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MLB가 시작되었다. 개막 경기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금 섣부른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지난 해 강세를 보였던 명문 구단 양키스와 세인트루이스가 초반부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경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렇게 MLB가 우리의 관심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박찬호의 영향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빅리그에 담금질 한 96년 이후 벌써 10년차에 접어드는 올 시즌 박찬호를 향한 텍사스의 냉소적인 시선은 접어두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도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남아 있지만 계속 된 실망에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하려는 심정, 또는 희망의 줄을 놓치 않고싶은 마음등 복잡한 마음들을 갖고 조심스럽게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코리안 리거들에겐 버팀목이다
박찬호를 비롯해서 구대성 김병현 최희섭 단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된 올 시즌 초반 레이스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박찬호에게 있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투수들의 무덤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김병현, 자칫하면 올 시즌도 플레툰 시스템의 운명에 처할 수도 있는 최희섭, 믿음은 가지만 아직 초반이라 두고 봐야 할 구대성, 그리고 마이너의 서재응, 김선우, 백차승, 봉중근과 한 번도 빅리그에 발을 담궈보지 못한 선수들까지 올 시즌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162경기의 장기간 레이스라고 하지만 우리 코리안 리거들에게는 초반부터의 활약에 따라 올 시즌 안정된 빅리그를 보장 받 듯 매 경기가 살얼음의 경기가 되고 있다.
예전의 시애틀이 아니다
LA 엔젤스만 만나면 초반부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기에 감독의 배려인지는 몰라도 첫 상대 팀은 박찬호가 강한 면모를 보였던 시애틀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미네소타와의 개막전을 치른 시애틀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작년과는 다른 힘 있고, 짜임새있는 강한 팀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5일 첫 개막전에서도 미네소타를 5 - 1 로 이겼고, 6일 2차전에서는 최고의 투수 요한 산타나가 선발로 나왔지만 1회말 산타나를 정신없이 두들기며 4득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5회초에 투수들의 난조를 틈타 7점이라는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8-4로 미네소타가 승리했지만 아드리안 벨트레와 리치 색슨의 무게 중심은 상당히 커 보였다.
이치로를 막아라
박찬호가 시애틀 전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이려면 이치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듯 하다.
6일 경기에서도 산타나는 1회말에 내야 땅볼 성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 버리는 이치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결국 송구 에러를 범하며 기분 나쁜 안타를 내 주었고 그 이후 볼넷과 연속 안타로 4실점의 시발점이 되었다.
또 7회에도 역시 3루쪽으로 흐르는 내야 땅볼을 빨리 처리하려는 3루수의 송구에러로 안타를 내주며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다. 작년 시즌과 달리 이치로의 뒤에는 두 경기에서 3득점 2타점을 기록한 벨트레와 6타점의 색슨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버티고 있기에 이치로를 내보내는 것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시애틀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박찬호일지라도 이치로를 주자로 내보내는 횟수가 많아진다면 첫 등판부터 어려운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올 시즌 등판에서 바람이 있다면
시범 경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볼 넷 허용은 줄어들었지만 1회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많은 실점을 내주었던 경기나 승부처의 고비에서 홈런을 내주며 경기의 흐름을 상대에게 내주었던 악순환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심하고 생각이 많은 탓에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고 마는 경기 모습도 이제는 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전성기 시절의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피칭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33세라는 연륜에 맞게 떨어진 구속을 지금까지 익혀왔던 다양한 구질로 대처해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노련한 투수의 모습을 보길 바라며 더불어 승패를 떠나 매 경기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임으로 텍사스 구단에 인정받는 선수로 각인 되길 바란다.
4월 9일 선발 출전의 의미는 크다!
기는 특히 운동선수들에게 갖고 있는 실력을 120%이상 발휘하는 힘을 가진다. 이미 검증된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맏형인 박찬호가 든든하게 서 준다면 그 기를 받은 후발 주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응원이 되리라
그의 첫 선발경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LA 엔젤스와의 개막 경기를 펼친 텍사스는 6일 아쉽게 3 - 2로 패배의 잔을 마셨다. 더욱 중요한 경기가 되어버린 시애틀과의 원정경기에 선발로서 책임을 완수하는 첫 삽을 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