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12 01:41 / 기사수정 2008.12.12 01:41
[엑스포츠뉴스=고양, 조영준 기자] 11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아이스링크에서는 2008~2009 SBS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파이널 피겨스케이팅 대회가 개막됐습니다. 주니어 아이스댄싱 쇼트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번 그랑프리파이널 대회는 갈라 쇼가 있는 일요일까지 진행됩니다.
대회 첫 날은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장식할 주니어 선수들의 쇼트프로그램이 벌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주니어 여자 싱글입니다.
국내 피겨 선수들의 분포도는 여자 싱글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페어와 아이스댄싱을 하는 선수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남자 싱글 선수들은 제대로 활약하는 선수가 10명 내외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90% 이상은 모두 여자 싱글 선수들입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의 등장 이후, 수많은 소녀들이 피겨스케이팅의 무대에 노크를 하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대를 이어 여자 싱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하려면 한창 크고 있는 외국 선수들에 시선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그랑프리 주니어 시리즈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 중, 아쉽게도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을 내비친 스케이터들은 속속히 등장했습니다.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멕시코시티 대회에서 한국 피겨 역사상 5번째 메달을 획득한 '점프 요정' 곽민정(14, 평촌중)은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입니다.
그리고 올 그랑프리 주니어 시리즈에서는 부진했지만 11월 초에 있었던 국내 랭킹 전에서 여자 싱글 2위를 기록했던 윤예지(14, 과천중)도 주목해야 될 선수입니다. 이 선수들이 주니어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동안, 정상권에 올랐던 주니어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총출동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후보로 손꼽힌 크리스틴 무사뎀바(16, 미국)는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 점프와 트리플 러츠 점프를 연속적으로 실패하며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쇼트프로그램 베스트 점수가 54.35에 이르는 무사뎀바는 자신의 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43.04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주니어 무대의 라이벌인 알렉세이 길스(16, 미국)는 54.24를 받아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습니다. 51.04의 점수로 쇼트프로그램 2위에 오른 무라카미 카나코(14, 일본)와는 석 점차의 리드를 지키고 있습니다.
길스는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토룹 + 트리플 토룹 점프를 성공시키고 난 뒤, 트리플 러츠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170cm가 훨씬 넘는 장신 스케이터인 길스는 자신의 유리한 신체조건을 이용해 시원하고 화려한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길스의 장점은 뛰어난 스케이팅 기술과 표현력입니다.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여자 싱글 선수 여덟 명 중, 다섯 명이 미국 선수들입니다.
여자 싱글 시니어의 무대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각축전으로 벌어져가고 있는 데 반해, 주니어 선수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국내 선수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코치들은 ‘그곳의 선수들은 스케이팅 기술이 뛰어나고 표현력은 기본적으로 모두 갖추고 있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곽민정이 동메달을 획득한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멕시코시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아만다 돕스(15, 미국)는 트리플 점프를 두 가지 밖에 구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짜인 안무와 표현력, 여기에 안정성을 가미한 프로그램을 무난하게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는 알렉세이 길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 할 수 있었습니다.
시니어 무대가 아닌 주니어 무대로 시선을 옮기면 기술의 정확성이 더욱 엄격하게 심사되고 있습니다.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를 기록한 무라카미 카나코는 시니어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국의 선배들보다 몇몇 기술과 점프는 오히려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표현력을 높이는 부분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의 난이도도 중요하지만 배점이 높고 어렵게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선수가 실전에서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의 흐름은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와 GOE(가산점)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같은 표현력이라도 얼마나 호소력 있는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GOE의 중요성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한 선수는 다름 아닌 김연아입니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김연아가 구사한 기술과 다른 선수들이 수행한 기술은 엄연히 틀립니다. 그만큼 정확한 기술과 점프를 구사한 김연아는 성공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가산점을 충실하게 챙겨왔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주니어 무대에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주니어 여자 싱글에서 미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탄탄한 스케이팅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PCS를 받을 수 있는 표현력과 안무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곽민정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다녀온 후로 '알렉세이 길스는 연기도 멋지지만 점프의 스케일이 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내의 유망주들이 알렉세이 길스나 아만다 돕스, 그리고 무라카미 카나코와 크리스틴 무사뎀바와 같은 선수들과 꾸준하게 경쟁해 가려면 'PCS를 높일 수 있는 표현력의 향상과 기술의 정확성'에 매진해야 됩니다.
현재, 그랑프리 파이널에 대한 시선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국내 유망주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려면 11일 벌어진 주니어 선수들의 무대에도 시선을 고정시켜야합니다.
[사진 = 김연아 (C) 강운 기자, 곽민정, 윤예지 (C) 조호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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