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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한국피겨, 김연아만으로 만족할 것인가? - 상

기사입력 2008.11.13 15:05 / 기사수정 2008.11.13 15:0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그랑프리 1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 모두 190점이 넘는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중국 베이징수도체육관에서 벌어진 GP 3차대회 'Cup of China'에서 심판의 오심만 없었다면 200점 돌파도 가능했습니다.

김연아가 그랑프리 3차 대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해 8점에 가까운 점수를 잃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연기를 펼쳐서 2위와 20점 이상의 점수 차이를 보였지만 뒤끝이 좋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국과 같은 피겨의 불모지에 김연아란 최고의 스케이터가 나타난 것은 대단한 축복입니다. 김연아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눈물나는 과정이 존재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김연아 때문에 피겨스케이팅의 문을 두드리는 인구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이룩한 성과를 미래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피겨를 지속적으로 못하는 가장 큰 이유, 경제적인 문제

필자가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들이 땀을 쏟고 있는 여러 클럽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은 들은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였습니다. 가장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노비스(13세 이하) 선수들에게 투자되는 한 달 비용이 200만 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 비용도 최소한으로 잡은 것입니다.

이 금액을 살펴보면 코치비용과 교통비, 아이스링크 대관비, 그리고 스케이트 구입비와 의상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지만 스케이트 구입비가 만만치 않게 작용합니다.

일반인들과 전문 피겨선수들이 사용하는 스케이트는 엄연히 다릅니다. 선수들이 타는 스케이트는 100만 원대를 호가합니다. 빙판 위에서 셀 수 없는 점프 훈련을 하고 나면 스케이트는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케이트의 수명은 3~4개월 정도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몇백만 원대에 이르는 스케이트를 교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상비 역시, 예전에 다른 선수가 입었던 중고의상을 입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 맞추면 만만치 않은 액수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피겨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 코스는 전지훈련입니다. 북미지역과 일본 등에서 점프 기술과 안무를 배워오면 선수 기량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선수들의 훈련 상황을 보고 견문을 넓히면서 자극을 받는 좋은 학습효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훈련과정을 통해 선수의 기량이 향상되는 경우도 큽니다. 하지만, 해외전지훈련의 성과로 성장하는 부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피겨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지훈련을 다녀오려면 적게는 천만 원에서 천오백만 원대에 이릅니다.

위에서 나타났듯이 피겨스케이팅을 자녀에게 시키려면 한국의 중산층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엄청난 훈련비용 때문에 '제2의 김연아'를 꿈꾸며 링크를 찾았던 많은 유망주들은 대부분 2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스케이트를 벗고 맙니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피겨인구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피겨를 하는 선수들의 수는 아직도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 불어 닥친 경기 악화는 모든 스포츠계에는 물론, 피겨계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일부 피겨 코치들은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에 한해서 코치 비용을 받지 않고 지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경제사정도 안 좋아지니 걱정이다. 자식이 가진 가능성을 위해서 1~2년은 더 내다보겠지만 그 이후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라고 피겨선수를 가진 대부분의 부모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잦은 부상과 짧은 선수생명,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 확신이 피겨를 그만두게 한다

훈련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찾아보면 클럽마다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다들 힘든 형편이니 서로 도우고 의지하면서 열심히 해보자'라는 것이 코치들과 학부모, 그리고 선수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피겨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훈련을 하는 비용도 막대하게 들어갑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없습니다. 하루에 6시간이 넘는 혹독한 훈련을 펼쳐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아도 선수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피겨 국가대표선수들은 한 달에 일정 금액의 지원비를 빙상연맹 측으로부터 지급받습니다. 그러나 이 금액의 액수도 너무 적은데다가 비시즌 동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 얻는 것은 몇 푼 안 되는 지원비와 태릉아이스링크 사용권이 전부입니다. 막대한 투자를 해서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건지려면 김연아와 같이 세계적인 스케이터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은 선수 생명이 짧고 부상이 많은 종목이기도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처음에는 모두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며 기술들을 배워나갑니다. 2회전 점프까지는 대부분 큰 무리 없이 통과하지만 더블 악셀(2회전 반)을 배우면서부터 부상의 그림자가 찾아옵니다.

국내에서 더블 악셀을 뛰는 선수들치고 안 아픈 선수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선수들은 노인들에게나 걸리는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관절 부상과 발목, 어깨 부상도 번번이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불청객입니다.

훈련이 이루어지는 국내 링크의 빙질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난방까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부상이 유발될 수 있는 추운 환경 속에서 훈련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연아가 결정적인 순간에서 부상으로 고생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연아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부상을 피하고자, 빙판에 들어서기 전, 철저하게 몸을 풀고 부상을 방지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척박한 국내 피겨 환경이 주는 악몽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김연아뿐만이 아닌 현재의 유망주들도 똑같은 문제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과 이번 달 1일에 걸쳐서 벌어진 2008 전국회장배 피겨스케이팅 랭킹전이 열린 고양시 어울림누리 링크는 난방이 안 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난방비용의 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훈련이 아닌,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피겨대회도 이런 환경 속에서 열리는 아쉬움은 쉽게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훈련이 아닌 실전 경기에서도 손 장갑을 끼고 입김을 불어가며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열악한 한국피겨계가 김연아의 등장으로 갑작스럽게 부각된 점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조그마한 문제점이라도 하나씩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케이트를 사줄 수는 없어도 최소한 그 스케이트를 판매하는 구입처까지 안내해 주는 행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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