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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를 완성시킨 사람들 - 지도자 편

기사입력 2008.10.29 07:09 / 기사수정 2008.10.29 07:0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시즌의 포문을 여는 그랑프리 1차대회인 'Skate America'에서 193.45점이란 고득점으로 2위와 20점차의 간격을 보이며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압도적인 우승에 많은 피겨 팬들은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Skate America는 6차에 걸친 그랑프리 시리즈들 중, 가장 쟁쟁한 선수들이 총출동한 대회였습니다.

미래에 시니어 정상권에 도전할 유망주들인 미국의 신예 미라이 나가수(15세)와 주니어 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레이첼 플렛(16세)이 참가했고 아사다 마오(18)와 함께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안도 미키(21세)와 나카노 유카리(23세)등이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세계랭킹 1위부터 3위까지의 선수들이 모두 서로 맞부딪히지 않고 배분된 것이 그랑프리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1위부터 3위의 선수들이 다른 경쟁자들과 얼마나 점수 차를 보이며 우승하는지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가장 쟁쟁한 선수들이 맞붙은 1차시리즈 Skate America에서 20점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의 모습에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상을 떨치고 온전한 기량을 발휘한 김연아의 진면목은 세계최고의 수준이었으며 피겨와 관련된 기술과 연기력에서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최상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즌 첫 대회이니 만큼 김연아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정점으로 발휘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올 12월에 한국에서 펼쳐질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릴 시점에서는 새 프로그램에 적응한 선수들의 기량이 지금보다 더욱 물이 올라있을 것입니다.

새 프로그램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한 첫 대회에서 193.45점을 기록한 김연아의 기량이 아직 최고조로 발휘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을 유념할 때, 여자선수 최초의 '꿈의 200점대' 점수도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새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연기하면서 김연아가 다듬어야할 부분이 나타난 것도 이번 대회의 값진 결과물이었습니다. 고난도 스핀인 플라잉 싯 스핀(FSSp)과 플라잉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FCoSP)을 좀 더 가다듬고 김연아가 가장 힘들어하는 점프인 '트리플 룹'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새 프로그램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스핀과 룹 점프마저 갖춰진다면 200점 돌파는 시간문제이며 김연아가 갈고 닦은 최상의 연기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접어들면서 가장 고무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은 김연아가 피겨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연아는 그동안 '행복한 스케이터' 혹은 '감동을 주는 스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일관적으로 답변해왔습니다. 이런 꿈은 본인의 노력 여부에도 달렸지만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피겨스케이팅을 생각할 때, 김연아를 이끌어주고 완성시킨 조력자들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김연아를 성장시키고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준 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 날의 김연아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피겨의 '기본기'를 온전하게 가르쳐준 국내 지도자들

국내 피겨선수들은 피겨전문링크장이 하나도 없는 환경 때문에 수시로 링크장을 이곳저곳으로 이동해 가면서 훈련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김연아의 효과로 많은 유망주들이 피겨의 문을 노크하고 있지만 너무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종목의 특성과 장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비전 때문에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피겨를 포기하는 이들도 대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이지만 국내의 피겨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기'를 가르치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김연아는 아주 정석적인 점프와 기술들을 익혔기 때문에 세밀하고 정확한 채점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시스템 아래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같은 트리플 점프라도 상체를 먼저 돌리거나 점프 도약 시, 스케이트 엣지의 방향을 바꿔서 좀 더 편안한 점프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점프들이 큰 문제로 지적받지 못했지만 정확하게 채점되는 규정이 대세를 이루면서 정석적이지 못한 점프는 감점을 낳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편한 방식으로 점프를 배울 수도 있었지만 어린 김연아를 지도했던 류종현 코치와 신혜숙 코치는 철저하게 정석적인 점프를 가르쳤습니다. 쉬운 길로 가는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교과서적인 점프와 기술을 김연아에게 장착시킨 공로는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키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류 코치와 신 코치에게 탄탄한 기본기와 트리플 점프 5종 세트를 익힌 김연아는 김세열 코치와 지현정 코치를 만나면서 또다시 새로운 선수로 거듭납니다. 지현정 코치는 김연아를 지도할 때, "이미 기술적으로는 완성된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연기력과 표현력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 김세열 코치의 지도로 김연아는 자신의 장점인 완벽한 기술에 뛰어난 표현력까지 익히게 됩니다. 신혜숙, 지현정, 김세열 코치 등, 국내에서 가장 쟁쟁한 지도자들의 조련 속에 자신의 눈부신 재능을 활짝 피운 김연아는 세계 피겨를 풍미했던 왕년의 스타를 만나게 됩니다.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의 조화 속에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로 거듭나다

브라이언 오서는 80년대 남자피겨스케이팅을 풍미한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함께 '배틀 오브 브라이언'이란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던 오서는 88년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세계를 돌며 아이스쇼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김연아에 대한 코치직의 문의가 오서에게 처음 들어왔을 때, 오서는 아이스쇼 투어 중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이 지도하게 될 제자가 김연아라는 사실에 오서도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서는 김연아의 코치직을 수락했으며 국내 훈련보다는 전지훈련기간이 더 많은 김연아를 생각할 때, 오서는 최적의 지도자로 낙점되었습니다. 경쟁심이 강하고 열린 자세를 가진 오서 코치의 스타일은 김연아와 찰떡궁합을 이루었습니다.

이미 모든 기술에서 정점에 올라 있었던 김연아에겐 일방통행식의 강한 지도자보다 열린 자세로 선수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절충하면서 창의적인 면을 살려주는 지도자가 더욱 필요했습니다.

늘 김연아와 어머니인 박미희 씨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오서 코치의 지도방식에 김연아의 기량을 무르익어갔습니다. 또한, 오서 코치에게 강한 신뢰감을 얻은 김연아는 강한 체력을 강조하는 오서의 지도방침에 적극적으로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김세열 코치는 캐나다 선수들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의 유명선수들의 안무를 가르치고 있었던 데이비드 윌슨에게 메일로 김연아의 안무를 담당해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표현력에 있어서 비범한 재능을 가진 김연아를 윌슨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창의적인 면을 가장 중시한다는 윌슨은 김연아의 몸동작과 감수성, 그리고 스케이팅 기술 등을 간파하며 김연아에게 알맞은 안무를 작성하게 됩니다.

오서코치를 만나면서 김연아는 자신의 장기인 점프를 더욱 갈고 닦았으며 스핀과 스텝, 그리고 스파이럴도 몰라보게 발전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해져 가는 김연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윌슨의 창의 넘치는 안무였습니다.

오서와 윌슨, 그리고 김연아의 조화가 정점에 이른 작품은 2007~2008 시즌 사용되었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미스 사이공’이였습니다. 이 작품은 윌슨의 천재적인 기지가 발휘된 작품이었으며 트리플 점프와 스파이럴, 스핀과 스텝 등의 기술들을 적절하게 구성시킨 오서의 역량도 빛을 발한 걸작이었습니다.

김연아는 2007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딕슨이 안무를 담당하고 윌슨이 최종 점검을 한 거친 '록산느의 탱고'로 세계 무대에 자신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김연아는 오서와 윌슨의 합작이 온전하게 이루어진 '미스 사이공'으로 피겨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됩니다. 또한, 2007~2008 시즌쇼트프로그램 작품인 '박쥐'를 통해서도 절정의 팀워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피겨 팬들의 기대 속에 탄생한 2008~2009 시즌의 작품인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가 이번 Skate America에서 공개됐습니다.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과 프리스케이팅 작품인 '세헤라자데'의 우아함에 국내는 물론, 세계의 외신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무도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줘서인지 세헤라자데에 대한 상대적인 비교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과 안무들로 구성된 고난도의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것이 실전경기를 통해 최상의 연기로 표현되려면 코치와 안무가, 그리고 선수들 간의 의견 조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난 시즌의 '미스 사이공'도 좋은 작품이었지만 이번 시즌에 공개된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봤을 때, 오서와 윌슨, 그리고 김연아간의 팀워크가 얼마나 긴밀하고 유기적인지가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김연아가 진정으로 '행복한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준 좋은 지도자들을 만난 데에 있습니다. 김연아를 늘 괴롭힌 부상과 피겨를 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의 부족으로 스케이트를 벗을 위기가 몇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김연아를 올바르게 이끌어준 지도자들의 힘이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켰습니다.

* 김연아를 완성시킨 사람들 - '평생코치'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어머니 박미희씨 편이 계속 이어집니다.

[사진 = 브라이언 오서 (C) 브라이언 오서 홈페이지]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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