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19 15:24 / 기사수정 2009.01.19 15:24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박찬호, 이승엽 두 노장의 대표팀 합류 고사를 비롯하여 젊은 선수들을 바탕으로 제 2, 제 3의 박찬호/이승엽을 배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맞는 말이다. 언제까지 야구팬들이 박찬호/이승엽 두 노장에게만 의지하여 야구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시 그 누구보다도 많이 부름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따라서 올림픽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한국야구가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젊은 피들이 각성해야 한다는 것은 수차례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장들의 참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은 한국야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3루수 김동주, 1루수 이승엽, 포수 진갑용, 유격수 박진만(이상 주전급)이라는 국가대표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이들을 제외한 타선은 대부분 30세를 넘기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었다. 마운드 또한 박찬호의 합류 없이도 9경기에서 26실점만을 허용했는데, 이 실점들을 모두 자책점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경기당 평균 방어율이 2.89에 이를 정도로 뛰어났다.
WBC는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가 아니다
금번 WBC는 올림픽과는 달리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모두 출동한다. 이 때문에 단기전인 WBC에서는 큰 무대에서 뛴 선수들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만큼 김인식 국가대표 감독이 두 노장 선수에게 마지막까지 참가를 기대했던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야구팬들을 포함하여 KBO 관계자 등 많은 이들이 ‘세대교체’에 대해 많은 목소리를 내지만, 현장에서는 그만큼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도 존재해야 한다며 국가대표 구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WBC의 성격이다. WBC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메이저리그 초청 경기’다.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의 경우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에서 정한 종목에 따라 순위별 성적과 메달이 수여되며, 이에 따른 ‘공신력’이 생기지만 WBC는 그렇지 못하다. 수익 구조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관리하며, 상금문제와 개최일자, 개최장소 등도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일방적으로 정한다. WBC의 정식 명칭인 World Baseball Classi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도 원래는 미국야구 리그의 ‘올스타전’과 ‘포스트시즌’의 별칭에서 따온 것이다. ‘올스타전’을 한여름의 고전(Summer Classic), ‘포스트시즌’을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야구 선진국’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WBC의 참가 국가들의 합의 없이 진행되는 본 대회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따라서 그 어떤 대회보다도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대회가 WBC다. 플레이 하나 하나로써 전 세계에 ‘야구가 이런 것이다’라는 것만 알릴 수 있다면 그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큰 무대에서 뛰어 봤다는 경험이 정규시즌에서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싶다.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참가를 포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히려 WBC를 이용해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장 선수들의 참가가 어려운 본 WBC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제 2, 제 3의 이승엽도 나오고 박찬호도 나오는 법이다. 이미 1회 대회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전혀 뜻하지 않은 선수의 등장에 전 세계가 놀라기도 했다. 더구나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은 기존의 전력을 추슬러 최상의 전력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WBC 참가 문제와 준비 문제 등을 지적하며, 차근히 ‘원수갚음’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과 많은 비교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WBC는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가 아니다. 더구나 WBC 참가가 국가대표팀에 줄 수 있는 것은 경험적인 요소와 FA문제 완화 등 무형자산이 많다. 이러한 때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WBC 준비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옆집’ 일본처럼 원수갚음을 운운한다면 ‘남 좋은 일’을 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바로 메이저리그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WBC 준비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회에 동양권 국가들만 용을 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WBC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일 뿐,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World Baseball Championship)’가 아니다. 그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설령 일본이나 미국, 쿠바에게 지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적어도 야구를 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우리나라 선수들과 김인식 감독을 끝까지 믿고 지켜봐야 하는 일종의 채무가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베이징 올림픽때와 같은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진(C) =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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