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프로듀서 겸 작곡가 김형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화교류의밤 공연을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김형석은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소예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공연(한중 문화교류의 밤)'을 중국 중앙음악학원 원장 위펑과 함께 공동 연출했다.
행사가 끝난 뒤 김형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화행사이기도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이 중요한 의제이기에 정치적인 상황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는, 쉽지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합의 하에 치뤄야하는 행사다 보니 외교와 의전 실무진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며 "공연 자체를 준비하는 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지만 불이 꺼지고 음악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 음악회장은 또 다른 세상이 돼 있었다"라며 음악으로 하나 됐던 행사 광경을 묘사했다.
또 중국 측 예술감독에게 민간 차원 음악페스티벌을 함께 하면 어떻겠냐는 의사를 조심스레 받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형석은 "한중 관계가 아직은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문화를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한발 한발 서로에게 다가가다 보면 멀지 않은 때에 함께 어깨동무를 하지 않을까"라고 양국 관계 개선에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김형석 소감 전문.
떠나갈듯한 박수속에 한중 두나라의 정상내외분이 입장하고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적막.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의 트럼펫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마법에 사로잡혀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작곡가로서 디렉터로서 내 손을 떠나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때는 예쁜점보다는 미운점이 더 보인다. 그것이 사람 심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무대의 걱정을 내려놓고 편안해지는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문화행사이기도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이 중요한 의제이기에 정치적인 상황이 고려되지 않을수 없는, 쉽지않은 행사였다.
선곡을 어떤곡을 할 것인가.
또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가.
공연이 길어져도 되는것인가.
한중 정상의 동선은 어떻게 할것인가.
그때 무슨 음악을 내보낼것인가.
영상에 민감한 부분은 없는가.
양국의 합의하에 치뤄야하는 행사이다 보니. 그리고 양국의 정상이 참가하는 무게감이 있으니, 양국의 외교와 의전 실무진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다보니 공연 자체를 준비하는 나도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었지만, 주장해야할 것은 굽히지 않아야하는 행사였다.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나 해야할까.
하지만 불이 꺼지고 음악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 음악회장은 또다른 세상이 되어있었다.
그 쉽지않은 과정과 결정속에서도 우리는 하나된 결과를 이루어냈고.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어주는것 만으로도 서로의 고생을 치하하며 감사하기 충분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중국측 예술감독을 해주신 유명한 인사께서 다음에는 민간 차원에서 음악페스티벌을 같이 해면 어떻겠냐는 의사를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심전심.
서로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것.
음악만한게 또 있을까.
상투적인 표현이라는거 안다. 하지만, 내가 그리고 우리 한중 스태프들이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저 말 밖에 없다. 서로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것. 음악만한게 또 있을까.
공연이 끝나고 난 지금. 고조된 기분과 용기를 빌어 고생하신 문화부, 외교부, 재중 한국문화원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분들 덕택에 많은것을 배웠고, 나를 더 도전하게 만들어주셨다. 그분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차분히 조율하며 원하는 결과에 도달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이었다.
한중 관계가 아직은 다 풀린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문화를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한발 한발 서로에게 다가가다 보면, 멀지않은 때에 함께 어깨동무를 하지 않을까.
이런 어린아이같은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밤이다.
북경인민대회당 앞 광장의 차가운 공기가 뺨에 닿는다. 기분이 좋다.
덧) 다시 읽고 보니 첫 문장에 '떠나갈듯한 박수'라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중국 관객 한국 관객 할것 없이 양국 정상 입장에 핸드폰 들고 사진 찍느라 박수 소리는 작았다.
am8191@xportsnews.com / 사진=김형석 인스타그램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