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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팬들, '그랑프리 파이널 에티켓 지켜주세요'

기사입력 2008.12.08 05:37 / 기사수정 2008.12.08 05:3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 잘 알고 계십니까? - 하

토론 참가자 : 오서와 보이타노(30대, 남, 프리랜서 디자이너), 격한눈팅(30대, 여, 전문 에디터), 까불이 한샘(30대, 여, 직장인), 무설탕(30대, 여, 직장인), ROI(30대, 여, 직장인), 가릉가릉(20대, 여, 프리랜서 디자이너), 연아는 맑음(20대, 여, 대학생), 프론과 새우(19세, 여, 대학생)

진행자 : 이제, 'Cup of China'에서 많은 팬들의 분노를 유발시킨 '롱 에지' 판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롱 에지’ 판정을 받은 적이 없었던 김연아 선수의 기술에 처음으로 e 판정이 떴었죠. 그것도 김연아가 가장 자랑하는 기술인 트리플 플립에서 발생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팬이 아닌, 객관적인 피겨 팬의 입장에서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프론과 새우 : 제 개인적으로 ‘롱 에지’ 판정은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만약, 김연아의 플립이 평소와 비교해서 흔들렸어도 명백히 e(롱 에지)는 아니었거든요. 또한 심판들의 채점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수는 대놓고 플러츠를 뛰어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 경우와 비교하면 김연아 선수의 채점은 너무나 가혹했다고 봐요.

정말 김연아의 팬이 아닌, 객관적인 피겨 팬의 입장에서 봐도 COC 프리스케이팅에서의 플립은 완벽했거든요. 그런데도 어텐션(! : 애매모호한 점프)을 받았다는 것은 판정의 기준이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까불이 한샘 :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김연아 팬들은 물론, 일반적인 피겨 팬들도 하나로 뭉쳤어요. 피겨스케이팅을 어지간히 보는 사람들은 ‘롱 에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죠.

진행자 : 까불이 한샘님과 무설탕님은 COC가 열린 베이징 국립체육관 특설링크에서 직접 관전 하셨는데요. 당시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무설탕 : 일단 현장에서는 롱 에지 판정을 받았는지 몰랐어요.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다음에 호텔로 가서 접속을 시도했지만 인터넷 창이 안 떴어요. 한참 후에 '죽음의 무도' 프로토콜을 확인했어요. 그런데 e마크가 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았어요. 그 사실을 현장에 간 다른 피겨 팬들에게 알려줬는데 단 한 명도 믿지 않았어요.

까불이 한샘 : 정말 김연아 선수의 팬이 아닌, 객관적인 피겨 팬의 입장에서 설명해 볼게요. 중요한 것은 김연아 선수의 베스트 스코어에 기준을 맞추는 게 아니라 동일한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의 기준을 공평하게 채점해야 한다는 겁니다. COC에 참가한 다른 선수들의 점프와 김연아 선수의 점프를 공정하게 비교해놓고 평가하면 해답은 쉽게 나올 거예요.

오서와 보이타노 : '롱 에지' 문제를 단순하게 에지에서만 보지 말고 다른 부분도 확인했으면 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플립은 캐나다 남자 싱글 선수들이 구사하는 '쓰리 턴'이거든요. 그런데 롱 에지의 잣대가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거죠. '쓰리 턴 플립'은 움직이는 속도와 동작 때문에 에지가 중립 근처로 가는 부분도 있지만 명백한 플립인 것은 사실입니다.

어텐션 마크가 도입된 것은 점프 기술이 정석에 가까운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도 크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점프의 메커니즘이 가장 충실한 선수에게 어텐션이 간 것은 큰 문제죠.

'플립 에지'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러츠 에지'만 구사하는 선수들에게는 관대한데 쓰리 턴 플립을 구사하는 선수에게 엄격하게 매겨진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힘든 점이죠. 쓰리 턴 플립은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기술이거든요. 캐나다 남자 싱글 선수들이 주로 구사하는 이 기술을 여자선수로서 김연아가 구사해왔기 때문에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은 지난 시즌까지 가산점 2점을 꾸준히 받으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COC 대회에서 롱 에지와 어텐션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프론과 새우 : 또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든 점은 COC 2주전에 있었던 'Skate America'에서는 롱 에지와 관련된 아무런 의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불과 2주가 흐른 뒤에 느닷없이 멀쩡했던 점프에 '롱 에지'가 내려진 거예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같은 선수의 점프가 2주가 지난 다음에 크게 바뀔 수가 없다고 봐요.

오서와 보이타노 : 유튜브 사이트에 김연아 선수의 플립 궤적 동영상을 올린 분이 사실은 피겨 초보 팬이시거든요? 그런데 초보의 시선에서 플립의 궤적을 그려봤더니 롱 에지가 아닌 플립이 맞는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피겨를 오랫동안 봐왔던 골수팬들은 물론, 초보팬의 시선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정리할 때, 김연아 선수의 플립이 롱 에지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한 거죠.

진행자 : 여기서 민감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사다 마오에 대한 얘기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연아에겐 아사다 마오가 아닌, 자기 자신이 제일 큰 적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라이벌 관계가 성립되면 많은 시선을 모을 수 있으니 두 선수의 구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이번 그랑프리 4차 대회와 6차 대회의 경기를 보고 느낀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무설탕 : 점프 빼고는 오히려 그랑프리 4차 프랑스 대회에서 더 잘한 것 같아요. 스핀도 그 때가 더 좋았고 스피드도 빨랐거든요.

격한눈팅 : 아사다 마오의 최고 장기라는 스텝도 일본 NHK 때보다 프랑스 대회가 더 잘했었어요.

진행자 : 점프만 빼놓은 다른 기술들은 프랑스에서 잘했다는 게 여러분들의 공통된 의견이군요. 그러나 점수는 NHK 대회 때가 오히려 훨씬 높았습니다. 총점 191점을 받았는데요. 아사다 마오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만족할만한 연기를 펼치고도 부당한 ‘롱 에지’와 ‘어텐션’ 판정 때문에 조금은 예민해진 상태인데요.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둔 두 선수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격한눈팅 : 아사다 마오가 NHK 대회를 통해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스포츠는 기술적인 완성도와 더불어 심리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정신적인 부분에서 김연아를 능가하는 여자 피겨 선수는 드물다고 여겨집니다. 이번에 롱 에지를 이겨내는 정신력도 실로 대단했어요. 쇼트프로그램에서 부당한 판정을 받았다면 프리스케이팅에서 흔들릴 수 있었어요

그러나 김연아는 COC에서 세헤라자데를 연기하면서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를 받았어요. 김연아 선수의 '강함'은 워낙 대단하지만 선수 출신인 오서 코치가 심리적인 부분도 잘 조절해 줄 겁니다.

진행자 : 피겨 팬으로서 그랑프리 파이널을 관전할 때, 지켜줬으면 하는 에티켓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질문은 모든 분들이 돌아가면서 하나씩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무설탕 : 경기 시작 전에 지나친 응원은 삼가줬으면 좋겠어요. ‘아무개 선수 파이팅!’ 하는 응원도 좋지만 선수의 집중이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격한눈팅 : 경기 도중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 터트리는 점은 늘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거든요. 선수가 경기를 할 때, 이러한 점은 삼갔으면 합니다.

오서와 보이타노 : 피겨스케이팅을 관전하면서 지켜야할 에티켓이 방송을 타고 나가면 좋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피겨를 관전하면서 지켜야 될 에티켓을 정리한 매뉴얼을 관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가릉가릉 : 경기가 끝난 다음 선물을 던질 때, 빙판이 상할 수 있는 묵직한 선물은 가급적 자제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ROI : 경기장이 좁은데 좌석을 좀 늘렸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이 입장하거나 퇴장할 때, 서두르지 말고 질서를 지키면서 천천히 움직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잘못하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연아는 맑음 : 저도 ROI님과 똑같은 얘기를 하려고 했거든요.(웃음) 경기장이 협소하니까 안전적인 문제에 모두들 조심해주시고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론과 새우 :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최적의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플래시도 주의해야 하지만 화동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작은 사탕이나 초콜릿은 링크에 던져지면 안 되겠죠.

까불이 한샘 : 경기 시작 전에 착석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좁다보니 경기 도중에 왔다 갔다 하면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관전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점프를 성공할 때, 박수를 치는 것까지는 좋아요. 하지만 트리플 + 트리플 같은 점프를 뛸 때, 점프 도중 박수를 치면 조금은 위험하니 이것도 잘 조절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한국의 피겨 관람은 외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선수들의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흔들리게 되는데 어린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면 선수들에게 해가 될 수 있어요.

아무튼 이러한 모든 부분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진행자 : 이제 마지막으로 2008 SBS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파이널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김연아 선수를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새우와 프론 : 김연아 선수가 평소에 하던 대로 자신의 길을 간다면 좋은 결과는 꼭 따라올 것이라고 믿어요. 홈에서 벌어지는 경기인 만큼, 모든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을 테니 항상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아 선수 사랑해요!(큰 웃음)

까불이 한샘 : 국내에서 벌어지는 경기인 만큼, 김연아 선수에게 부담이 많이 갈 거예요. 팬들은 김연아 선수가 1등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하지만 그것보다는 건강하게 경기를 치렀으면 합니다. 우리 팬들은 지금까지 김연아 선수에게 충분히 감동을 받아왔어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응원할 테니 파이팅 하라고 전해주고 싶어요.(웃음)

무설탕 : 김연아 선수가 가장 만족하는 경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홈에서 해줬으면 합니다. 연아야, 사랑해(웃음)

격한눈팅 : 부담감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뜻이거든요. 저는 김연아 선수가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해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담대함까지 갖춘 최고의 선수니까요.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을 올림픽에 대비해나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속에서 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공항에 마중 나갈 테니까 우리 그 때 만나요.(웃음)

오서와 보이타노 : 김연아 선수 팬들의 특징을 보면 가족적인 느낌이 강하거든요? 김연아 선수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한 것을 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가족처럼 여기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김연아 팬들을 극성맞고 소란스러운 집단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늘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시길 바랍니다.

가릉가릉 : 지금까지 열렸던 국제대회 가운데 가장 큰 대회가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이잖아요? 김연아 선수가 홈에서 치르는 첫 국제대회인 만큼, 뜻 깊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팬들은 김연아 선수다운 모습을 봤을 때, 가장 큰 감동을 받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편안하게 해줬으면 합니다.

연아는 맑음 : 김연아 선수가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것은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의미를 볼 때, 경기 자체를 즐기면서 하면 좋은 결실이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ROI :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면서 그 위치를 지키는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그릇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부담감 보다는 자신감이 더욱 커져간다고 생각하니까 자기 자신을 더욱 믿고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스링크 위에 올라가면 프로그램과 자기 자신만 있다고 생각하고 연습한 대로만 잘 해주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피겨 팬들은 성적자체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요. 늘 김연아 스스로가 말해왔던 것처럼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쳤으면 해요.

그리고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김연아 선수에게 꼭 보상해 줄 거라고 믿고 싶어요.(전원 박수와 환호성)

[사진 = 김연아 (C) 남궁경상 기자, 김연아 삽화 = 배은미]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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