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배우 김혜수가 남자 일색인 충무로에 일침을 가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는 이안규 감독, 김혜수, 이선균, 이희준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미옥'(이안규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미옥'은 보기 드문 여성 느와르를 표방한다.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 분)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까지, 벼랑 끝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영화다.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 장르에서 여성 캐릭터는 늘 팜므파탈 혹은 톰보이 같은 전형적인 성격을 지니고, 서브 캐릭터로만 활용된다. 그 여성을 메인으로 가지고 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이번 영화를 시작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또 그는 "느와르 영화에서 멋진 남성 캐릭터는 많이 보지 않았나"며 "멋진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미옥'의 나현정이 지닌 캐릭터성을 자랑했다.
여성 느와르라는 생소한 조합인만큼 남성 느와르와는 차별되는 매력도 있다. 이 감독은 "마초로 대표되는 장르 안에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니 섬세해지는 것 같더라. 캐릭터와 대화하는 방식 등이 영화의 톤을 그렇게 만들어갔다"고 작품만의 특성을 이야기했다.
여성 느와르는 장르 그 자체가 도전이고,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느와르 일색이던 한국 영화계. 그래서 더 남자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기도 했었다. '미옥'으로 인해 여성 배우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조금 더 넓어지는 것.
'미옥'의 도전이 품는 의미에 대해 김혜수는 "의미를 의식하지 않으려하지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아니 나아가 할리우드에서까지 여성 배우가 독단적으로 극을 장악하는 콘텐츠가 굉장히 적다. 그런 현실은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걸 시스템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해야한다. '미옥' 같은 영화들이 가열차게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 최근 문소리가 감독으로 변신해 제작한 '여배우는 오늘도'를 언급하며 "문소리 씨가 여배우임과 동시에 배우로서 겪는 실상과 일하는 여성의 실상을 영화에 잘 담아냈다. 그런 시도들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이기에 주목받기 마련이다. '미옥'은 제 50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부터, 제 27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제 2회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의 초청을 받고 있다. 김혜수는 "오랜만에 여성 느와르가 나왔다고 해서 이게 모든 남성 영화의 것을 뛰어 넘어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도에서 조금 더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다는 것 자체가 의미다"며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미옥'은 오는 11월 9일 개봉 예정이다.
savannah14@xportsen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