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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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여왕'이 흘린 눈물의 의미

기사입력 2008.12.12 23:27 / 기사수정 2008.12.12 23: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 조영준 기자]
18세의 어린 나이답지 않게 담대한 김연아를 가리켜 '강심장'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강한 정신력을 보여준 김연아였지만 12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연아가 그동안 숱한 국제 대회에 참가해오면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부상을 이겨내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시상식에 올랐습니다. 그런 김연아가 흘린 눈물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 기자 회견장을 들어오면서도 휴지로 눈가를 닦으며 입장했습니다. 얼마나 심적인 부담감이 많았는지가 여실히 나타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연아는 경기 후,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트리플 러츠에서 실수를 한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또한, 긴장을 너무 많이 했는데 한순간에 풀리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지켜 본 김연아는 다른 대회보다 훨씬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웜업 시간에 김연아는 한참 동안 빙판을 돈 뒤, 스파이럴과 안무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점프 연습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조심스러워 보였습니다.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점프를 연습할 때, 몇 번을 실패했습니다. 비록, 마지막 연습에서 깔끔하게 성공했지만 점프를 하려고 할 때,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나오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났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피겨스케이팅은 열광적인 응원을 자제할 경우도 존재합니다. 응원이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벌어지는 대회라는 큰 부담감을 가진 김연아는 홈 팬들에게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중압감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부상이 없고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김연아에게 유일한 문제점은 심적인 부담감입니다. 연일 메인 뉴스로 터져 나오는 자신에 대한 보도와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라는 타이틀은 아무리 담대한 소녀라 할지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이스쇼가 아닌 정석 경쟁대회에서는 관중들의 성숙한 응원문화가 필요합니다. 기술 하나의 실수로 승패가 좌우되는 피겨를 생각할 때, 선수들의 집중력에 해가 될 만한 응원은 자제해야합니다.

김연아에게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더없이 좋습니다. 그러나 점프를 시도하기 전에는 사소한 소리도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점프를 시도하기 전엔 되도록 응원을 자제하고 점프가 이루어지고 난 뒤, 박수를 보내는 관전 문화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규모의 큰 피겨스케이팅 국제대회가 한국에서 자주 열기기 어렵습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국내 팬들 앞에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김연아의 의지는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엄청난 부감감과 긴장을 안고 빙판에 들어선 김연아는 가장 우려됐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점프에서 최상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연습 때에 무난하게 성공시킨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원 러츠에 그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만약, 트리플 러츠가 성공했다면 70점 내외의 점수도 기대해볼만한 연기였습니다. 연습 때에 무난하게 성공시킨 러츠에서 실수를 한 부분은 김연아에게 매우 속상했을 것입니다.

또한, 엄청난 부담감과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리자 김연아는 그동안 억눌러 왔던 눈물을 순식간에 쏟아냈습니다.

김연아의 전담코치인 브라이언 오서가 말했듯, 김연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불과 0.56점 차이로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 마오에게 앞선 김연아는 자신이 정신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경험을 치렀습니다.

'피겨 여왕'의 눈물은 최고의 위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연아는 큰 경험을 마치고 더욱 성장한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국내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한 김연아는 내일 프리스케이팅에 나서 다시 한 번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합니다. '피겨 여왕'이 흘린 눈물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가 아닌, 평범한 18살 소녀가 흘린 눈물이기도 합니다.

[사진 = 김연아 (C)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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