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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신' 뉴캐슬 기븐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09.01.05 11:32 / 기사수정 2009.01.05 11:32

함준우 기자



[엑스포츠뉴스=함준우] 축구선수들에게는 팬들이 붙이는 재미난 별명이 많다.

이런 별명은 흔히 라이벌 팀의 싫어하는 선수나 축구 외적인 가십거리를 만드는 선수에게 많이 주어진다. 일본의 야나기사와는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 먹으면 팬들에게 '후지산 대폭발 슛'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고, 지금은 세계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른 '2008 발롱도흐 수상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나우두도 너무 개인중심의 플레이를 한다는 말로 '혼자운동' 등의 짓궂은 별명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편, 정말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는 팬과 언론을 더불어 최고의 찬사가 붙기 마련이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여주었던 잉글랜드의 오웬이 '원더보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을 받은 것을 비롯해 반 바스텐, 바티스투타, 쉐브첸코, 반 니스텔루이 등의 리그를 평정했던 스트라이커들은 '득점기계'라는 별명을 얻곤 했다.

별명은 진화해서 첼시의 디디에 드록바, 레알 마드리드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 그리고 뉴캐슬의 셰이 기븐 같은 경우는 무려 이름에 '신'이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그 중 최근 가장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은 바로 '기븐신', 뉴캐슬의 셰이 기븐이다.

사실 골키퍼로서 팬들의 큰 주목을 받는 스타선수가 되거나 큰 상을 받기는 힘든 일이다. 구소련에 유럽컵 트로피를 안기고 1963년 발롱도흐를 수상한 야신,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트레블'을 안긴 주역 피터 슈마이켈, 그리고 2002년 월드컵에서 신들린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독일의 준우승을 이끌고 골든볼을 수상한 올리버 칸 정도가 반례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팬들은 골을 많이 만들어내는 공격수와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내거나 센스 있는 패스로 경기를 운영하는 필드플레이어를 더 선호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기븐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신'이라는 호칭을 붙을 정도의 인기를 끌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빅팀들과 연결되며 루머를 만드는 것일까?

셰이 기븐은 1994년 블랙번 로버스에 입단하면서 선수 생활을 시작, 스윈든 타운, 선덜랜드를 거쳐 다시 블랙번으로 돌아온 뒤 97/98 시즌부터 뉴캐슬에 합류해서 지금까지 12시즌을 뉴캐슬에서 뛰고 있다.

기븐의 경우 야신이나 칸과 포지션은 같지만 그들과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야신과 칸은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이 우승 내지는 준우승 등의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이바지했다. 야신이 활약을 하는 동안 구소련은 유럽축구계의 강자로 군림했고, 칸은 독일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낸 시간 동안 팀과 함께 수많은 트로피를 따냈고 2008년에 명예롭게 은퇴했다.



그러나 기븐의 소속팀 뉴캐슬은 기븐의 입단 이후 12년간 따낸 트로피라고는 2006년 인터토토컵이 전부이다. 더욱이 뉴캐슬은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보드진의 인내심 부재로 인한 잦은 감독 교체의 진통을 겪으며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거기에 외부적인 악재들도 겹쳐서 그들의 성적표는 팬들을 절로 한숨 쉬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뉴캐슬의 형편없는 상황과 경기력, 그리고 형편없는 성적은 오히려 기븐의 인기와 실력(?)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물론 뉴캐슬이 '잘나가던 시절'에도 기븐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뉴캐슬은 01/02 시즌 4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었고, 03/04시즌에도 5위를 기록하며 유에파컵에 진출하는 등 성적이 좋았던 당시에도 뉴캐슬의 주전 골키퍼는 기븐이었고, 기븐은 언제나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믿음직한 수문장이었다.

그러나 과거 2000년대 중반의 뉴캐슬의 브램블, 붐송, 바바야로가 자리했던 수비진이 그야말로 '자동문'의 모습을 보여주고 대량 실점을 하면서 리그 14위로 추락한 04/05 시즌부터 기븐의 선방은 더욱 빛을 발했다.

뉴캐슬의 수비진들은 견고해야 할 수비상황에서 '정신줄을 놓는' 모습이 빈번했고 뉴캐슬의 골키퍼인 기븐이 최종적으로 공을 잡는 상황은 계속해서 발생했다. 뉴캐슬 팬들은 악몽을 가져다주었던 '3B라인'이 다 추억으로만 남길 바라지만 뉴캐슬은 올 시즌에도 수비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서도 뉴캐슬 수비진이 리버풀에게 완전히 뚫려 1-5의 참담한 패배를 당하는 동안 기븐은 미칠듯한 선방을 선보이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으며, 5골을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세탄타스포츠' 기준 평점 9.5을 받았다. 또한, 기븐은 헐 시티와의 FA컵 경기에서도 허술한 뉴캐슬의 수비진을 커버하면서 지오반니를 중심으로 한 역습을 잘 막아냈고 끝내 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다.

이렇게 수비진의 불안만큼이나 성적이 좋지 않은 뉴캐슬이지만, 기븐의 출장경기 수가 적은 시즌에는 더욱 성적이 좋지 않았다. 기븐이 2006년 9월 말론 헤어우드에게 당한 장기부상으로 22경기만을 출장한 06/07시즌에 뉴캐슬은 13위를 기록하고 47실점했으며, 05/06시즌의 7위에서 6계단이나 하락한 최종 순위를 기록했다. 또 19경기만을 출장한 07/08시즌에는 12위를 기록했고 무려 65실점했다.

그리고 기븐은 현재 거의 매 경기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바쁜 골키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비진이 많은 슈팅을 허용하기에 기븐은 더욱 많은 선방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기븐의 '신들린 듯한 선방'은 자연스레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어쩌면 국내 축구팬들이 기븐에게 보내는 성원은 순수한 응원이라기보다는 뉴캐슬 수비진에 대한 조롱에 대한 반대급부, 뉴캐슬의 선수진이 가져오는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의 안타까움, 허술한 수비진에 바빠하는 기븐에 대한 동정심 등이 섞인 복잡한 감정일 것이다.

뉴캐슬의 팬이 아닌 사람들은 뉴캐슬의 역사적인 자동문 수비에 조소를 보내면서 기븐이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즐길 것이다. 뉴캐슬의 될듯하면서도 안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팬들은 군계일학의 활약상을 펼치는 기븐의 존재에 그나마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한편 감정이입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팬이라면 비디치와 퍼디난드 조합과 테리와 카르발료 조합 뒤의 반데사르와 체흐를 부러워할 기븐을 불쌍히 여기며 응원할 것이다.    

실점률로만 따지면 '들어간 골을 밖으로 쳐낸' 맨유의 로이 캐롤보다 못할지 모르는 셰이 기븐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키퍼이다. 그리고 그런 최고의 골키퍼가 있음에도 웃지 못할 상황을 보여주는 뉴캐슬은 축구팬을 위한 하나의 '희극'이지 않을까.



함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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