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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유망주들, '김연아 언니 보면서 스케이트 탔어요'

기사입력 2009.01.07 05:19 / 기사수정 2009.01.07 05: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스케이팅, 이제 인기 종목? - 하

대중적인 스포츠는 다양한 선수들이 이끌어 간다.

지난 상편에서 '피겨스케이팅의 거품론'을 언급해 봤습니다. 김연아가 은퇴하면 한국피겨스케이팅의 인기는 다시 사그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에 대한 시선만 줄기차게 비칠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조명을 비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연아에게 열광하는 사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선수들은 음지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있었던 AOI(Angels on Ice) 자선 아이스쇼는 국내 유망주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대회였습니다. 아이스쇼가 끝나고 나서 많은 이들은 피겨 꿈나무들에게 호기심어린 관심을 보냈습니다.

이들 선수들은 모두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일수록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요. 이 선수들이 세계무대에 하나 둘 씩 도전해 나갈 때, 한국피겨는 본격적인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 대회에 단 한명의 선수가 아닌, 두세 명의 선수가 나란히 참가하면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나이가 어려질수록 선수들의 성장세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대거 빙판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피겨지도의 체계도 예전보다 많이 발전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스케이팅 기술과 표현력 등을 가르치는데 알가견이 있는 북미지역과 점프를 비롯한 기술의 노하우가 풍부한 일본 등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개선돼야 할 부분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속속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피겨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은 것은 이들 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종합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들

김연아가 없는 국내무대에서 항상 1인자의 자리를 지켜온 선수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김나영(19, 연수여고)은 김연아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선전하는 선수입니다.

김나영의 장점은 점프에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토룹과 살코 등 쉬운 점프들을 트리플로 뛰고 있는데 반해 김나영은 플립과 러츠 점프를 구사하며 다른 선수들을 압도해왔습니다. 기술적인 난이도와 프로그램의 구성에서 아직도 김나영을 따라올 국내 선수들은 드뭅니다.

작년 11월 초에 있었던 국내 랭킹전에서 김나영은 여자 1그룹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해 소중한 경험도 얻었지요. 종합선수권을 앞두고 점프의 컨디션과 감각도 좋은 편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완벽하게 재현한다면 김나영은 이번 국내 내셔널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선수는 바로 윤예지(14, 과천중)입니다. 지난해 초, 트리글라프트로피 노비스 부분에서 우승하며 '포스트 김연아'로 불렸던 윤예지는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서의 부진을 털고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윤예지는 2008 전국회장배랭킹전에서 김나영의 뒤를 이어 여자 1그룹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트리플 토룹과 살코가 안정감을 찾았으며 주특기인 스핀은 물이 올랐습니다. 또한, 스파이럴도 좋아진 윤예지는 최근 트리플 5종 점프를 마스터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경기에서 트리플 러츠와 플립은 물론, 룹까지 프로그램에 배치시켰다는 윤예지는 성공률도 좋았다고 합니다. 언제나 트리플 5종 점프를 마스터하는 것을 일차적인 꿈으로 두었던 윤예지는 마침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냈습니다.

이번 전국종합대회는 자신의 점프를 시험해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지난달에 홍콩에서 있었던 아시안트로피 대회 주니어 여자 싱글 부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윤예지는 이번 대회에서 새로 완성한 트리플 점프를 모두 뛴다면 14세의 어린 나이에 국내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나 성적을 떠나서 자신이 갈고 닦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지독한 노력파로 소문난 윤예지는 자신이 흘린 땀을 보상받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주목할 선수가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과 근성 등 모든 면을 볼 때, 가장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곽민정(15, 평촌중)입니다. '점프 요정'이라 불릴 탄력적인 점프를 구사하는 곽민정은 점프에 필요한 순발력과 파워, 여기에 스피드마저 지녔습니다. 그리고 유연성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점프와 스핀의 질이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바로 곽민정입니다.

어린 나이에 가장 어려운 토 점프인 러츠를 트리플로 마스터한 곽민정은 연습 중에 트리플 5종을 성공시킨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아직도 롱 에지로 나타나는 플립을 교정하는 일이 곽민정의 과제입니다. 또한, 트리플 러츠의 성공률을 높이고 살코와 토룹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곽민정은 재작년부터 어려운 난이도의 프로그램을 꾸준하게 수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노력의 결실은 작년에 맺어졌습니다. 곽민정은 200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습니다. 곽민정은 2008 주니어대표선발전에서 신나희(18, 대구경명여고), 김현정(17, 군포 수리고), 그리고 윤예지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주니어그랑프리 3차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죠. 이 성적으로 곽민정은 이번 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습니다.

주니어월드의 경험은 곽민정에게 큰 성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국내대회보다 국제대회의 참가는 선수들의 기량을 성장시키는데 큰 영향을 줍니다. 한국피겨스케이팅의 전성기를 이끌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곽민정입니다.

곽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시니어부가 아닌, 주니어부에 참가하게 됩니다. 7급과 8급 선수들이 시니어 부에 배정을 받았지만 곽민정은 아직 6급 선수이기 때문이죠. 작년 겨울에 있었던 승급시험에서 곽민정은 아깝게 7급 시험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곽민정은 국제대회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2008 아시안트로피 주니어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고 종합 2위를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두 번의 트리플 러츠를 비롯한 다른 점프들을 랜딩시키고 나머지 요소들도 무사히 펼친다면 주니어 월드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됩니다.

곽민정이 참가하게 될 여자주니어부에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박소연(11, 나주초)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기대가 모아지는 선수입니다. 발전하는 속도가 원체 빠르기 때문이죠.



박소연은 아직도 11세의 어린 선수입니다. 그러나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면 어린아이인 것을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습니다. 점프의 탄력과 스케일도 뛰어난데다가 체력마저 강해 '토털패키지'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것이 박소연의 장점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박소연의 과제는 실전경기에서 트리플 살코를 랜딩시키는 것입니다. 점프를 익히는 기간이 매우 빨라서 트리플 5종 점프 완성도 목표로 두고 있는 박소연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까지 지녔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박소연과 함께 주니어 부에 속한 서채연(12, 가동초)과 김해진(11, 관문초), 그리고 이호정(11, 남성초)등도 모두 재능과 가능성이 풍부한 유망주들입니다. 김연아와 세계적인 스케이터들의 경기만 봤다가 이들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김연아의 화려한 경기는 완성된 결정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피겨유망주들의 경기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참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듯, 한국 피겨의 미래는 절대 어둡지 않습니다.

인기종목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지름길은 열려있다.

피겨스케이팅이 인기종목으로 자리 잡은 일본은 튼튼한 내실을 바탕삼아 유망주들을 대거 발굴해내고 있습니다. 표현력과 스케이팅 기술을 제외한 점프와 기술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일본 주니어 선수들이 뛰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선수들에게 강력하게 도전할 수 있는 스케이터들이 바로 우리의 피겨 꿈나무들입니다.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한국피겨스케이팅의 저변은 점점 탄탄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인기종목으로 가는 지름길도 생기겠죠.

김연아는 스케이팅을 타는 궁극적인 길도 열어두었습니다. 성적과 기록을 떠나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하게 피겨를 타는 것이 값지다는 것을 말이죠. 어린 피겨유망주들의 목표를 들어보면 의외로 놀란 점이 많았습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감동을 주고 싶은 스케이터가 되고 싶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진 = 김나영 (C) 남궁경상 기자, 김연아, 곽민정, 윤예지, 박소연, 이호정, 김해진 (C)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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