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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지나칠 수 없는 스케이터, 안도 미키

기사입력 2008.12.19 03:34 / 기사수정 2008.12.19 03: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2009 SBS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막을 내린지도 닷새가 지났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에 대한 여러 가지 사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시니어 여자 싱글 부분에서 최하위에 그친 안도 미키(21, 일본)입니다.

기자 프레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때, 주변은 온통 일본에서 온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그들 대부분들은 거의 아사다 마오(18, 일본)에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 난 뒤, 일본 취재진들은 모두 들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흥분에 들 뜬 목소리가 프레스를 가득 메울 때, 내심 아쉬운 심기가 커진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이 모두 아사다 마오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을 때, 2007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안도 미키는 최하위에 쳐져있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선수는 쓸쓸하게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부상의 악몽이 찾아오면서 지는 해가 되다

일본 기자들에게도 안도 미키는 서서히 '지는 해'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여러 선수가 출전했지만 안도 미키는 이미 그들의 관심권에서 제외됐습니다. '쿼드러플 살코'를 뛴다고 해도 김연아를 이길 수 없는 점이 그랑프리 1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잘못된 점프를 고치려고 노력한 점은 분명히 고무적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왼쪽 다리 근육 파열을 비롯한 각종 부상이 덮쳐왔습니다. 이 시점을 계기로 안도 미키는 점프력과 각종 기술들이 예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와 파이널에서 나름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문제는 점프의 회전수와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안도 미키는 무려 4개의 점프에서 다운 그레이드를 당했습니다.

한두 개도 아닌 네 개의 점프에서 다운을 받았다는 점은 제대로 뛴 점프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첫 번째로 시도한 쿼드러플 살코는 3회전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전매특허인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도 시도했지만 연결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회전수도 부족했습니다.

다운 그레이드를 받은 나머지 두 점프인 트리플 러츠 + 더블 룹 + 더블 룹과 트리플 플립도 엉성했습니다. 연습 때는 줄곧 점프 성공률이 높았던 안도 미키는 실전에 들어서며 점프의 완성도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부상을 극복하면서 점프에 대한 감각과 높이를 살려보려고 애썼지만 안도 미키는 끝내 이것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쿼드러플 살코에 대한 의지는 좋았지만 나머지 점프들에 대한 보완이 더욱 필요했었습니다.

새 프로그램에 대한 안무와 표현력도 예전에 비해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담코치인 모로조프와 제기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점프들을 올바르게 교정시키고 보다 나은 선수로 거듭나고자 했지만 잘못 들여온 버릇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떨어진 힘과 높이를 극복하는 것은 원숙미 넘치는 표현력

안도 미키는 부상 이후, 점프의 힘과 높이가 예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상에서 재활하기 위해 수많은 눈물을 흘리며 스케이트를 탔다는 안도는 자신이 부활할 기폭제로 '쿼드러플 살코'를 내세웠습니다.

여자 싱글 선수로서 4회전 점프를 시도한다는 자체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쿼드러플 살코'가 안도 미키를 되살릴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부분 여자 스케이터들이 20대를 넘기고 전성기가 지나고 나면 표현력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부상을 극복하고 점프의 질을 살리는 것에 매진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낮아진 점프력과 떨어진 파워를 보충하려면 스케이팅의 예술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합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축적되면 한 동작을 움직이더라도 예전과는 다른 연기력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제2의 전성기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1위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팬들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호소력 짙은 연기를 펼친다면 팬들은 물론, 자지자신에게도 만족할 수 있는 연기력을 펼치게 됩니다.

기술이 전성기 때에 비해 떨어지면 원숙미 넘치는 연기는 이전보다 풍부하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현력도 점프가 잘 돼야만 가능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피겨의 모든 것을 점프에만 규정짓는 것은 결코 좋지 않습니다.

피겨를 하면서 수많은 고초를 겪은 안도 미키는 더 이상 점프와 기술에만 얽혀져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안도 미키는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했다는 자체로도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고난도의 기술을 시도해봤다는 의미에 무게를 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점프력이 예전만 못하다면 방향성을 바꿔서 피겨의 예술적인 측면을 살리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현재, 여자 싱글 시니어 무대는 일본과 한국이 경쟁하고 있지만 주니어 부분은 미국 선수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주니어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한 베키 브레스윌(18, 미국)은 피겨 팬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는 멋진 연기를 펼쳤습니다.

점프력의 완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표현력과 스케이팅 기술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다른 부분으로 대체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입니다. '지는 해'는 ‘떠오르는 태양’보다 강렬하지는 못하지만 저녁 빛 노을이 나타나는 운치가 존재합니다.

기술적으로 전성기보다 떨어진 스케이터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완했는가를 안도 미키도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 = 안도 미키 (C)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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