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서울의 한 결혼식장. 대학로 연극계에선 꽤 알려진 두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주인공은 연극배우 정상훈과 이진주다. 같은 연극 무대에서 만나 5년 열애 끝에 정상훈과 이진주는 부부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장 무대에 올릴 연극 때문에 신혼여행도 11월로 미뤘다고. 데뷔 20년차 배우 정상훈을 만났다.
[엑스포츠뉴스 홍동희 기자] 정상훈(43)은 1998년 극단 대하를 통해 정식 배우로 데뷔한 이래 외도하지 않고 꾸준히 연극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연극 ‘이기동 체육관’의 서봉수 역으로도 친숙한 그는 그동안 ‘도피의 기술’ ‘밑바닥에서’ ‘괜찮냐’ ‘택시 드리벌’ ‘왜그래’ ‘까사발렌티나’ 등의 굵직한 작품 등에 출연했다.
결혼식 직후 신혼여행을 뒤로 미룬 이유도 오는 9일부터 대학로 더블케이시어터 드림아트센터에서 새롭게 무대에 올릴 연극 ‘꽃은 사절합니다’ 준비 때문이었다.
“오해로 인해 빚어지는 소동극입니다. 점점 악화되는 분위기에 부부 간에 사랑, 가족애 등을 깨우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전 이 연극에서 남편 역으로 출연합니다.”
새신랑이지만 신혼의 재미도 만끽할 여유 없이 인터뷰 직후에도 연습실로 달려갈 정도로 연극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보다 넘쳐나는 그다.
정상훈의 아내 역시 연극인 이진주. 그보다 6살 연하인 그녀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 무대에서 처음만나 5년 넘게 연애를 이어오다 드디어 올 가을 결혼에 골인했다.
“저는 사실 결혼에 대한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을 했어요. 5년을 넘게 사귀다 보니깐 여자친구가 결혼은 안 할거냐고 하더라고요. 전 늦었다고 생각은 안하는데, 남들이 40대 중반이면 늦은 거라고 하던걸요. 하하”
솔로로 혼자 지낼 때는 부족함 없이 생활했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지금부터 걱정거리가 생겼다는 정상훈, 그래서인지 그는 앞으로 연극 이외의 장르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저도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여러 가지 일도 해봤지만, 연극배우로 살면서 배가 고팠다고 할 정도로 힘든 삶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대다수 연극배우들이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밥 사먹을 돈도 못 버는 정도는 아니에요. 선배님들이 방송에 나와서 워낙 예전에 힘들게 살던 얘기를 하다보니 과장된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저도 혼자 살 때는 어떻게 살아지더라고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결혼 후가 걱정이죠.”
정상훈은 스크린에 대한 도전 의지를 밝혔다.
“연극 외에 절대 다른 장르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냥 연극이 좋고 연극이 끝나면 또 다른 연극을 하고 그렇게 살다보니 다른 연기에 대한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 결혼 하고 그러니깐 이제 그런 욕심이 조금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번 오디션도 보고 그러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고교시절까지 유망한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다는 정상훈은 선수로 한계를 느끼고 학교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다. 당시 학교 연극반에도 가입하면서 처음 연극도 접했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진로를 정하지 못하다 고교시절 잠시 빠져있던 연극을 택했다.
결국 그는 늦은 나이인 23살에 명지대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
“대학교 다닐 때였나. 장미희 선생님께서 저희 학교 교수님이셨어요. 당시에 ‘육남매’라는 드라마 하셨는데, 그 인연으로 잠깐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론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 잠깐 출연했던 게 전부였던 거 같아요. 앞으론 영화 쪽에서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제 더 많은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정상훈’이란 이름은 매우 낯익다. 일명 ‘양꼬치엔 칭따오’로 더 잘알려진 동명의 배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로 유명하던 그는 ‘SNL 코리아’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최근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혹시 두 사람은 서로를 알고 있을까.
“‘정상훈’씨는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요. 그래도 서로의 존재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배우 선배님들이 가끔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하는데, 저를 초대해야하는데 동명이인인 다른 정상훈 씨를 초대하고는 하거든요. 비슷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나봐요. 잘못 초대하고는 ‘상훈아 미안하다 나가라’고 하시면 으레 상훈씨가 ‘형님 공연 파이팅입니다’ 응원하고 방을 나가곤 합니다. 상훈씨는 저와 같은 이름이니깐 더 관심이 가고 응원하게 되요. 가수도 그렇고 배우들 중에서도 같은 이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저도 빨리 떠서 얼굴을 알리는 수 밖에 없죠. 하하. 나중에 상훈씨 만나면 정말 반갑게 인사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영화에 출연한다면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제 외모를 대중은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반 소시민, 희로애락이 내제되어 있는 진한 페이소스를 지닌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창동 감독님 작품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결국 가족의 대한 이야기죠. 과장된 인물들이 아니라 그냥 소시민의 이야기잖아요. 사실 제가 뭘 가릴 처지는 아니죠. 주어진 역할은 제가 소화할 수 있다면 뭐든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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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희 기자 myst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