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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정해인, 초연함을 되새기는 지금

기사입력 2017.11.26 16:30 / 기사수정 2017.11.26 16:2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2014년 데뷔 이후 2017년 지금까지, 한 작품씩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더해가며 성장해왔다. 데뷔 2년 차에 주연으로 나섰던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 역시 정해인에게는 소중한 작품 중 하나다.

정해인은 23일 개봉한 '역모-반란의 시대'에서 조선의 왕을 노리는 역적 이인좌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해 나선 조선 최고의 검 김호 역을 연기했다. '역모-반란의 시대'는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하룻밤, 왕을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검 김호와 왕을 제거하려는 무사 집단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신인 배우가 주인공을 한 영화이고, 다른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예산이었는데 개봉을 2년 반 만에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놀라워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여러 사람이 많이 고생했어요. 아쉬움도 있죠. (작품을 보면서) '왜 저렇게 했지, 이렇게 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것들이요. 데뷔 1년 후에 찍었던 영화인데, '겁도 없이 연기를 과감하게 했구나' 싶더라고요. 지금은 계속 작품을 하다 보니 겁도 나고 또 두려워지는 것이 생겼는데, 그 때는 몰라서 더 용감했던 것이 지금 반성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됐죠."

'역모-반란의 시대'는 지난 2015년 7월, 가장 더웠던 여름 촬영이 진행됐다. 실제 정해인도 촬영 중 세 번이나 탈진을 해 쓰러졌을 정도다. 대부분의 촬영이 밤에 이뤄져 화면상으로는 더위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500ml 생수를 10병정도 마셔도 부족했을 만큼, 체력적인 소모가 컸다.

정해인은 "밤에 찍었기 때문에 화면으로 보면 시원해 보여요.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액션을 해야 하니 정말 힘든 시간이었죠. 탈진해서 쓰러졌던 것도, 옥사 신을 찍을 때가 제일 힘들었거든요. 몸을 지키기 위해 살려고 싸우는데, 싸움의 목적이 점점 바뀌는 곳이죠. 야외에서는 찍는 것은 한정돼있는 것에 비해 세트 안에서는 잠을 안자고 계속 해야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당시가 내적, 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촬영 중 카메라 감독이 부상을 입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정해인 역시 액션 신을 연기하며 오른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2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흉터는 아직도 정해인의 손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정해인은 "상처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나요. 훈장 같은 영화가 될 것 같네요"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생했던 기억도 크지만, 그만큼 '역모-반란의 시대'는 몽둥이, 활, 검 등 다양한 무기들로 고난도 액션을 경험한 것을 비롯해 함께 한 선배, 동료 배우들과의 시간 등 많은 것을 느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첫 주인공을 말도 안 되는 위치에서 시작해서, 선배님들 덕을 엄청 많이 봤어요. 극을 이끌어 가야 되는 주인공의 위치가 단순히 연기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죠. 주인공이 해야 될 연기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고 배웠고, 현장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이원종, 조재윤, 김지훈 선배님이 계셔서 정말 감사했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군대를 포함해 '역모-반란의 시대'를 찍던 한 달 반이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한 정해인은 "두려웠지만, 그 때여서 오히려 가능했던 것 같아요. 대본을 보자마자 '어느 누가 하든 엄청난 고생일 것 같은데, 이 액션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만약 지금이었으면 사실 고민이 됐을 것 같아요. 감독님의 엄청난 모험이었다고 생각해요"라고 자신을 선택해 준 김홍선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데뷔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2014년 '백년의 신부'를 시작으로 '삼총사'(2014), '블러드'(2015), '그래, 그런거야'(2016)에 이어 '불야성'(2016)과 최근 종영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드라마를 비롯해 올해는 '임금님의 사건수첩'과 '역모-반란의 시대' 등 스크린에서도 모습을 비췄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종영 이후에도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쉬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라고 웃어 보인 정해인은 "이것도 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해요. 앞으로 하는 작품이 잘 안 될 수도, 또 잘 될 수도 있겠죠. 계속 묵묵히 꾸준히 해 나가려고요. 그래서 조금 더 초연해지려고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27살에 데뷔한 정해인은 올해 서른 살로, 이미 대학교 졸업과 군대의 의무까지 모두 마쳤다. 늦은 데뷔라는 이야기에는 "보통 사회 초년생들이 일을 시작하는 나이와 같다"고 하면서도, 배우로서는 "앞으로는 열심히 연기할 일만 남았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제가 다른 배우 분들보다 시작이 늦은데,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저는 이 세계에서 버틸 수가 없어요. 비교하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작아질 뿐이에요. 저와 또래이거나, 또 저보다 어린 나이에 성공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죠. 제 좌우명이 '행복하자'인데, 그 뜻은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된다'는 것이에요. 그럼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을, 제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 보이거든요. 지금 이렇게 작품을 통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자체도, 제게는 꿈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 중 하나인 것이고요."

단단하게 자신을 다잡아 나가려는 의지는 담담하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정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천천히 나아가면서, 연기적인 질타도 많이 받고 싶죠. 좀 더 부딪히고 깨져 보면서 단점들을 메울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겠어요. 확실한 것은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되거든요. 작품을 할 때 시청자 입장으로 본방송을 보고, 끝나고 나서는 한 발자국 뒤로 떨어져서 시청자 입장에서 한 번 더 봐요. 스스로만 보면 필터를 못하는 게 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뭐가 좋았고 뭐가 이상했는지 다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보완하고,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씩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행복하자'라고 얘기했던 자신의 좌우명처럼, 앞으로도 정해인은 "천천히, 시청자와 관객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시간을 향한 청사진도 함께 그렸다.

"10년 뒤에는 저를 믿고 봐주시고, 즐겨주시는 팬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잠시 일상을 떠나 연기를 보고 즐거움을 받는 분들이 있으면 좋겠죠. 악역을 연기하면 같이 나쁘게 봐 주고, 슬픈 역을 하면 같이 슬퍼해 주시고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일상을 잠시 잊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배우라는 직업이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를 보시는 분들께 좋은 서비스를 드리고 싶어요. 지금 역시 그러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연기하고 싶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스톰픽쳐스코리아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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