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천우기자] 19년째 한 팀만을 지키는 선수가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19년째 한 팀만을 지키는 선수가 과연 있을까? 더구나 자본논리가 팽배해 자주 팀이 바뀌는 현재의 축구시장에서 19년 넘게 한 팀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K-리그도 아닌 내셔널리그엔 있다. 대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대전)의 서보원 플레잉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1969년생인 서보원은 1990년 대전의 전신 한국전력축구단에 입단했다. 그 후 2002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은퇴를 한 그는 2003년 코치 겸 주무로 대전에 부임하며 팀과 인연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2003년 후기리그에 그는 잠시 선수로서 복귀를 한다. 이유는 열악한 선수층을 가진 대전이 부상으로 뛸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은퇴 후 깜짝 복귀였지만 2004년 후기리그에도 같은 이유로 선수등록을 한다.
대전의 얇은 선수층으로 잠시 선수로 복귀했던 서보원은 2005년 은퇴 4년 만에 정들었던 피치 위로 돌아왔다.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 축구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였지만 2008년까지 30경기 정도 뛰며 대전의 부족한 선수층에 큰 힘이 되어줬다. 주로 플랫3의 일원으로 경기에 나서며 넓은 시야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수비라인 조율로 안정감 있는 수비력을 도모했다.
서보원은 2008년에도 2경기(선발 1 교체 1)에 나서며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했다. 또 2008년은 그에게 매우 뜻 깊은 한해였다. 그동안 약체의 이미지였던 대전이 지난여름 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후배 선수들의 활약, 탄탄한 조직력, 코칭스태프들의 지도력이 조화를 이루며 2000년 7월 제10회 전국실업 축구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영광스러운 우승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또 후기리그 막판까지 4강 PO 경쟁에 뛰어들며 다크호스로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제 내년이면 20년째 대전만을 지키는 서보원 플레잉코치의 선수로서의 모습은 아쉽게도 2008년이 마지막이다. 모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의 탄탄한 지원에 예년보다는 선수단 인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보원 플레잉코치에겐 선수생활의 아쉬움은 없을까?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작년은 물론 올해도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경기에 뛰면서 몸을 만들고 싶었는데 후배들 자리 뺏는 것 같아서 안 나갔어요. 마흔이 된 나도 경기장에서 불사르고 싶은데 후배 애들은 얼마나 뛰고 싶겠어요? 또 마누라도 나가지 말라고 해요. (웃음)”
답은 명료했다. 후배들을 위해선 절대 뛸 수 없다고. 서보원 플레잉코치의 말에서 후배들의 대한 사랑이 묻어나왔다. 내년이면 그가 대전에서만 20년이다. 21살에 입단해 대전만을 생각하고 대전만을 바라보다 보니 강산이 두 번 변하는 20년 동안 머무르게 되었다. 이 정도면 뼈 속까지 대전이 있을 것이다.
이제 내셔널리그 최고령 플레이어라는 꼬리표를 떼고 내년부턴 코치로 나서게 된 서보원. 19년간 대전에 정착해 실업 축구의 역사를 보아온 그가 진정한 산증인이 아닐까?
[사진(C)내셔널리그 공식 홈페이지]
이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