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이상순, 지금 앨범 내면 참 좋겠다."
루시드폴의 8집 타이틀곡 '안녕'은 루시드폴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일렉기타에는 친구 이상순이, 피아노에는 이진아가 참여해 특별함을 더했다. 60년대의 세미 할로우 베이스, 70년대의 드럼, 80년대의 업라이트 피아노 소리가 2017년 그의 목소리와 합쳐져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사운드가 탄생했다.
루시드폴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평소 절친한 사이를 자랑하는 이상순과 같은 소속사 후배인 이진아가 타이틀곡 '안녕'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Q. 타이틀곡 '안녕' 가사는 사람을 좋아하는 느낌이다.
"나는 내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나이를 먹는다는게 좋은 것 중 하나가 내가 나를 알게 되는 것이 있더라. 유희열이 엉뚱한데 안테나 공연 때 하이터치회를 하자고 하더라. 공연 후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3명이 하이터치회를 해야 했다. 난 대구 공연 때 했는데 눈앞이 캄캄하더라. 그런데 눈을 마주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좋더라. 계속 앞에 한분씩 지나가니까 어지러운데 좋더라. '이상하다. 난 별로 사람을 안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폴은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래서 상처를 잘 받나봐'라는 말을 하더라.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농사일을 하다 좋으면서도 내상을 입었던 것 같다. 농사 방식도 다르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도 안정이 되고 몇 개월동안 부딪히고 무엇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람을 좋아하나보다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면서 가사를 쓴 것 같다."
Q. 혁신적인 생명공학을 전공했는데,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때는 그게 참 좋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다. 성격적으로 뭘 하면 열심히 하는 편이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게 좋았다. 어느 시점에 여기까지인가보다 생각했다. 내 성격이 미련없이 돌아서는 성격이다. 지금도 무지 좋아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가 알게 되는 것 같다. 조금 이기적으로 말하면 얻는게 정말 많다. 엊그제 프로필 사진을 아내가 다 찍어줬다. 메이크업도 안 하고 찍은 사진들이다. 내가 편하다. 사진을 찍는데 비비크림 하나 발랐다. 나도 몰랐는데 농장에서 정말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있더라. 일을 하다보면 모르는데 사진 찍으려고 앉아있는데 나비가 날아다니고 애벌레가 지나가고 조그마한 곳이 다이내믹 하더라. 내가 모르는 동안 굉장히 많은 생명체와 섞여서 살아가고 있구나를 한 번 더 느꼈다. 그렇게 있는 것이 행복하고 좋다. 지금 참 좋다."
Q. 이상순, 이진아와 협업은 어땠나.
"보통 작업할 때 타이틀곡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나는 신경을 잘 못 쓰겠더라. 그래서 디지털 싱글 작업을 잘 못하는 편이다. 곡 작업을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맨 마지막에 유희열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골라달라고 하는 편이다. 나중에 '이 곡이 타이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편인데, 그 중 '안녕'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첫 곡으로 하고 싶었다. 가사도 사실 루시드폴을 잘 모르는 분들이 들으면 '벌레가 좋아졌어요' 이런 가사인데 팬들에게 선물처럼 첫 곡을 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피아노 하나에 노래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다였다. 그때 마침 샘 음반을 듣다가 '시애틀(SEATTLE)'이라는 곡이 정말 좋더라. 원래도 좋아했지만 새삼 좋더라. 그 피아노를 친 사람이 이진아였다. 30초 고민하다 전화했다. 진아는 정말 착한 천사다. 당연히 좋다고 했다. 내가 미안했던 이유가 저렴하게 쳐야하는 상황이었다. 고무줄로 손가락을 묶어서 못 치게 쳐달라는 의미였다. 진아 말고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1960년대에 진짜 건반 못 치는 사람처럼 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또 그렇게 쳐주더라."
Q. 이상순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친구라는 죄로 참여하게 됐다. '안녕'이라는 곡은 어쩌다보니 피아노, 베이스가 들어가고 타이틀곡까지 됐다. 자꾸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뭐가 들린다. 정재형은 노래를 들으며 '첼로 소리가 들려' 이러더라. 나는 일렉 기타 소리가 들리더라. 그 말은 일렉 기타를 넣으라는 말이다. 이상순에게 앰프를 빌리려고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기타리스트이고, 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 치는 사람이지 않나. 이상순에게 좋은 기타가 많다. 앰프를 봤는데 커서 못 들고 가겠더라. '네가 쳐주면 안 되냐'고 했다. '내가 칠게'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시켰다. 나중에 쳐서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나중에 보내줬는데 별로더라. 다시 가서 아무리 친구지만 넣을지 안 넣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믹싱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었다. 가지고 와서 믹스를 했는데 소리가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전에 내가 쳤던 가이드라인과 믹스를 해봤는데 질감이 딱 맞아서 싣게 됐다. 아직 사례는 못했다."
Q. 절친 이상순이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그 시기가 '효리네 민박집'이 끝나고였는데 마음이 아팠다. 집을 갔는데 집 앞에 관광객들이 있더라. 날 집사나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을 것 같다. 문을 열고 째려봤더니 가더라. 작업하고 나오는데 애들도 산책한다고 같이 나왔다. 날 보디가드로 보기에는 몸이 부실하니까 집사나 청소부로 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스타가 된 이상순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지금 이 친구가 앨범을 내야 하는데 라는 생각밖에 없다. 지금 앨범을 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말은 많이 했다. 지금은 내꺼하기에 바빠서 그렇지만 오지랖이 있어서 '널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정규로 내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빨리 나오면 좋겠다. 요즘은 그런 농담을 한다. 내가 뭐라도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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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람 기자 kindbell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