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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롱엣지 판정, 점수를 도둑맞은 게 확실하다

기사입력 2008.11.07 13:53 / 기사수정 2008.11.07 13:5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스케이팅을 비롯한 심판의 채점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들은 모두 민감합니다. 룰에 정확한 기준을 표기해놨어도 심판의 주관적인 개입이 항상 뒤에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모든 기술요소와 연기 구성요소들을 세분화시켜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도입돼 나름대로 공정성을 따지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애매한 부분을 피해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번 시니어 그랑프리 시즌에서 처음으로 롱엣지(e로 표기되고 규정에서 어긋난 잘못된 점프)를 받은 선수는 놀랍게도 '점프의 정석'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였습니다. 김연아가 롱엣지를 받은 점프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 중, 첫 점프인 트리플 플립에서였습니다.

플립은 스케이트 날을 안쪽으로 향하게 하며 도약하는 점프입니다. 김연아의 플립은 도약할 때 안쪽으로 비스듬히 향한 중립 형으로 점프입니다. 이 점프는 정석적인 플립으로 그동안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점프에 대해서 유독 물고 늘어진 것은 일본 측이었습니다. 다른 어느 국가들도 이 점프에 대해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김연아가 가산점을 받아온 단골점프였습니다. 하지만 이 점프가 규정에서 어긋난 점프라는 날조 동영상을 일본 쪽에서 유튜브 사이트에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설마 이러한 장난이 실전 경기로 이어질 것이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놀랍게도 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3차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필자는 지속적으로 화면을 돌려보면서 과연 롱엣지인지 면밀히 파악해봤지만 김연아는 가산점을 받은 지난 'Skate America'보다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심판진에 따라 이 점프에 대해 보는 시선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애매함)가 아닌 e(잘못된)가 나온 것은 너무나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중국 베이징 현지에 있는 김연아의 메니지먼트사인 IB 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판정이 나왔지만 아직 프리스케이팅이 남겨진 상황이라서 걱정거리가 없도록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며 김연아도 프리스케이팅에 집중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판정에 대한 의의 제기에 대해서는 "ISU(국제빙상경기연맹)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려고 동영상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늘 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려고 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김연아의 전매특허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은 김연아가 2점 이상의 높은 가산점을 챙겨온 기술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있는 심판진들이 판정한 대로 만약 이 점프가 그리도 문제가 있었다면 올 시즌의 첫 대회인 'Skate America'에서 받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랑프리 1차대회인 Skate America에서는 가산점을 받은 점프가 불과 2주가 지난 이번 시즌 3차대회인 'Cup of China'에서는 순식간에 잘못된 점프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김연아는 롱엣지 판정으로 0.8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러츠가 회전수 부족으로 더블 러츠로 판명됐습니다. 더블 러츠에 감점까지 받아 1.48의 점수를 받았는데 러츠 점프의 회전수를 면밀히 본 결과 오히려 트리플 러츠를 인정받은 일본의 안도 미키에 비해 회전수를 더욱 채우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안도 미키의 2회전 룹이 확실하게 티가 나는 점프는 3회전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미세한 실수가 있었던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는 순식간에 2회전으로 처리되고 감점까지 먹으면서 점수가 대폭적으로 깎였습니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평소의 러츠보다 분명히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매겨진 판정과 비교할 때, 너무나 가혹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Skate America에서 기본 점수 6점에 가산점 1.6을 더 받아 7.6의 점수를 받았던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는 순식간에 1.48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점프를 시도하다가 크게 흔들린 것도 아니었고 빙판에 손을 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로 감점을 받은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어제 김연아는 거의 클린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습니다. 만약 Skate America처럼 공정한 점수가 내려졌다면 최소한 65점은 넘어야 했으며 롱엣지에 대한 부당한 판정이 없고 트리플 러츠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뒤따랐다면 60점 후반 대에서 70점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점수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1차대회처럼 다른 선수들과는 레벨이 확실히 다른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인 안도 미키에 4.34점차로 앞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과 2주전에 있었던 그랑프리 1차 Skate America에서 미국 현지 방송해설가이자 피겨계의 전인 스캇 해밀턴은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을 생방송 중에서 강조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점프 기술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연아가 63.64점으로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에 너무도 많은 점수를 도둑맞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많은 피겨 팬들은 공정치 못한 판정에 대해서 불만을 내뱉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전담 코치인 브러이언 오서는 롱엣지 판정에 대해 공식적인 항의를 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습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당연히 항의해야하고 가만히 넘어간다면 이런 촌극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김연아의 점프가 롱엣지에 회전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불안한 연기를 펼치고도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안도 미키는 물론, 늘 점프의 부정확성과 회전 부족수를 지적받고 있는 아사다 마오 역시 제대로 인정을 받을 점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현지에 있는 모든 피겨 관계자들도 이 문제를 어중간히 넘겨서는 안 됩니다. 김연아가 평소보다 잘못 뛰었다는 이유만 언급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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