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지난주 발간된 뉴욕타임즈의 티 매거진(T Magazine)이 '박찬욱, 한국영화를 세상에 알린 남자'라는 제목으로 박찬욱 감독과 그의 작품들을 집중 조명했다.
티 매거진은 뉴욕타임즈에서 발행하는 패션, 디자인, 리빙, 뷰티, 여행, 문화를 다루는 스타일 잡지다. 매년 늦가을에는 한 분야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인물을 다루는 '더 그레잇(The Greats)'이라는 특별호를 발행한다.
그해 선발된 각 분야 '그레이트'들의 인터뷰와 함께 각 인물별 커버로도 제작되는 것이 특징. 지난해에는 버락 오바마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 유명 사진가인 윌리엄 이글스턴 등을 다뤘다.
티 매거진은 "박찬욱 감독은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한국 영화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면서 "한국 감독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박찬욱 감독을 꼽고, 스파이크 리 감독은 박 감독의 작품인 '올드보이'를 정말 좋아한 나머지 그의 작품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에 대해 잡지는 "이 영화들은 복수라는 공통된 주제 하에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으로 몰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다크한 유머와 회화적 구성, 낭자한 유혈을 조합한 영화를 만들지만 그러한 폭력성의 이면에는 깊은 휴머니티와 부조리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스터 복수(Mr. Vengeance)'로도 불리는 그의 명성 때문에 작품들이 폭력의 스펙터클일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그가 그리는 선혈이 낭자한 이미지들은 매우 매혹적이어서 관객들을 밀어내는 대신 화면 속으로 끌어당긴다"고 평했다.
특히 '올드보이'의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에 대해서 "일상에 난무하는 폭력으로 인해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세상에서, 절망 너머까지 치달은 인간의 모습이 관객의 감정을 풍성하게 해 준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인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도 잡지에는 담겼다. 인터뷰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어릴 때 보았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고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상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교 시절 활동했던 영화 동아리에서 본 외국 영화들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영화 학교에 다녔다면 표현주의 영화를 보여주는 강의를 들었겠지만, 한국에는 당시 체계적인 영화 교육과정이 없었다. 내가 영화에 대해 쌓은 지식들 역시 무계획적이고 산발적이었다. 그래서 내 영화들의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기이한 형태가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에 대해서는 "박 감독이 관심을 성으로 돌린 작품"이라며 "에로틱한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의 시대적 배경을 1930년대 일제 치하의 한국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했으며, 주요 캐릭터들이 변신을 거듭하며 놀라운 반전을 이어간다"고 잡지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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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