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일명 '조덕제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 조덕제와 이지락 메이킹 촬영기사가 이 사건에 대해 영화계에서 직접 조사에 나서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덕제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이 자리에는 조덕제와 이지락 메이킹 촬영기사가 자리해 메이킹 영상 조작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논란이 불거진 후 조덕제가 공식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덕제 "감독 지시 따른 것 뿐, 스스로 구렁텅이에 밀어넣은 셈"
조덕제는 이날 "감독님의 지시에 따른 것이 저를 구렁텅이에 밀어넣은 게 됐다"고 토로하며 현재까지의 상황에 대한 심경을 먼저 전했다.
2심에서의 유죄 판결을 언급하며 "법원에서는 영화 장면에 몰입한 연기자의 열연을 마치 현실 상황에서 흥분한 범죄자가 한 행동으로 본 것 같다"며 "실제 그런 느낌이 들었다면 연기자는 감독의 지시와 배역에 충실한 것이고, 리얼리티를 잘 살렸다는 칭찬을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고 화를 내는 등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감독과 연기자들이 원하는 것 아니겠나. 영화적인 리얼리티로 인해 그것이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것처럼 혼동한다면, 그로 인한 판단은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수는 없을 것"이라며 "2심 재판부는 영화적인 의미에서의 연기적인 리얼리티와 실제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에게 물어봐달라"고 토로한 조덕제는 "20년 이상을 연기한 조·단역 배우가 수많은 촬영 스태프들이 있는 현장에서 일시적으로 흥분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흥분 상태에서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것"이라며 "순간적, 일시적, 우발적으로 흥분해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정신병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은 촬영장에서 최고 서열에 속한다고 할 주연 여배우와 감독이 한 편이 돼 조·단역 역할을 맡은 저를 영화에서 강제 하차시키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게 됐다"고 말한 조덕제는 "제가 평생을 바친 연기가 저를 향한 비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 "영화인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저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고 버텨나가야 했다"고 말한 뒤 "깊은 생각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인 전체의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저는 현실적으로 1심과 2심을 마친 상태에서 성추행범이라는 전과자 신분이다"라고 설명한 그는 "우리 영화계가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계와는 무관한 외부 여성단체들에 의해 외도되고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애꿎은 희생자들이 영화인들에게서 양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영화인들의 손으로 진상조사를 해주시고 검증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메이킹 기사 "8분 분량이 조작? 쉬지 않고 찍는 건 어려워"
자리에 동행한 해당 영화의 촬영 기사는 "감독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마의 편집'이라 표현하며 음해할 목적으로 메이킹 영상을 조작해서 검찰에 제출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를 바로잡고 사실대로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메이킹 영상의 편집에 대해 설명했다. 촬영기사는 "보통 메이킹 영상을 찍을 때는 스틸, 영상으로 나눠 보조기사 2명이 작업하는 게 효율적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인 관계, 또 계약 금액 문제로 저 혼자 이 두 작업을 하게 됐다"며 "사건 당일날도 오전부터 촬영했고 문제의 13번 신 이후에는 바로 이어서 다음 촬영이 있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카메라 두 대를 사용해 번갈아 동영상과 스틸 사진을 촬영했다. 감독님은 13신 촬영 전 리허설 시간이 30분이었다며, 검찰에 제출한 8분짜리 메이킹 필름이 짜깁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영화 메이킹 동영상을 쉬지 않고 30분 동안 찍는 건 어렵다. 특히 스틸과 동영상을 제가 함께 찍을 수는 없지 않느냐."
감독과 촬영 기사가 주장하고 있는 편집본의 시간 차이에 대해서는 "30분이라고 하지만 그 30분에는 13신 촬영을 위해 장비를 세팅하고,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 메이킹 영상을 위해 방해될 수는 없었다. 촬영 전 본격적으로 감독님이 주요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모아놓고 디렉션을 할 때와 대략적인 리허설하는 모습, 또 메이킹에 필요한 장면들은 빠짐없이 다 찍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주장에 대해서는 "감독은 메이킹 영상을 감독님과 조덕제 배우만 찍는 게 이상하다고 했고, 주인공은 이 장면이 아니더라도 앞선 촬영과 13신 이후에도 대부분 등장하기 때문에 조덕제 배우 위주로 생각하고 13신 메이킹 촬영을 한 것이다. 감독의 주장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앞서 지난 2015년, 영화 촬영 중 조덕제가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이유로 여배우는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조덕제를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검찰은 조덕제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무죄 판결이 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양형하며 혐의를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조덕제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검찰 역시 조덕제가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여배우 측의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24일 '남배우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통해 조덕제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형량이 아쉽다고 밝혔고, 해당 영화의 감독까지 나서 조덕제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전히는 등 팽팽한 입장 차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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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