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10 02:57 / 기사수정 2008.12.10 02:57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9일 새벽에 입국하면서 2008~2009 SBS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파이널 피겨스케이팅 대회의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귀국 후, 짧은 휴식을 취하고 비공개 훈련을 가진 김연아는 오늘부터 대회 장소인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적응 훈련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9일 낮, 김연아의 전담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가 입국했습니다. 김연아와 함께 입국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미심쩍은 추측도 있었죠. 그러나 김연아 뿐만이 아닌 다른 제자들도 돌보고 있는 오서는 개인 사정상 김연아와 함께 입국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연아를 지도하는 코치로서 오서는 크게 주목받아왔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의 전성기인 80년대,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오서는 피겨스케이팅 올드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점프를 구사했었던 오서는 1984년 사라예보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러한 경력 때문에 '만년 2인자'란 명칭이 오서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드 팬들에게는 기술과 예술성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남자피겨선수로서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습니다.
오서는 은퇴 이후, 아이스쇼 투어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선수였습니다. 아이스쇼를 통해 피겨 자체를 즐기기 시작한 그는 새로운 인생을 걸어가게 됐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유망주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그는 한국에서 온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 김연아의 지도자였던 김세열 코치는 브라이언 오서에게 '트리플 악셀'을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3주간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김연아를 지도한 오서 코치는 김연아가 가진 놀라운 잠재력을 발견했습니다. 코치와 선수 간의 호흡이 잘 맞는 점을 확인한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는 내심 오서가 김연아의 코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려면 오서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세열 코치는 오서는 물론, 같은 장소에서 안무를 가르치던 데이비드 윌슨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세계 정상권에 도전하는 선수를 가르치려면 오서가 희생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른 유망주가 아닌, 김연아를 제자로 둔다면 오서는 자신의 상당부분을 김연아에게 쏟아야했습니다. 아이스쇼 투어 때문에 김연아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며 오서는 이 제의를 거절하게 됩니다.
만약, 여기서 오서 코치와의 인연이 끊어졌다면 오늘날의 김연아가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미희 씨는 물론, 김연아 스스로도 오서 코치와 일하길 무척 원하고 있었습니다.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오서의 태도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선수 출신인 점도 김연아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연아의 코치직을 권고하는 부탁은 꾸준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러던 중, 오서는 자신의 인생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순간에 봉착했습니다. 마지막 아이스쇼를 마치고 난 뒤, 마침내 김연아의 코치직을 수락한 오서는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대범한 김연아는 열린 자세로 다가서는 오서와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를 이끄는 타입은 김연아와 맞지 않습니다.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인 김연아는 창의적인 안목으로 재능들을 조합할 지도자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지도가가 김연아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수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가진 오서는 대회를 앞두고 있는 김연아에게 기량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국내 지도체계에 익숙한 선수였습니다. 또한, 학교 공부는 거의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환경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김연아가 강력하게 선수를 이끄는 타티아나 타라소바 같은 코치를 만났다면 좋은 팀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에게 창의성의 중요함을 늘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약점으로 지적된 스핀과 스파이럴은 오서 코치의 지도아래 많이 향상됐습니다. 또한, 오서 코치의 공로는 스케이팅 기술의 향상에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김연아라 하더라도 전문적인 스케이팅 기술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없는 국내에서는 이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서 코치를 만나면서 김연아의 스케이팅 기술은 눈에 띠게 발전했습니다. 결국, 최고의 스케이팅 기술을 가지고 화려한 스텝을 완성하게 됐습니다. 레벨 3을 받는 김연아의 스텝과 절정에 오른 스파이럴은 오서 코치의 숨결이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큰 경기를 앞둔 김연아에게 가장 소중한 충고를 해준 이는 바로 오서 코치입니다. 뜨거운 관심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최상의 연기를 하는데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오서는 오늘날의 김연아를 있게 한 공로자 중 한 명입니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이는 당연히 김연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김연아를 지도하고 있는 오서 코치에 대한 시선도 새롭게 조명되어야 합니다.
[사진 = 김연아 (C) 박만건 포토 프리랜서, 브라이언 오서 (C) 브라이언 오서 홈페이지, 김연아 삽화 = 조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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