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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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인터뷰] 은희석 'KT&G는 내 집이에요'

기사입력 2008.11.04 19:54 / 기사수정 2008.11.04 19:54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그를 보면 우직하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듬직한 플레이가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플레이어도, 플레이도 아니지만 언제나 한 팀의 귀퉁이를 얌전히 지키고 있는 그는 딱히 특별한 모습도 없다. 단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할 뿐이다.

특별한 스타보다, 자연스러운 평범함이 더 잘 어울리는 그는, '은장군' 은희석이다. 몇 년째 KT&G에서 꾸준함으로, 또는 성실함으로 내일을 걸어가는 그를 KT&G의 인터뷰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전, 연습을 끝낸 그는 꽤 털털한 모습으로, 저녁시간이고 막 연습이 끝나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프다고 웃어보였다. 기자 또한 너무 많은 시간을 뺏어서는 안 되기에 길게 하지 않겠다는 말로 달래며 (?) 인터뷰를 시작했다.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고 나자, 그의 어투에는 약간의 조근조근함과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배려심이 차분하게 묻어나왔다.



경기 얘기부터 해볼게요. 첫 경기였던 동부 전 때 3쿼터까지 이기고 있다가 역전당해서 졌는데. 패인 원인이 있었다면.

은희석 (이하 은) : 역전당할 때는…….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급할 때 공격을 하려다 보니까 각자 노는 거라고 해야 될까. 한 사람이 공격하면 나머지는 서있고, 이런 식으로. 아무리 좋은 용병이 있어도, 좋은 가드가 있어도 혼자 공격은 못하잖아요. 그랬던 게 패인의 원인이었던 거 같아요.

이후 홈 개막전을 KTF와 치렀는데, 개막전 때 이기지 못한 적이 많아서 부담감 같은 건 없었는지.

은 : 솔직히 얘기해서, 연습경기 때 부산이랑 해본 경우가 있어서. 상대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가장 큰 부담은 홈 연패, 홈 개막 연패 중이라 그게 제일 신경쓰였어요.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솔직히 사람들이……. 마음가짐이란 게, 어떤 상대든지 그 상대를 게임 시작하기 전에 부담감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에요. '할 수 있어. 충분해.' 이렇게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죠.

KTF 전 때는 KT&G 특유의 팀컬러인 속공이 많았는데, 그만큼 실책도 많았어요.

은 : 감독님도 얘기하셨지만, 3쿼터 후 점수가 벌어졌어요. 그때부터 우리 팀 컬러인 굿 디펜스가 이어지면서 속공 플레이가 되고. 분위기가 좋아졌는데 스코어가 벌어지니까, 거기에 안주를 해버린 거에요. 장난치는 거지. 이 정도 됐으니까 안일하게. 편하게 패스해도 되겠지? 이런 식으로. 그러다 3점 맞고 에러 나오고, 계속 그런 상황이 연출이 된 거에요. 우리가 그럴 위치는 아니지만. 그런 장난을 친 게 아닐까.

4쿼터는 꽤 중요한 시간대인데, 나오는 실책에 대한 준비라도 있는지.

은 : 참 웃긴 게 뭐냐면. 그게 분위기에요. 한두 사람이 그렇게 쓱 넘어가면, 안일한 플레이가 나오면 흔들리기 시작하죠. 경기에 사이클이란 게 있어요. 높았다가 떨어졌다가 그런 걸 반복하는 거죠. 한 사람이 그러면 나머지도 덩달아 그러고 있는 거에요.

그럴 때 이런 걸 빨리 끊고 다시 올라가야 할 수 있는 팀이 강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런 강팀이 되려면, 실책이 일단 줄어야겠죠. 떨어지는 분위기에서 반전이 되는 그런 강팀. 에러 한두 개 나올 때 선수들이 모여서 얘기도 하고, 감독님도 얘기하시고. 그런 이유인데 희정이 형도 있고 이러니까, 이제 앞으로 하면 점점 나아지겠죠.

근데 그날은 너무 확 떨어졌어요. 저도 창피했고(웃음) 제가 실수를 했는데, 바로 3점을 맞아버린 거에요. 그럴 땐 진짜 충격 많이 먹어요. 부끄럽고, 그때 다행히 또 우리가 가서 넣어주고 그래서. 그나마 좀 점수를 유지했는데…….

전자랜드와는 시범경기 때 이긴 적이 있어요. 이번 주 목요일 전자랜드와 다시 맞붙는데, 현재 전자랜드는 동부도 이기고 지금 2승으로 출발이 좋은데 딱히 대비한다거나 하는 게 있나.

은 : 전자랜드는, 작년에도 그랬고. 이 팀이랑 경기하면 재밌는 경기를 해요. 그리고 시범경기 땐 저희 팀이 용병이 없었고 선수들도 많이 빼고 넣고 그랬었어요. 이번엔 새로운 팀이랑 이번에 경기한다는 생각을 해요. 작년의 전자랜드와는 다른. 강병현도 있고, 포웰이라는 선수도 있고.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처음에 기선제압을 하려고 하잖아요. 더 집중을 많이 하고. 이전 상대했던 두 경기에 대해서도 연구 많이 하고. 올해는 강병현이 공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 부분도 많이 신경을 써야 될 거 같고. 더 치열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재 부상중인데, 부상 정도가 궁금하다.

은 : 저 같은 경우는 발목이 아니고 발등. 발등이 원인인데. 진단명이 되게 많았어요. 한국에 있는 의사들이 준 진단명과 독일에서 나온 진단명이 다 달랐어요. 올해 수술을 하긴 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발등에 생긴 물혹들이에요.

발등을 무리하게 많이 쓰니까 뼈와 뼈 사이의 관절에서 액체가 나와서 물혹이 생긴 거에요. 이게 신경을 누르고 하니까 아치가 주저앉았어요. 복합적으로. 그렇잖아요. 신경이 눌리면 디스크 같은 거 걸리고. 고생 많이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왔었어요.

재작년 시즌부터 아프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플레이오프 때였어요. 경기를 뛰고 싶어서 일단 주사를 맞았어요. 근데 나중에 닥터 분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그때 하늘이 쉬라고 사인을 줬는데, 쉬었으면 이상 없었을 텐데 무리해서 뛰니까 더 악화된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만일에 그때 말을 듣고 쉬었다면, 어쩌면 지금 더 나아졌을지도 모를 텐데.

은 : 근데 그때가 진짜 기로였던 거 같아요. 선수가, 한 1년을 넘게 치료받는데. 선수들 다 플레이오프 가려고 뛰는 거잖아요. 근데 거기서 누가 그만두고 싶겠어요. 4강전도 가고 싶고, 챔피언결정전도 가고 싶고. 만일에 챔피언결정전 올라갔는데 내가 못 뛰어봐요. 얼마나 억울해요. (웃음) 그런 거?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뛸 수 있는 건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은 : 우리 주치의가, '그게 되게 오래 걸릴 거다.' 하시더라고요. 한 1년 정도를 생각하시더라고요. 제가 6개월 만에 복귀를 하고, 재활을 했는데, 팀에 기여할 부분도 있고 나이순이나 이런 걸 봤을 때 후배들에게 보여야 할 자세도 있고,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 보니 복귀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죠.

주치의도 그래요. 네가 겪는 통증이 오래갈 거고, 경기 끝나고 나면 부을 수도 있다. 그럼 뭐, 할 수 없다. 참아낼 수밖에 없다고 말해요. 제가 트레이너한테 세 번 네 번씩 치료받는데,  마사지나 치료를 몇 시간씩 하고 나면 트레이너가 너무 힘들어해요. 한 경기, 7-8분 뛰려고 그렇게 치료받고 마사지 받고 그러는 거니까 트레이너가 죽어나는 거지.

그런 식으로 연명하는 거에요. 7-8분 뛰고. 경기 없으면 전 쉬어요. 쉬면서 몸 달래고, 치료하고 몸을 풀고. 경기하면. 뛸 수 있으면 뛰는 거고. 기회가 안 돼서 못 뛰면 쉬는 거고.

원래는 재활 더 하고, 2라운드쯤 복귀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으면 좋은데. 제가 뭐 크게 도움되는 건 아니지만(웃음) 크게 정상적인 건, 제 생각이지만 어쩌면. 정상적인 컨디션은 올해는 힘들 거 같고, 정말 운이 좋다면 4라운드 후반이나 5라운드 초반? 그렇지 않다면. 올 시즌은 뭐…….

크게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가장 아쉽고 가슴 아프고. 대신 비난을 받겠죠. 그리고 올 시즌 준비해서, 내년을 맞이하고. 수술한 후배들 봐도 그렇더라고요. 규섭이 봐도 그렇고.

규섭이 같은 경우는 저한테 그래요. 저 보면 '나 하나도 안 아프다~'라면서. 걔는 단지 체력만 지금 좀 안 되어 있는 거니까. 좀 시간이 지나면 올라올 거 같은데. 부럽죠. 나는 아직 아픈데. (웃음)

빠르면 뭐. 또 트레이너가 고생하겠죠 (웃음) 아니, 어제도 쉬는 날이었는데. 제가 KTF 전 때 뛰었잖아요. 약간이지만. 근데 좀 아프더라고요. 집에서 쉬고 있는데 너무 아픈 거에요. 그래서 전화했어요. 쉬는 형한테, 나 치료받아야겠다고. 그래서 체육관에서 만났어요. 치료받고 갔잖아요. (웃음) 많이 미안하고 그래요.

KT&G에 꽤 오래 있는 선수 중 하나인데. 비결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느낌인지.

은 : 안양사람이 다됐어요. 신인 때 군대 갔다와서 제대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서울 어디서 보자. 신촌에서 보자 하면 강남에서 보자 이랬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오면, 평촌 어디서 보자 안양 1번가 쪽으로 와라. 이런 식으로. 이런 지역에 있는 친구나 선배들을 너무 많이 알게 돼서. 그래서 그런 거 같아요. 서울 나갈 일이 없어요. (웃음)

경기를 뛰어 보니 작년시즌과 뭔가 변한 게 있는지.


은 :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어쨌든 신인 때부터 시작해서, 팀에 메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주축이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제는. 후배들에게도 얘기하지만, 밑의 후배들이 발전해줘야 선배들도 시간적인 면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아픈 선수들도 있으니까,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 성장이 되니까 희종이나 제록이나 휘량이나. 일두. 다 어리잖아요.

성장을 많이 하니까 나도 나이를 먹어서 관리를 할 때가 됐나 보다. 고참이라는 생각. 발전적인 면에서, 새로운 거 같아요. 그 선수들이 여길 이끌어나가니까. 난 거기서 도움이 되면 되는 거고 우리 팀이 좀 더 젊어지지 않았나, 해요.

대학교 때 얘길 해볼게요. 연대에 있을 때 자신은 어떤 선수였는지.

은 : (잠시 생각하더니) 아, 그 땐. 대학 때 너무 많은 걸 배워서,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어요. 1번 2번 4번, 5번까지 해봤으니까. 여러 포지션을 겸임하다 보니 내 재산이 된 거에요. 그렇지만, 큰 빛은 못 봤어요.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나도 안일하게 자포자기했던 적도 많았고……. 허구한 날 아파서 수술하고, 이런 경우들이 복합적으로 겹쳤는데 게임은 뛰고. (웃음)

프로 와서 잘 되고, 농구인생이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난 은퇴하면 꼭 지도자를 해야지, 했어요. 그게 프로팀 이런 게 아니고 중학교, 고등학교 등의 지도자를. 그런 거에서 상당히 나한테는 재산이 되고, 여러 포지션을 해 보니까 경험이 된 거 같아요. 대학 때는 우울했는데, 졸업하고 돌아보니까, 돈 주고도 경험할 수 없는 걸 경험했구나, 싶어요.

대학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은 : 아무래도 1학년 때, MBC배 대학 농구 경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건 고대도 마찬가지였어요. MBC배는 패자부활전이 있잖아요. 결승에서 만났는데, 고대한테 졌어요. 그리고 다시 패자부활전으로 내려갔었는데, 그때 중대도 좋은 멤버 많았어요. 거기서 또 힘들게 해서 올라갔는데 이겼어요. 마지막에 또 경기하는데 졌어요. 그때의 기억. 그때 그 진 걸로 인해, 사람들이 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강한 자부심과 마인드, 그 게임 이후로 내가 아마 3학년 때 43연승인가? 했을 거에요. 44연승 하려고 했는데 고대한테 졌어요. (웃음)

그런 강한 자부심과 마인드.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줬던 경기. mbc배 대학 농구. 그 경기였던 거 같아요.

프로로 처음 뛰었을 때 경기, 기억나는지.

은 : 첫 게임을 져서. (웃음) 그때 개막전이었거든요. (웃음) 개막전 지고, 2년차 때 이기고, 그때부터 개막전을 다졌어요. 근데 이번에 이긴 거에요. 감회가 참 새로워요. (웃음) 그때가 벌써 7년 전이구나.

 예전 미숙했던 자신과 지금의 자신. 차이가 있는지.

은 : 솔직히 신인 때는, 1-2년차 때는 젊으면 하나 믿고, 그냥 막 부딪치는 거에요. 그냥 막 밀어붙이는 거. 그 땐 그랬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한테 체력적인 부분도 있고. 제가 뭘 느끼느냐면, 내 몸만 성하다면 운동은 정말 많이 해야겠구나-하는 거.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이 해야겠구나. 옛날 선배들도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나는 나이 많으니까 형 좀 쉴게 했는데, 아 그게 아니구나, 했어요.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많이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코트에 들어가면 느끼니까. 젊은 애들한테 밀리거든요. 모든 면에서. 제가 어렸을 때, 뭘 안 해도 오십몇 경기를 다 소화했어요. 그때 그걸 계속 까먹고 있었던 거지. 희정이형도 봐요~그게 운동선수로서 그런 거 같아요.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도 마흔 살까지 하는 선수들 있잖아요. 계속 운동하고 연습하고 그럴걸요. 그래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생에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면.

은 : 가장 힘들었을 때가. 대학교 3학년 때요. 정기전 전에. 그 땐 정말 그만 두려고 했어요. 1학년 때 무릎 수술을 했는데, 계속 이게 물이 차는 거에요. 쉬면 없어지고, 저는 어떤 걸 반복했느냐면, 시합을 뛰고, 끝나면 쉬고. 감독님도 아픈 걸 아니까 쉬게 해줘요.

쉬면 치료받고, 경기가 다가오면 또 뛰고. 이게 반복되고. 3학년 때 무릎이 너무 아파서. 미국으로 도피를 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만두자고, 미국 가서 닥터한테 진료받으면서 그만두려고 생각했어요. 닥터가 이거 재수술해야 될 거 같다고. 운동 안 하면 재수술 안 해도 되는데 운동선수면 재수술해야 되겠다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어요. 그만두자고.

그 후에 가족한테 전화하는데 눈물이 막 나는 거에요. 십 몇 년 동안 운동을 하다가 그만두려니까. 그때가 아마 연고전 보름 전이었을 거에요. 일단 들어와라, 들어오고 나서 그만둬라라고 하기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연고전이라는 큰 시합이 있었는데 이건 끝내자고. 얘기는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정기전 하고 그만 두자, 했는데 그날 경기를 뛰었어요. (웃음)

진짜 한 달 동안 맘 정리하고 그만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기 때 선수가 없는 거에요. 센터가 없었어요. 그때 제가 4번 볼 때였는데, 선수가 없으니까, 나라도 필요한 거에요. 그래서 뛰었는데 지고 말았죠. 그리고 나서 무릎이 아파서 나 나름대로 재활을 했는데, 그래서 안 아프게 되고. 정기전 끝나고 시합이 연달아 있었는데, 그때 코 꿰었어요. (웃음)

그리고 운동이 쉽게 안 그만둬지더라고요. 겁도 나고.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그런 것도 있고. 우리 때만 해도 수술하고 나면 재활이라는 게 별로 없었어요. 물리치료 이런 거밖에 없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농구를 그만뒀으면 어떻게 됐을까. 란 생각을 해요.


농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체육선생님이 되었을 거라 했는데.

은 : 체육선생님. 도 그렇지만. 저 어렸을 때, 진짜 축구 야구에 빠졌었어요. 전 진짜 어렸을 때 뭐가 되고 싶었느냐면, 기술자가 되고 싶었어요. 옛날 특별활동 시간에 제가 동아리가 조립공작부였어요. 배 만들고 색칠하고 비행기, 잠수함  만드는 거. 내가 나중에 기술자, 엔지니어랄까? 그게 되면 어떨까라고 어렸을 때 생각했었어요.

어렸을 땐 꿈이 크니까. 저는 조립 같은 걸 하면서, 비행기나 전투기, 군함 그런 거 만드는 거 하고 싶었어요.


이건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 KT&G는 자신에게 어떤 팀인가.


은 : (조금 생각하더니) 나에게 있어서. 집. 집이 있어야 되잖아요. 집 떠나면 고생이고. 집 안에 있어야, 감독님 코치님 프런트 식구들 다 있고. 가족처럼. 맘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맘 편하게 농구를 할 수 있는 곳.

이번 시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은 : 개인적으로 우리 팀에서, 다들 그렇겠지만 챔피언결정전 가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말들 많이 하잖아요. 최우수선수도 나오고, 최고의 식스맨도 나오고, 기량발전상, 이런 거.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좋은 결과는 자동적으로 따라오지 않을까요.

역대로 봤을 때 그런 선수들이 나왔을 때 팀이 잘못된 건 못 본 거 같아요. 그런 선수들인 나오는 팀이 되었으면 해요. 모든 상을 다 쓸어버릴 수 있는 (웃음)

개인적인 욕심은 없나.

은 : 아 진짜로. 내가 진짜 몸이 좋고, 의도한 대로 막 뛰어다니고. 나도 막 베스트 5에 들어보고 싶다~하는데, 진짜 욕심인 거 같고. 시즌 10개 구단 팀에서 작년 시즌 끝나고 비시즌 동안, 운동 열심히 한 선수들이 정말 많을 거란 말이에요. 아닌 선수들도 있겠지만, 열심히 땀흘린 선수들도 있을 텐데. 난 그동안 재활하고, 시즌 들어와서 몇 분 뛰는데. 내가 뭐 상을 받아야겠다, 평균 몇 점이 하고싶다. 그러면 도둑놈 심보 같다고 생각해요.

난 그 선수들만큼 노력하고, 그 선수들보다 더 노력한 다음, 좋은 상을 바란다든지 그런 걸 바랄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별명이 은장군인데,  그 별명이 생기게 된 이유가 있다면.

은 : 제가 소릴 많이 질러서 (웃음) 이 별명이. 저는 그래요. 경기가 전쟁이거든요. 선수가 장수고, 장수들이 전쟁터에서 나가서 싸우는데. 병사들을 몰아붙일 수 있는 장수가 필요하거든요. 제가 옛날부터 좀 오지랖이 넓었는데 (웃음) 막~용병들한테도 그러고 국내선수들한테도 그러고, 파이팅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비유를 해서, 은장군이라고 비유가 붙은 거에요. 이 별명은 팬들이 붙여주셨어요.

저 같은 경우는 플레이가 상민이형처럼 단순하고 깔끔한 게 아니라 좀 걸쭉한 플레이다 보니까,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쟤 은장군이야~장군감이야-그러시더라고요 (웃음) 그게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전쟁터에서는 장수가 필요하잖아요. 프런트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아, 옛날에 선배들이 저 부를 때 그랬어요. 야 은장군 뭐하냐? 이러고.







예상 시간보다 훨씬 길게 흐른 인터뷰 시간. 그는 길어진 인터뷰에 신경이 쓰일 만도 했지만 끝까지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첫 경기였던 동부전 때 뛰지 못했던 자신이 안타까웠는지 그때의 얘기를 꺼냈다. 진통제까지 먹어 가면서 뛰기를 기다렸는데 결국 못 뛰어서 아쉬웠다는, 선수라면 충분히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할 얘기들을 말이다. 부상 때문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얘기를 할 때 그의 얼굴에는 충분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아프다고 해도 티를 낼 수가 없고, 누가 알아줄 수도 없다는 것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인터뷰 후, 으레 누구나 그렇듯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살짝 물었다. 그는 사진촬영이 끝난 후, 진지한 얼굴로 대답을 해주었다.

"이번 시즌만큼은....... 아픈 거 티 안내고, 기대치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에 내는데에 있어서 나도 기여를 하고 싶다.....는 거. 내가 아픈 거,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알잖아요. 사람이란 게 아프면 얼굴에 티가 날 수도 있고, 왜 좋은 것도 여러번 보면 짜증나는 것처럼, 그런 걸 팀 멤버가 여러번 보면 짜증날거에요.
그런 걸 내가 아니까, 최대한 참아내고. 인내하고. 노력할 거에요. 그게 또 팀플레이고, 팀웍인거고. 후배들도 형 천천히 하세요-하고. 형들도 괜찮겠냐 라고 한마디 해주고. 그럼 괜찮아요 하며 말하고. 그렇게 시즌을 치루는 거에요"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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