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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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다른 선수, 깊게 의식하고 싶지 않다'

기사입력 2008.12.09 17:48 / 기사수정 2008.12.09 17:4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9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입국했습니다. 김연아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는 국내에 없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훈련을 마치고 경기 일정에 맞춰서 들어오는 것이 김연아에게 도움이 됩니다.

김연아가 이번 시즌에 들어서면서 좋아진 환경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두 명의 물리치료사들이 항상 따라다니며 김연아의 몸 상태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훈련 기간을 모두 캐나다 토론토에 맞춰놓은 점입니다.

전용 링크장이 없는 관계로 링크장의 대관 시간에 맞춰 훈련한다는 것은 김연아에게 큰 고충이었습니다. 그러나 실내온도가 따뜻하고 온종일 내내 훈련을 할 수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모든 훈련을 소화한 점은 김연아에게 플러스로 작용할 것입니다.

실수를 줄이는 것은 '긍정의 힘'

새벽에 입국한 김연아의 표정은 그랑프리 1차 대회인 'Skate America'와 3차 대회인 'Cup of China'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 김연아지만 힘든 점이 있으면 어느 정도는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녀의 진솔한 모습입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김연아가 자신감을 잃었던 모습은 전무했습니다.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큰 부상이 없는데다가 새로운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물이 오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Cup of China'에서 부당한 '롱 에지' 판정을 받았지만 점프의 위력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김연아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지적된 스파이럴 포지션마저 레벨 4를 받는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Skate America'에서 회전 수 부족을 지적받은 스핀도 'Cup of China'에서 탄탄하게 완성됐습니다.

여기에 올 시즌 부터 스핀이 하나 빠지는 대신 안무가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 부분도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그리고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은 최고의 결과물로 창조했습니다. 안무와 표현력에도 능한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과 확실하게 차별이 되는 안무로 그랑프리 1차와 3차 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올 시즌의 새로운 규정이 김연아보다 아사다 마오(일본, 18)에게 유리하게 지정됐다는 의견이 많았었습니다. 'e'(롱 에지)대신, '!'(어텐션 : 점프의 모호함)이 도입된 부분과 트리플 악셀의 배점이 높아진 것 등은 모두 아사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든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김연아가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규정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스핀이 하나 줄어든 공백을 김연아처럼 유용하게 활용한 선수는 드뭅니다. 뛰어난 안무로 훌륭한 프로그램을 완성한 데이비드 윌슨의 역량은 김연아를 통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수가 적어야만 이길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의 속성을 생각할 때, 기본적인 기술의 탄탄함과 뛰어난 안무로 무장한 김연아는 이번 시즌 내내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를 눈앞에 둔 현재, 김연아의 가장 큰 적은 오로지 심리적인 문제뿐입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라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점이 김연아의 가장 큰 장벽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은 다른 선수를 많이 의식할수록, 실수가 잦은 종목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와 연습을 마친 후, 가장 많이 모니터링해서 보는 경기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할 힌트는 항상 나 자신에게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스스로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면서 이루어지는 경기가 아닌 피겨스케이팅은 상대방의 전술보다 자기 자신의 허점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끼리의 싸움은 실수가 적고 안정적으로 나간 선수들이 80~90%정도로 이길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그램 난이도를 하향조정해서 참가합니다. 모험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펼치는 이유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에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려면 상대 선수의 경기도 꾸준하게 지켜봐야합니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에 있어서 상대방 선수의 경기가 참고는 될 수 있어도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기술과 점프의 난이도를 가지고 승부를 하려는 선수는 짧은 시간 동안 위협을 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난이도를 내세운다면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김연아는 꾸준하게 프로그램의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을 충분히 발휘해도 충분히 모든 선수들을 이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들은 라이벌들을 세워놓고 저울질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이러한 경쟁에 환호성을 보냅니다.

조그만 실수 하나로 승부가 엇갈리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의식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김연아는 오늘 새벽에 입국하면서 다른 선수들에 대한 의식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승부와 경쟁심을 즐기는 것은 선수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습을 마치고 난 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꾸준히 연구되고 분석되어야할 대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어야 합니다.

진정한 스케이터들은 경쟁심을 가지지만 그 중심을 스스로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그동안 다른 선수들을 의식하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김연아가 경쟁심이 없다고 답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현역 여자 싱글 선수들 중, 김연아만큼 이기고 싶어 하고 경쟁심이 강한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김연아가 가장 이기고 싶은 상대는 늘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특정한 상대를 지목하지 않고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온전히 다 하겠다'라고 줄기차게 답변한 것은 모두 자기 자신'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간단하게 말한다면 '실수를 안 하는 것'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은 모든 선수들이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싸움입니다. 그 투쟁에서 살아남으로면 궁극적으로 다른 선수가 아닌, 자기 스스로를 이겨내야 합니다.



[사진 = 김연아 (C) 박만건 포토 프리랜서, 김연아 삽화 = 조현지]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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