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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경쟁은 시작됐다 - 상

기사입력 2008.11.10 05:05 / 기사수정 2008.11.10 05:0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시간으로 9일 저녁, 중국 베이징수도체육관에서는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3차대회인 'Cup of China'를 마감하는 갈라 쇼가 성대히 치러졌습니다. 여자 싱글 부분에서 2위인 안도 미키(일본, 21)를 21점 차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수로 따돌리고 우승한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Only Hope'을 연기하면서 팬들의 뜨거운 갈채에 답례했습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대회와 3차대회에서 나란히 19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서 새 프로그램을 더욱 갈고 닦을 예정인 김연아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그랑프리 파이널을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3차대회와 5차대회에 참가한 뒤,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했던 일정보다 일찍 시리즈를 마치고 파이널을 대비하게 된 올해의 일정이 김연아에겐 한층 여유롭습니다.

여러모로 지난 시즌보다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김연아에겐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김연아는 올 시즌 그랑프리 1차대회의 나카노 유카리(일본, 23)와 3차대회의 안도 미키(일본, 21)를 모두 20점이 넘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올 그랑프리 1차대회와 3차대회에 참가한 김연아와 다른 선수들의 레벨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점프와 스파이럴, 스핀, 그리고 스텝과 안무에 이르기까지 김연아의 수준에 근접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랑프리 2차대회인 캐나다대회에서 주최국 출신인 조애니 로셰트(22,캐나다)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산한 188점의 점수를 받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로셰트가 뛴 점프의 난이도나 기술요소들의 레벨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홈 어드밴티지의 장점을 얻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앞두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김연아와 다른 선수들 간의 격차는 크게 느껴집니다. ISU 세계랭킹 3위인 카롤리나 코스트너(21, 이탈리아)가 그랑프리 3차대회에서 의외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을 생각할 때, 현시점에서 김연아에게 근접한 선수는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3차대회를 통해 점프는 물론, 스파이럴과 스텝, 여기에 스핀마저 완벽함을 갖춘 김연아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선수는 오직 '동갑내기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18, 일본)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비교는 식상한 주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두 선수에 관한 진지한 시선과 제대로 된 비교분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피겨 흐름을 살펴보고 올 시즌의 동향을 파악하려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쟁구도는 외면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열도를 흥분시킨 천재소녀, 또 한명의 피겨 천재소녀를 만나다

피겨스케이팅의 최고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피겨의 인기가 주춤거리고 있을 때, 가장 많은 투자와 지원, 그리고 팬들의 뜨거운 시선이 몰리는 곳은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은 1989년 이토 미도리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차지하고 난 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피겨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빙상연맹과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피겨스케이팅을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통하는 지원종목으로 지정하고 육성정책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토 미도리 출연이후, 일본은 8세부터 10대 초반에 이르는 선수들을 전국에서 모집해 재능이 있는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특징은 어릴 때부터 세계적인 수준에 눈높이를 맞춰놓고 훈련을 시킨다는 점입니다.

피겨에 재능이 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재능과 발전성에 따라 그 선수들을 레벨별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국제대회에 맞춘 체계적인 지도 훈련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철저한 피겨 육성시스템에서 완성된 최고의 선수가 바로 아사다 마오였습니다. 일본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이너바우어의 여왕’ 아라카와 시즈카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피겨에 대한 붐이 가속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최초의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와 일본 피겨의 전설이 된 이토 미도리가 존재하지만 일본 언론들과 피겨 관계자 대부분들은 아사다 마오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배출된 최고의 선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오는 어린 나이일 때부터 일본 내셔널대회를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피겨 팬들과 관계자들의 대대적인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2005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일본이 극찬한 천재 소녀의 오른 편에 서있던 또 한명의 천재소녀가 자신들이 그토록 극찬한 유망주를 넘어서게 되리라곤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김연아는 2005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 마오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일본과 비교할 때, 피겨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던 한국에서 마오에 필적하고 넘어설 또 한명의 천재가 탄생하리라고 그 누가 예상하고 있었을까요.

그로부터 1년 뒤인 2006년의 김연아는 1년 전보다 훨씬 성장해있었습니다. 김연아는 그해 벌어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2006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아사다 마오와 맞붙었습니다. 김연아는 여기서 그 유명한 쇼트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와 프리스케이팅 'Papa can you hear me?'를 완벽하게 연기해냈습니다.

한편, 2005년에 이어 주니어 세계선수권 2연패를 노린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면서 김연아의 기세에 눌렸습니다. 결국 우승은 김연아에게 돌아갔고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마오를 누르고 세계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고 어려운 점프 기술에 시니어에서도 정상권에 필적할 난이도 높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아사다 마오는 주니어 무대에서 호적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란 존재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부각하기 시작했던 것은 이 무렵이었고 주니어 무대에서 마오를 이긴 놀라운 라이벌을 일본에서도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사다 마오는 어릴 때부터 일본의 체계적인 방침에 따라 주니어 정상을 밟고 시니어 데뷔해 세계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피겨의 강국인 북미와 유럽은 물론, 본국인 일본에서도 아사다 마오에 필적할 선수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뜻밖에도 바다 건너에 있는 피겨의 불모지 국가에서 위협적인 선수가 등장한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벽은 결국 백지 한 장의 차이였다

일본의 대대적인 여론의 등을 업고 성장한 아사다 마오는 본국인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향후 세계피겨를 주름잡을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습니다. 주니어 선수가 트리플 악셀 을 구사하고 트리플 연속 점프에 스텝과 스핀, 그리고 스케이팅 기술도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아사다 마오의 프로토콜을 보고 있으면 다른 선수들과 난이도에서 차이가 나타납니다. 아사다 마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번 뛸 것이라는 일본의 보도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것입니다. 그만큼 난이도 높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상대에 대한 기선제압은 물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아사다 마오에 대한 반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오가 구사하는 모든 기술과 연기 요소들을 보면 허점이 많이 드러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난이도는 높게 잡아 놓았지만 어딘지 엉성하고 깔끔하지 못한 기슬들이 줄줄이 포착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오는 정석적인 기준에서 어긋나는 점프를 구사하고 있었으며 트리플 러츠에서 롱엣지 판정을 지속적으로 받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연아 측도 마오의 프로그램의 구성과 난이도는 높게 보였지만 면밀하게 분석했을 때, 점프와 스파이럴, 그리고 안무 등에서 의외로 허술하다는 것이 눈에 포착됐습니다. 결국, 아사다 마오는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벽이었고 종이 한 장의 차이는 서서히 뒤집혀 갔습니다.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이기고 처음으로 주니어 월드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일본의 언론들도 김연아를 ‘또 한명의 천재’라고 인정하며 ‘표현력만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선수’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도 트리플 악셀 구사 여부만을 빼고는 모두 김연아가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 중계를 통해 일본의 해설자는 ‘점프의 높이가 상당하다’라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마오의 점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김연아가 구사하는 가장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점프를 직접 목격했던 것이었습니다.

마오를 어린 시절에 가르치고 이끌어준 야마다 마츠코 코치조차 김연아의 탄력적이고 높은 점프는 남녀선수를 통틀어 처음 본다고 답변했을 정도입니다.

김연아는 시니어 데뷔 이후, 첫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또다시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선수권 대회인 2007 세계선수권에서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의 실수 때문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시 김연아의 심한 부상 상태를 생각할 때,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아사다 마오가 2위에 올랐고 우승은 안도 미키에게 돌아갔습니다. 서로 호각세를 이루던 두 선수는 2007 그랑프리 시즌에 들어서면서 명암이 교차했습니다. 2007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러시아대회에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200점에 근접하는 197점으로 피겨스케이팅 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2007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파이널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그 다음해인 2008년 초에 벌어진 4대륙 대회에는 김연아가 부상으로 불참하고 그 후유증이 완쾌되지 않은 채, 가까스로 참여한 2008 세계선수권에서는 또다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석연찮은 심판의 판정까지 나타나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김연아가 이렇게 주춤거리는 사이, 아사다 마오는 마침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가 크게 넘어진 뒤, 10초 동안 안무 없이 주춤거렸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20점이 넘는 점수가 나온 것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두 선수가 지금까지 나란히 경쟁해왔던 상황을 살펴볼 때, 2005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만 빼놓고는 김연아가 극심한 부상에서 신음하지 않았던 대회에서는 모두 우승하고 마오를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부상의 상태가 심각해서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20007 세계선수권과 2008 세계선수권에서는 모두 3위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큰 부상이 없는 김연아는 분명히 무서운 존재입니다. 좋은 컨디션에서 참가한 2008 그랑프리 1차대회와 3차대회에서 김연아는 모두 190점을 넘는 고득점을 차지하고 쾌조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보다 일찍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고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를 앞서서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난이도가 높은 프로그램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점프 엣지의 부정확성과 회전수 부족, 그리고 표현력의 미진함을 봤을 때, 허점이 많고 그만큼 거품이 많은 선수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마오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일입니다. 마오가 현재 세계 정상권의 선수인 것은 분명히 우연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불리는 재능도 가졌지만 남들보다 몇 배 노력하는 근성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아사다 마오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여러 번 뛰어넘을 수 있었던 원인도 상대의 장점과 실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상대 선수의 장점을 깨닫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약점도 보완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선수들이 모두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았을 때, 가장 높은 시상대를 두고 경쟁하는 최종적인 선수는 바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이번 시즌 전망과 기술요소 분석, 그리고 링크장 밖에서 나타나는 인간적인 면과 경쟁자가 아닌 동갑내기 소녀로서의 우정이 하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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