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란제리 소녀시대'의 신인 배우들이 1979년도 대구를 2017년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옮겨냈다.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는 처음에는 주목받는 작품이 아니었다. 우주소녀 보나의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작이었으며, 다른 배우들도 드라마에서 큰 활약을 보인바 없는 신인 배우들이라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신인이었기에 더욱 완벽히 그 캐릭터로 분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얼굴에서 떠오르는 다른 이미지가 없었기때문에 '란제리 소녀시대'의 인물들로 보였던 것. 그러나 이에 더해 반전의 연기력까지 지녔기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해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
먼저 보나는 고향이 대구임을 십분 살린 사투리로 1979년 대구 여고생 이정희에 완벽하게 빙의했다. 아이돌로 무대 위에 설 때 무기 중 하나인 긴 머리를 똑단발로 싹둑 자르고 빗속 달리기, 펑펑 울기 등 망가지는 연기도 서슴지 않았다.
극을 이끌어가는 내레이션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풋풋하고 혼란스런 여고생의 감정을 담아내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극의 주인공으로서 주변 인물들을 대하는 감정선이 수차례 변해감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시청자들은 정희와 함께 손진(여회현)을 좋아했다가, 동문(서영주)에게 사랑받았다가, 또 동문을 좋아하게될 수 있었다. 처음엔 질투하고 경계했던 혜주(채서진)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결국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도 자연스러웠다.
그런가하면 서영주는 일편단심 '똥문이' 배동문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첫 소개팅에서 정희를 만나 첫눈에 반하는 모습은 서영주의 섬세한 눈빛 연기가 아니었으면 와닿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로도 정희를 향한 직진 로맨스를 펼치는 열혈 고교생 동문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전까지 영화에서 주로 무거운 연기만 펼쳐온 서영주이기에 이번 연기 변신이 더욱 놀라웠다. 다음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기대하게 했다.
김옥빈의 동생으로 더 유명했던 배우 채서진도 이번 드라마로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각인 시켰다. 주로 스크린에서 활약하던 그는 '란제리 소녀시대'에서 박혜주 역을 맡아 정화여고의 올리비아 핫세, 정화여고의 코스모스라는 찬사를 받기 충분한 미모로 브라운관을 사로잡았다.
모든 일에서 똑부러지며, 사랑에서도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말을 듣고 행할줄 알던 혜주는 1979년도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걸크러시 캐릭터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여회현은 사랑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어장관리남 손진 역을 맡았다. 정희가 손진에게 반하는 이유는 여회현의 잘생긴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 잘생긴 외모에도 시청자들이 정희와 동문의 사랑을 응워했던 것은 여회현이 손진의 우유부단한 면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씨엔블루 이종현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신사의 품격' 콜린의 모습을 완벽하게 벗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에 혼자 튀는 미스테리한 약국 청년 주영춘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를 잘 표현했다.
전라도 사투리에 이어 경상도 사투리 연기도 자유자재로 가능함을 보여준 도희와 자칫 어두워 보일 수 있는 극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조병규, 그리고 정희의 아빠와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정희를 특별히 아끼는 모습으로 마냥 미워할수는 없었던 식모를 연기한 박하나까지. 다채로운 배우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얼굴 도장을 찍거나,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김선영, 권해효, 인교진 등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력의 배우들은 두 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다.
드라마는 짧게 끝이났지만, 배우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란제리 소녀시대'는 여로모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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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