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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김윤석 "'1987', 참여한 영화 중 가장 스펙터클한 작품"

기사입력 2017.12.29 08:15 / 기사수정 2017.12.28 22:4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1987'(감독 장준환)으로 돌아왔다. 올해에만 지난 27일 개봉한 '1987'과 지난 10월 추석 극장가를 달궜던 '남한산성'으로 관객들을 만난 그다.

'1987'은 1987년 1월 14일 일어난 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시작으로 그 해 6월 항쟁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윤석은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 박처원 역을 맡았다.

투박한 평안도 사투리와 매서운 눈빛, 자신의 목적에 위배되는 대상을 향해 가차없이 응징할 수 있는 모습까지 김윤석은 '1987' 속 악역의 한 축을 강렬하게 소화해냈다.

김윤석은 '1987' 시사회 당시 완성본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배우들과 장준환 감독 등 함께 한 이들을 언급하며 "다들 울었어요"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가 가장 많이 울었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네요. 다들 울다가 보다가 또 울다가, 다시 집중하면서 보고 그랬죠. 주변이 그러니까 장준환 감독도 참다 참다 울음이 터진 것 같아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어마어마하게 조사하고 공부하지 않았겠어요. 우연과 필연이 얼마나 극적으로 엮인 사건이었는지, 누구 하나 행동하지 않았다면 더는 진실이 알려지지 않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의 연속이었으니 영화보다 극적이라고 말할 수밖에요."

이전에도 자신의 영화를 보고 운 적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울었던 것은 이번"이라는 말도 털어놓았다.

"이전에 울었던 것이 기억은 안 난지만, 제일 많이 운 것은 이번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 눈물이 많아졌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통제를 못하고 나오는구나' 생각할 정도로 울다가 보다가, 또 울다 가 보다가 했었죠."

만들어진 완성본을 보고 기분 좋았던 마음을 밝힌 김윤석은 "무엇보다, '감독님이 다 놓치지 않고 담아냈구나. 치우치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맡은 역할이 필요했던 만큼의 몫은 한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두가 분량에 상관없이 자기 몫을 했죠. 인물이 많은데 카메오처럼 원맨쇼를 하고 빠지는 느낌이면 안 되잖아요. 모두가 제 역할을 했다는 데에서 동료의식을 느꼈고, 또 고마웠어요"라고 덧붙였다.

'1987' 시나리오 초고를 봤을 때부터 자신에게 박처장 역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보나마나 그 역할을 줄 것 같았어요"라고 옅게 웃어 보인 김윤석은 "일단 제일 많이 나오죠. 또 가장 강력한 대항마, 대항하는 소시민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캐릭터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 한 몸 불살라서 (악역 연기를) 하기로 했죠"라고 말했다.

"사실 초고 단계에서는 '수정된 것을 봐야겠다'고 얘기했거든요. 초고는 캐릭터가 스케치 정도 돼 있는 사건 위주였어요. '굳이 이걸 영화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있었죠. 소중하고 중요한 일을 영화로 만들 때, 다큐멘터리보다 더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다면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다듬어가면서 인물이 세밀해지고 밀도가 높아졌죠. 장준환 감독의 예리함과 섬세함이 드러났다고 봐요. 감독님이 늘 얘기했던 것이,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죄송하다'는 마음이 이 영화 전반에 걸쳐서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고요."


'엄숙한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는 "이 작품을 한 편 했다고 해서, 마치 그 시대에 열렬히 사회운동을 했던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내 김윤석은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당시 희생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마음의 빚이 있죠. 그런 마음으로는 엄숙함이 있을 것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해도 영화는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재미있어야 와서 보고, 의미와 뜻을 가져갈 수 있죠. 그것 두 개를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라는 설명을 더했다.

또 "어느 영화도 이 영화보다 스펙터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참여한 영화중에서도 가장 스펙터클하다고 생각하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자신이 연기한 박처장이 오히려 "'단순히 나쁜 악인'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김윤석은 "'타짜'의 아귀나 '황해'의 면가라면 그저 나쁜 놈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박처장은 그렇게만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를 상징하는 많은 것을 안고 가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죠"라고 짚었다.

실제 박처장 연기를 위해 그는 분장 담당자와 상의 하에 모델이 된 실존인물 사진을 갖고 똑같이 생긴 모습으로 만들어보자는 데 생각을 모았다. 이마를 넓혀 M자 모양을 만드는가 하면 머리카락을 올백 스타일로 넘기고, 마우스피스를 해서 하관 쪽을 두껍게 하는 작업을 거치며 외형적인 변신을 꾀했던 김윤석은 "가슴도 더 두텁게 덧댔고, 마우스피스를 했는데 침이 자꾸 고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발음에 제약이 와서 나름대로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정확하게 발음을 구사하려고 혼자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라고 전했다.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부터 화제를 모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대사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워낙 유명한 말이고 당대의 최대 유행어였죠. 그것으로 연극이 만들어질 만큼 아이러니한 상황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했고요. 그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이게 말이 되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고 그랬었고요. 제가 '탁 치니 억', 그 말을 제 입으로 뱉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또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많이 웃었거든요.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말이 너무나 유치하고, 너무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어요. 아이러니한 상황을 생각하며 연기했고, 추임새를 넣으면서 동의를 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고도 했고요. 그 시대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매 순간 임해왔던 결과물이 이제 극장을 찾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김윤석은 "당시를 잘 모르는 세대에게 이 영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싶죠. 잠시 잊고 있던 자유의 가치를 생각하게 해준다면 그것으로도 좋다고 생각할 뿐이에요"라고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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