연아는 녹아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올바르게 피겨를 배워온 것이 김연아에게 보상으로 다가온 것이죠. 그러나 구채점제에 익숙한 타라소바는 모험을 해가면서까지 아사다 마오의 기술을 '신채점제'의 기준에 맞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트리플 악셀 두 번'과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두 번'은 무리수만 두고 나온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기술의 구사로 이루어지는 가산점과 예술성으로 증명되는 PCS로 점수를 얻으려는 '신채점제'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얘기죠.

타라소바는 아사다 마오의 기초 점수를 최대한 높였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의 실수를 줄여서 기초 점수를 착실하게 챙기고 트리플 악셀에서는 가산점까지 얻겠다는 것이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여실히 증명됐습니다.

실제로 피겨를 직접 타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은 대부분 아사다 마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기술의 정확성과 예술성을 떠나서 그 정도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여기에 세계피겨 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코치까지 곁에 둔 이유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서울 것이 없는 듯한 타라소바의 아사다 마오의 진영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물론, 점프력과 표현력 등에서 모든 것을 고루 갖춘 '토털패키지' 김연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사다 마오의 본국인 일본에서도 김연아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토 미도리(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가 모두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하게 연기를 펼친다면 김연아가 이길 확률이 높다"라고 발언한 것이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비단 이토 미도리만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는 일본 피겨 해설가들 중, 가장 꾸준하게 김연아를 칭찬하는 이로 유명합니다. 물론, 자국의 선수인 아사다 마오를 칭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나 아라카와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몇 번 남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김연아는 약점을 찾기 어려운 무결점의 선수다'라고 발언한 것은 큰 찬사였습니다. 이런 칭찬은 자국의 선수들에게도 쉽게 내릴 수가 없는 멘트였습니다.

아사다 마오와 이토 미도리 등을 모두 가르쳐 본 야마다 마츠코 코치는 "지금까지 가르쳐 본 제자 중, 마오가 단연 최고의 선수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어도 아사다 마오는 분명히 대단한 선수인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의 위치가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랑프리 파이널을 지켜본 전 세계의 많은 피겨 팬들은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의 강렬하고 아기자기 한 연기에 빠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채점제가 요구하는 새로움과 창의성에 제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피겨의 새로움에 목말라하는 피겨 팬들에게 신선한 연기를 제공했기 때문이죠. 섬세한 동작과 치밀한 연기 구성, 여기에 안무의 천재인 데이비드 윌슨의 창의적인 연기 구성이 녹아든 점이 많은 피겨 팬들을 매료시켰습니다.

타라소바는 지금까지 제자들을 모두 성공시켰듯, 아사다 마오도 성공의 길로 인도해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도 자신의 제자에게 주려고 사활을 걸 것입니다.



그러나 타라소바와 아사다 마오 앞에는 '김연아'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단순히 특정 기술만 잘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점프력과 안무 등 피겨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고루 섭렵한 '토털패키지'입니다. 경기의 승부와 관련 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김연아에 대한 평가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랑프리 파이널이 끝난 이후, 전 세계에서 몰려온 많은 피겨 관계자들과 외신 언론들은 김연아의 프로그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것이 후문이었습니다.

타라소바의 마오는 이 시대 피겨스케이팅의 '파워'이자 '아이콘'입니다. 그러나 이들과 경쟁하는 브라이언 오서와 김연아도 결코 만만치 않은 콤비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대결구도는 의미가 없겠죠. 가장 건전하고 성숙한 태도는 '내가 응원하는 선수는 따로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폄하는 삼가 하는 태도'입니다.

타라소바의 마오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 판가름 날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달 초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벌어질 4대륙 대회와 3월 말에 있을 세계선수권에서 어느 정도 평가가 내려지겠죠.

아사다 마오는 일본 내셔널대회에서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반면, 김연아는 국내에서 치러진 그랑프리 파이널보다 부담이 덜한 가운데 4대륙 대회에 임할 것입니다. 국내를 뜨겁게 달군 피겨스케이팅의 열기는 이제 캐나다 밴쿠버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사진 = 아사다 마오, 김연아 (C) 강운 기자, 아라카와 시즈카 (C)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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