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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이변...이와타,요코하마라는 대어를 낚다!

기사입력 2005.03.13 13:57 / 기사수정 2005.03.13 13:57

홍승범 기자

수요일의 大이변 - '抗日(항일)구국전선'의 기치를 높이 들다!

3월9일 수요일 중국 센젠. 비록 평일이었지만 상대가 일본 J리그 클럽이라는 점에서 市축구팬들에겐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경기 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젠 젠리바오:주빌로 이와타'의 AFCCL 조별예선 첫 경기는 한 낮에 매우 적은 관중들이 입장한 상태에서 킥오프 되었다.
  
18일전 한국 제주에서 막을 내린 A3챔피언쉽에서 중국 클럽축구를 대표해 나와 3전전패에 1득점 7실점으로 참가 클럽팀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던 센젠. 그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맞이한 J리그의 또다른 강자 주빌로와의 경기였다.

A3에서 당한 참패의 후유증도 그렇거니와 아직도 클럽 재정 상태와 선수들의 올시즌 연봉 및 각종 수당과 관련된 문제 역시 완전히 해결된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무엇보다 팀 전력 자체가 주빌로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주빌로의 승리를 높게 점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과연 센젠이 얼마만큼 선전을 펼치느냐가 관심사항의 전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기술과 전술에서 앞선 주빌로가 전체적인 볼 소유에서 앞서며 흐름을 주도하는듯 했지만 가장 중요한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의 실효성은 떨어졌다. 반면, 전력에선 일단 뒤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한 센젠은 주빌로 선수들에 비해 앞선 신체조건과 스피드로 소위 말하는 '끈적한' 축구를 구사했으며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자주 의도적인 거친 동작으로 주빌로 선수들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센젠의 전략전술은 의외로 효과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엔 지난해 센젠을 C리그 챔피언으로 등극시킨 후 며칠전 명실상부한 중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주광후의 뒤를 이어 지난 2월중순 A3대회 직후 새로 감독직에 오른 츠샹빈 감독이 있었다.

과거 선샹푸(현 베이징 현대자동차 감독) 등과 함께 7~80년대 중국대표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츠샹빈은 중국축구 관계자들 가운데엔 정말 보기드문 '지일파' 지도자로 1987~1995년 까지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었다. 따라서 일본어도 유창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일본축구에 대해선 훤히 꿰뚫고 있음은 당연한 일.  


'선수비 후역습'의 센젠

이 츠샹빈이 주빌로를 상대로 들고 나온 카드는 '선수비 후역습'의 형태. 지난 A3에서 역시 자신들에 비해 전력이 높은 수원,포항,요코하마를 상대할 때와 별 다를게 없었지만,츠샹빈은 감독직에 취임 하자마자 A3 센젠팀 전경기 녹화테잎을 집중 분석하고 연구해 해법을 찾았다. 즉, 일단 최전방 양첸과 리이 두 명만을 남겨두고 전원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가 수비하다가 일단 공을 끊으면 즉시 롱패스를 보내 최전방 두 명의 개인능력에만 맡겼던 A3에서의 비효율적인 전술에서 탈피한다. 여기에 장용하이와 주팅이 양첸과 리이 바로 밑에서 보조해 역습시 숫적열세에 처하지 않게 했다. 이렇게 되면서 응당 리웨이펑을 비롯한 최후방 수비수들도 보다 과감한 전진 오프사이드 트랩을 펼쳐보였다.

결국 후반 중반경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골 못넣는 공격수'로 자국에서 한창 놀림받는 리이가 천금같은 헤딩골을 터뜨렸고 이것은 결승골로 굳어지고야 말았다.

실점을 당한 후 다급해진 주빌로는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보기에 따라선 거의 폭력에 가까운 몸동작으로 달라붙는 센젠 선수들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고, 이 날 철저하다 못해 너무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홈팀에게 편향된 판정을 내린 주심의 벽 마저 넘지 못하며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한 낮의 돌풍이 한 바탕 몰아친지 약 4시간 후 이번엔 태풍이 일본 요코하마에 몰아쳤다.


산동루넝, '준비된 자가 승리를 가져간다'

요코하마 마츠자와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F마리노스:산동 루넝'의 경기. 사실 이 경기는 '준비된 자가 승리를 가져간다.'는 공식이 아주 모범적으로 적용된 케이스였다. 2004년 그 한 해 동안 촉망받던 올림픽팀의 최종예선 참패와 국가대표팀의 독일월드컵 본선행 조기 좌절, 그리고 파행으로 치달았던 자국리그의 그 시궁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중심을 지키며 알차게 전력보강을 단행한 C리그의 유일한 팀이 바로 산동루넝이었다.

중국 최고의 명문클럽이라는 다롄스더 조차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무더기로 팔아치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산동은 '중국에서 가장 창조적인 선수'로 평가받는 젱지를 센젠에서, 올림픽팀의 스타이자 한 때 이장수 감독의 애제자였던 가오밍을 칭다오에서 데려오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C리그 클럽들의 행보와는 정반대로 선수 스카우트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실제 현재 산동팀의 면면을 보면 FW에 리진유,가오밍. MF에 젱지,리샤오펑,숭리후이,조우하이빈. DF에 수창,자오저,위안웨이웨이 등 베스트일레븐 가운데 10명 가까이가 현역 중국 A대표+올림픽대표+청소년대표들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언론들이 최근의 수원을 보고 '한국판 레알마드리드'로 부르듯이 중국 현지에서도 똑같이 산동을 '중국판 황가마덕리'로 부를 정도이다.

하지만 단지 이렇게 중국에서 내로라 하는 면면의 선수들로 구성되었다는 그 사실 하나 가지고는 요코하마를 이길 순 없는 일. 산동은 지난 연말 2005년 AFCCL 조편성이 확정된 그 다음날 부터 요코하마에 대한 대대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2004년에 치른 요코하마의 주요 경기 녹화 테잎들을 입수 정말 지겨울 정도로 선수들과 반복해 돌려봤으며 지난 2월 중순엔 한국 제주도에 분석팀을 급파 A3에 참가한 요코하마의 모든것을 담아갔다. 게다가 이번 동계훈련을 유럽으로 떠나 수준 높은 현지 팀들과 많은 연습경기를 치름으로서 강팀에 대한 면역력까지 키운 상태였다.  


'선수비 후기습'의 산동

경기시작 후 약 10분 동안 요코하마에 압도당하며 2~3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고 그 짧은 시간동안 2명이나 옐로카다를 받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서 산동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려가기 시작했다. '선수비 후기습'의 형태는 몇 시간 전 끝난 센젠과 주빌로의 경기에서 나온 양상과 비슷했지만 센젠에 비해 팀 구성원들의 네임벨류가 높고 준비기간도 충분했던 산동팀이 보여준 역습의 완성도와 날카로움은 센젠의 그것에 비해 분명 한 수 이상 위였다.

골잡이 리진유는 여러차례 날카로운 몸놀림을 보이면서 요코하마의 스타 수비수 나카자와를 괴롭게 만들었고, 젱지와 조우하이빈은 놀라운 운동량을 보였다. 또한 수비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썼음에도 산동의 미드필드가 요코하마에 어느 정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는데 특히 역습시에 최전방의 리진유나 측면의 날개에게 정확하게 뻗어나갔던 패스의 질은 산동이 이 경기를 얼마만큼 정성스레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견본이었다.

옥신각신 하던 경기는 후반 2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산동의 가오야오가 선취골을 터뜨린 후 다급해진 요코하마의 총공세로 더욱 숨가쁘게 전개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요코하마 수비의 뒷 공간을 파고든 리진유는 추가득점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두 번 정도 놓치는 아쉬운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다가 후반 막판 키플레이어 젱지가 비신사적인 행위로 한국 권종철 주심에게 퇴장 당하면서 산동은 종료휘슬이 울릴 때 까지 말 그대로 전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에 밀집한 수비형태를 보였다. 요코하마 선수들의 슛팅 세례를 육탄으로 방어하는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것이다.

이윽고 울린 종료휘슬. 전 선수들은 일제히 끌어안고 그라운드에 쓰러졌으며 벤치의 감독이하 코칭스태프 대기선수들 모두 그라운드로 달려가 감격스런 순간을 함께했다.

마침내 씻어낸 'Makasa의 굴욕'

약 반나절의 시간 동안 C리그를 대표해 2005년 AFCCL에 참가한 두 팀이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일본 최강의 클럽 두 팀을 차례로 침몰시키는 개가를 올리는 중국 클럽축구 역사상 길이(?) 남을 영광의 순간이었다.

특히 산동팀에게 있어서 이 날의 승리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지난 2001년 인도네시아 Makasa에서 열렸던 AFCCL의 전신인 '아시아 클럽축구 선수권' 동부지역 4강전에서 한국 수원삼성에 0:6,일본 주빌로에 2:6으로 참패를 당하며 탈락했던 수모(중국인들은 이것을 'Makasa의 굴욕'이라 부른다.)를 마침내 씻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산동팀이 귀국하는 날 산동 국제공항은 치우미들이 대거 몰려와 자랑스런 '항일용사'들을 영접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3월9일 C리그 클럽들이 J리그 클럽들을 상대로 약 4시간 간격으로 거둔 이 대첩은 중국 현지언론의 표현 그대로 '足球(족구) 抗日(항일)구국전선'의 쾌거였다. 약 반세기 전 대륙을 집어 삼키려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장개석과 모택동이 '국공합작'으로 뭉쳤다면, 이번엔 그 성격은 많이 다르지만 AFCCL에서 센젠과 산동이 올 연말 자국에서 개최하는 세계클럽선수권 참가를 노리는 일본 클럽들의 야욕에 시작부터 제대로 딴지를 거는 합동작전을 펼친 셈이 되었다.




[AFCCL 관련 쏟아진 말 말 말]

- 츠샹빈(센젠 감독) : "그동안 준비했던 전술이 요소요소에서 잘 먹혀들어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록 승리했어도 기술과 전술 부분에선 우리가 뒤졌다는 것 역시 부정해선 안된다."

- 야마모토 마사쿠니(주빌로 감독) : "솔직히 패배를 생각하진 않았지만 뜻밖에 센젠이 좋은 경기내용을 선보였다. 주전급 선수 몇몇이 부상으로 중국에 올 수 없었던 것이 정말 뼈아팠다."

- 오카다 다케시(요코하마 감독) : "전반 시작 후 10분 동안의 일방적인 경기 흐름에서 맞이했던 몇 차례의 골 찬스를 놓친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비록 1패를 당했지만 이제 레이스는 시작된 것이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앞으로의 경기에선 그동안 부상으로 빠져있었던 안정환,구보를 비롯해 마쓰다 등 공수의 주축들이 복귀하는 만큼 더욱 좋은 경기를 펼쳐보일 수 있을 것이다."

- 류비사 툼바코비치(산동 감독) : "일단 전체 전력에선 우리가 뒤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한 후 시작한 시합이었다. 비록 승리를 했지만 우리가 상대팀이 보인 장점을 보고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신들은 안정환이 돌아온다고 했는데 우리 역시 다음 경기엔 리샤오펑이 돌아온다."

- 오쿠 다이스케(요코하마) : "시합의 화근은 볼이었다. 일본 J리그전이 사용하는 볼은 아디다스인데 아시아축구연맹은 아시아리그에서 나이키 볼 사용을 의무화 했다. 우리 요코하마 선수들은 보편적으로 나이키 공을 사용하는 것을 생소하게 느낀다. 특히,헤딩 슛 할 땐 확실히 더 아프다.”

- 리웨이펑(센젠) : "일본 클럽에게 중국리그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또한 나 자신이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중앙수비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 일본의 한 기자 : "산동팀이 소림축구를 하고 있다!" 루넝 선수들이 특히 몸싸움 과정에서 억척스러운 태도로 일관하자 경기를 관전중인 일본 기자 고래를 절래절래 흔들며

- 아사히신문,도쿄스포츠 : "AFCCL에서 일본의 클럽들이 암울하게 시작한다."

- 주빌로의 한 관계자 : "중국 선수들은 무엇보다 신체의 힘에서 명확한 우세를 차지했다,"




홍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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