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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국내 피겨 챔피언 김나영, "오직 피겨만 생각하고 싶어요"

기사입력 2009.01.15 03:32 / 기사수정 2009.01.15 03:3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9, 군포 수리고)는 한국 피겨 선수 중, 독보적인 선수입니다. 다른 선수들과 기량 차이가 월등하게 나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김연아의 입지는 한국 피겨를 변방에서 중심지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의 다른 선수들도 점점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김연아에 이어 만년 2인자로 불린 김나영(19, 연수여고)은 더 이상 '2인자'란 칭호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김나영은 두 시즌동안 연속으로 국내 랭킹전과 내셔널 대회를 제패했습니다. 김연아의 참가여부와는 상관없이 김나영의 이러한 성과는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한국 피겨 선수들의 기량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습니다. 김현정(17, 군포 수리고), 곽민정(15, 평촌중), 그리고 윤예지(14, 과천중)같은 유망주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김나영은 올 시즌도 자신이 국내 최강임을 여실히 입증시켰습니다.

김나영은 지난 9일과 10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제63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시니어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이후, 태릉선수촌 아이스링크에서 만나본 김나영은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기 전, 김나영의 어머니인 신금숙 씨는 "지금까지 나영이 인터뷰를 했던 분들이 모두 힘들다고 말했었다. 나영이는 워낙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다"라고 귀띔을 해주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국내 랭킹전과 이번 종합 선수권에서 간략하게 인터뷰를 해본 김나영은 확실히 수줍음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최근, 여론의 조명도 많이 받고 있는 터라 중복되지 않는 질문을 골라보니 피겨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부분과 경기력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김나영은 개인적인 질문보다 피겨에 대한 질문을 물어볼 때, 훨씬 진지했습니다. 또한, 답변도 길었습니다.

김나영과 어머니인 신금숙 씨, 그리고 최근 김나영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이창주 코치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 먼저 이번 종합선수권에서 우승한 것 축하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됐는데 다시 쉬지 않고 연습하려니 많이 피곤하겠어요?

김나영(이하 '김'으로 표기) : 많이 피곤한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난 일요일 하루는 푹 쉬었어요. 쉬는 날은 대게 집에서 잠을 푹 자는 걸로 보내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좀 피곤하네요.(웃음)

Q : 작년 11월 달에만 세 개의 대회에 참가했었죠? 국내 랭킹전에 그랑프리 시리즈를 연거푸 두 번이나 참가하고 아시안트로피에 다녀온 뒤, 바로 종합선수권을 준비했는데 굉장히 빡빡한 일정이네요.

김 : 네, 정말 올 겨울은 숨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Q : 아직 동계체전과 종별대회가 남아있지만 가장 큰 대회인 국내 랭킹전과 종합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이 두 대회는 지난 시즌에도 우승했었나요?

김 : 네, 작년 시즌에도 이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어요. 그 전 시즌인 2006~2007 시즌에는 주니어부에서 우승을 했었죠.

Q : 이번 대회는 좀 힘들지 않았나요? 현재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후배들이 많잖아요.

김 : 올 시즌은 많이 힘들어요. 특히, 예지(윤예지)는 최근에 들어서서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뛰면서 급성장했어요. 또한 다른 선수들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죠. 태릉에서 이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솔직히 자극을 받는 것은 사실이에요. 물론, 선의의 경쟁관계로요.

Q : 이번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은 잘했었는데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요?

김 : 맞아요. 쇼트프로그램은 이번 시즌 들어서서 가장 만족할 만큼 했는데 프리스케이팅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살코에서 넘어졌었는데 아직도 그 점프는 어려운 편이에요.(웃음)

Q : 작년 시즌이 점수가 더 높았다고 하는데 기술과 프로그램 구성이 이번 시즌과 차이가 있나요?

김 : 작년 시즌은 더블 악셀을 두 번 뛰었어요. 그리고 토룹이 한번 밖에 없었고 러츠 두 개와 플립을 뛰었거든요. 살코와 토룹에서 계속 다운 그레이드가 나와 오히려 더블 악셀로 뛰는 게 더 점수가 높았어요. 살코와 토룹 점프는 아직도 저한테 과제인거 같아요.

Q : 그랑프리 러시아 대회(Cup of Russia)에 참가하게 된 일화는 아직도 유명한데요. 두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갑자기 대회를 준바하게 돼서 나름대로 힘들었을 텐데요?

김 : 그랑프리 6차 대회인 NHK트로피에 맞춰서 컨디션을 조절한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갑자기 대회를 준비하게 돼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비록 성적은 안 좋았지만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면서 값진 경험은 얻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두 번의 대회에 나간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Q : 그랑프리 러시아 대회와 일본 대회인 NHK 트로피는 연속적으로 참가했었죠? 러시아에서 국내에 들어와서 하루 체류하고 바로 일본으로가 대회를 치렀는데 그 때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 : 우선 연습이 잘 안됐어요. 연습이 안 되니 긴장도 많이 하게 되고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밀려왔어요.



Q : 김나영 선수의 점프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김나영 선수의 장기인 '트리플 러츠'는 일품인데 트리플 점프 중, 가장 먼저 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김 : 네, 맞아요. 트리플 살코도 뛰긴 했었는데 완벽하게 익히지는 못했었거든요. 그 와중에서 러츠는 트리플로 가장 먼저 익혔죠.

Q : 트리플 러츠는 일반적으로 토 점프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점프이고 점수 배점도 높은데 쉬운 점프보다 트리플 러츠를 가장 먼저 뛰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신금숙(이하 '신'으로 표기) : 어릴 적부터 나영이가 가장 먼저 뛴 트리플 점프가 러츠였어요. 아무래도 가장 잘되는 점프를 계속 뛰다보니 어느새 나영이의 장기가 되어버렸어요.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트리플 러츠를 뛴 것 같아요.

김 : 아니에요, 그때보다 좀 뒤인 것 같은데.....(웃음)

Q : 룹 점프는 트리플로 뛰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룹 점프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 : 무릎 부상 때문에 룹 점프에 대한 연습을 많이 안했어요. 그러다 보니 더블 룹도 어딘가 어려웠었죠. 룹 점프는 개인적으로 좀 싫어하는 점프에요.(웃음)

Q : 이 질문은 코치님께 드리고 싶은데 김나영 선수에게 트리플 룹 점프를 가르치실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창주(이하, '이'로 표기) : 트리플 룹 점프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점프가 아니에요. 그러나 현재는 시즌 중이기 때문에 새로운 점프를 넣는 것은 무리고 앞으로 꾸준하게 연습을 시킬 예정입니다. 그리고 잘만하면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Q : 이 질문도 코치님에게 드리겠습니다. 김나영 선수의 약점 중, 하나는 트리플 러츠에 이어서 연결되는 더블 점프가 약하다는 건데요. 러츠 점프의 비거리가 안 나오기 때문에 랜딩을 한 후, 활주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인데요. 트리플 러츠에서 활주가 길게 이루어지고 더블 토룹을 제자리에서 점프하지 않기 위한 개선책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이 : 질문에서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그런데 연결 더블 점프를 바로 수정하는 데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우선, 단독 트리플 러츠 점프의 비거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연결 더블 토룹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앞선 트리플 러츠가 개선돼야겠죠.

Q : 김나영 선수는 지금까지 결코 순탄치 않은 선수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피겨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은 있었나요? 그리고 그 상황을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면요?

김 : 중학교 1학년 때, 퇴행성관절염이 생기고 난 후, 한동안 피겨를 쉬었거든요. 스케이트를 타고는 싶은데 몸이 아파서 마음대로 안 된 점이 많이 힘들었어요. 빙판을 떠나 있으면서 갈등도 많았지만 막상 이것을 안 하면 무엇을 할까하는 걱정이 컸어요. 그 상황에서 다시 공부를 할 수도 없었고 결국, 피겨를 다시 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어요. 그러한 생각이 결국, 오늘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Q : 최근 피겨 팬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국내 대회에서는 선수 부모님들과 친인척들만 보여서 대회가 치러지곤 했는데 이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피겨는 이제 아마추어 경기 중,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 300명이 넘는 순수 팬들이 몰려와 응원을 하고 네티즌들의 힘으로 인터넷 중계까지 이루어지는 종목이 됐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김나영 선수는 국내 대회 1인자로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피겨의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요?



김 : 이번 종합선수권대회가 끝나고 난 뒤, 링크를 돌면서 팬들의 환호에 답례를 보냈는데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너무나 팬 여러분들이 열렬하게 환호해 주시니까요. 솔직히, 몇 년 전까지 만해도 피겨 경기에 팬들이 몰려오는 것은 볼 수 없는 풍경이었어요.

국내 피겨 대회는 선수 부모님들과 친인척들만 모여서 치러지곤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팬들이 이렇게 몰려오는 종목이 돼서 힘도 나고 팬들에게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선수 생활을 오래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웃음)

Q :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아쉬움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나영 선수의 기량이 최상으로 발휘되지 않아서인데 이번 세계선수권에 임하는 목표는 어떤가요?

김 : 종합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인데 그러려면 제 자신의 최고 점수를 뛰어넘어야 하거든요. 이 두 가지 목표를 다 이루고 싶어요. 그리고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항상 약점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표현력과 안무도 향상시키고 싶어요.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출전한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와 밴쿠버 올림픽 이전과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 : 작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4대륙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4위에 오른 건, 저로서는 큰 성과였거든요. 그리고 두 번의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순간도 잊지 못해요.

밴쿠버 올림픽 이전까지는 오로지 올림픽을 목표로 꾸준하게 준비하고 싶어요. 그리고 선수가 아닌 다른 삶과 올림픽 이후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단지,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만 들 뿐이에요.(웃음)

신 : 나영이가 지금은 이렇게 말해도 피겨를 떠나 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피겨로 돌아올 것 같아요. 선수든 코치든 간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하게 이어갈 것 같습니다.



김나영의 인생은 '피겨'가 대부분이었습니다. 1초가 아까운 순간에도 늘 피겨만을 생각하고 연습만 하는 김나영은 피겨 외의 다른 삶은 아직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간혹 쉬는 날에는 오로지 잠으로 휴식을 취하고 유일한 취미인 영화감상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김나영은 말수가 매우 적었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배려심이 많은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인 신 씨는 "나영이는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양보를 많이 하고 싫은 소리 안할 만큼 착한 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노인들에게서나 나타나는 퇴행성관절염과 '국내 2인자'라는 시선에 대한 부담으로 김나영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피겨의 부흥이 일어나면서 국내 대회 정상을 지키는 선수로 자리 잡은 김나영은 많은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행운아가 되었습니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피겨를 해서 요즘에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김나영은 답변은 하지 않고 특유의 수줍은 미소로 대신했습니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링크를 돌면서 팬들의 환호에 화답한 김나영은 분명히 '행복한 스케이터'였습니다.

점프를 뛸 수 없을 만큼 힘겨운 부상과 김연아와 항상 비교하려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이기고 김나영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러한 근성은 결국, 팬들의 사랑이라는 보답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 = 김나영 (C) 김혜미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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