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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의 격투사담] 충격, 충격, 충격의 K-1 Dynamite! 2008

기사입력 2009.01.02 00:35 / 기사수정 2009.01.02 00:35

남기엽 기자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말이 안 나온다"

무사시 대 무사시 경기 뒤 입이 쩍 벌어진 한 일본 팬의 표정이 지금 속속 들려오는 경기 결과를 대변해주고 있다.

투기 종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격투기'로 인정받는 종목 중 인기있는 종목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상대를 가능한 재기불능에 빠뜨리지 않는 선에서 거의 모든 기술을 사용 가능하게 한 '종합격투기'와 서서 싸우는 '입식격투기'.

과거에도 이 두 스포츠 간의 대결은 있어왔다. 그 과정에서 종합격투기 선수인 퀸튼 '램페이지' 잭슨은 K-1 선수 시릴 아비디를 격파하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K-1도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다. K-1 선수였던 미르코 크로캅은 아예 종합격투기 전장이던 'PRIDE'로 이적해 많은 강자들을 이기며 정상급에 올라섰다.

이런 맥락에서 'K-1 Dynamite!! 2008'에서도 종합 vs 입식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입식 룰로 싸우는 만큼 홈그라운드인 입식 선수들이 이길 것을 전제하는 가운데 종합에서 뛰던 선수들이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

시작부터 결과는 충격이었다.

종합격투기 선수인 '분쇄기' 카와지리 타츠야는 '입식의 전설' 타케다 코조를 맞아 시종일관 몰아부치며 안면에 훅을 난사했다. 다케다 코조는 장기인 로우킥을 몇 발 날리기도 전에 다운을 당했으며 그 뒤 플라잉 니킥에 또 다시 다운당하고 결국 KO패했다.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일견 이해할 수 있다. 다케다 코조는 입식계의 전설이긴 하나 전성기가 한참 지났다. 이미 신일본 킥복싱 무대에서도 정상의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그리고 카와지리 타츠야는 인터뷰에서부터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주기 위해 이 시합에 응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벼르고 벼렀다. 비록 뛰던 무대가 다르더라도 선수의 활동 시기, 그리고 의지, 노력에 의해 결과가 뒤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로 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진정한 '업셋'은 그 다음에 이루어졌다. 바로 한 달도 안 된 K-1 WGP 결선에서 '살아있는 전설' 피터 아츠를 격파하며 준우승까지 한(비록 반칙으로 박탈됐지만) 바다 하리가 오브레임의 펀치에 그대로 주저앉으며 KO패 당한 것.

사실상 K-1을 이끌어갈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괴물' 세미 슐츠를 꺾으며 한창 물이 오를대로 오른 피터 아츠를 KO패시킨 하리가 오브레임에게 '입식룰'로 질 것을 예상하는 이는 정말, 정말, 정말 없었다.

이어 펼쳐진, 또 다른 '서커스 매치'라며 비아냥을 들었던 '무사시 vs 무사시' 대결. 이 대결에서는 K-1 준우승 2회에 빛나는 무사시가 종합격투기 선수 게가드 무사시에게 무참히 KO패 당했다. 이 역시 다이나마이트 전반을 지배했던 '업셋' 연쇄작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체급도 한참 아래이고 타격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태생이

종합격투기인 게가드 무사시가 일본인 무사시에게 이기리라고 예상한 이도 '당연히' 많지 않았다.

그 뒤 펼쳐진 '마크 헌트 vs 멜빈 마누프' 이 경기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경기였다. 기자는 그리 쉽게 '말이 안 된다'라는 극단 형용 표현을 쓰지 않는다. 살펴보자.

멜빈은 팀 동료인 바다 하리를 따라 일본에 놀러왔다. 경기하러 온 게 아니라 예년처럼 그저 관광온 것이다. 그는 K-1의 굵직한 이벤트가 있을 때면 언제나 팀 동료를 따라 놀러 왔다. 작년 K-1 WGP SEOUL에서도 한 호텔에서 빈둥대며 여유있게 휴식을 즐겼다. 그런데 마크 헌트의 상대였던 제롬 르 밴너가 독감으로  결장하게 되자 급하게 오퍼를 받고 경기에 나섰다.
 
결과는?

헌트가 멜빈 마누프에게 경기 시작 1분도 안 돼 KO 패당했다.

헌트는 다리가 풀렸다. 헌트가 펀치로 실신한 적은 필자가 알기에는 입식, 종합 무대 통틀어 단 한 번도 없다. 게다가 헌트는 K-1 결선 무대에서 우승까지 거둔 정통 입식 파이터이고 멜빈은  입식도 간간히 뛰지만 종합격투기 무대를 주 전장으로 하는 파이터다.

사실 기자는 K-1 주최측이 짠 이번 다이나마이트 대진표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비록 '서커스 매치다' '개그원' 등의 비아냥도 많았지만 연말 이벤트에 이 정도의 이벤트는 충분히 허용 가능하다 봤고 또 어느정도의 이변도 일어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일 줄은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다이나마이트 경기결과를 맞힐 확률은 로또복권 5장을 사서 1~5등을 거두는 것만큼 힘들다) 반칙을 저질렀던 하리가 한 달도 안 돼 출전했던 것만 제외한다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적절한 융합 이벤트였다.

이렇게 쏟아진 이변 덕분에 아오키 신야가 '사실상 최강자'였던 에디 알바레즈를 잡아낸 것은 아쉽게도(?) 전혀 주목받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최홍만과 미르코 크로캅의 대결은 크로캅의 로우킥 카운터에 최홍만이 쓰러지며 경기가 끝났지만 경기 수준은 기대에 못 미쳤다. 최홍만의 경우 격투 스킬보다 압박감에서 먼저 벗어날 필요가 있다.

K-1은 이로써 '서커스 매치'라는 세간의 비판에 '봐라, 이것이 바로 격투기다'라며 호소할 수 있게 됐지만 스타들을 여럿 날린 것이 가장 큰 문제다. K-1이 자랑하는 입식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그것도 너무 처참하게 밀리면서 향후 매치업 구성에 대단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향후 K-1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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