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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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가 세계최고의 '스케이터'인 이유 - 하

기사입력 2008.10.27 15:35 / 기사수정 2008.10.27 15:35

조영준 기자



점프와 함께 장착한 김연아의 신무기 '표현력'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는 어릴 적에 자신의 딸이 연기와 표현력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었습니다. 점프에서 다른 유망주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점은 발견했지만 지금과 같이 놀라운 표현력까지 갖출 줄을 전혀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김연아가 주니어 시절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면서 세계정상권에 도전할 때, 김연아의 앞에 유일하게 버티고 있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소개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피겨 팬들은 모두 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그 선수였습니다.

당시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서 주니어대회는 물론 세계정상까지 노크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언론들은 장차 세계최고의 선수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으며 피겨의 강국인 일본 내에서도 마오의 위치까지 근접하는 선수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혀 뜻하지도 않던 이웃나라인 한국에서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자 불운을 안겨줄 선수가 나타났습니다.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 구사여부에서 분명히 아사다 마오에게 뒤쳐져있었지만 어머니인 박미희씨는 트리플 5종 점프의 성공확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스핀과 스파이럴에 대한 부분도 정교하게 다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트리플 5종 세트 점프'외에 김연아만의 주무기를 또 하나 개발할 것임을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나온 것이 바로 지금 김연아가 가진 표현력입니다.

연기력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 피겨 지도자인 김세열 코치는 김연아를 단순한 스케이터에서 빙판에서 살아 움직이는 '발레리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점프에 대한 소질과 강인한 정신력 등 모든 부분을 갖춘 김연아에게 연기력과 표현력의 '끼'까지 내재하고 있었고 이 부분에서 눈을 뜬 김연아는 진정한 '토털 패키지'선수로 거듭납니다.



위 이미지와 같이 이번 프리스케이팅 PCS(프로그램구성요소)의 모든 부분에서 김연아는 7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2008 Skate America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PCS에서 모두 7점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김연아 밖에 없습니다.

스케이팅 기술이 뛰어나야만 좋은 기술은 물론 훌륭한 연기력까지 소화할 수 있습니다. 피겨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스케이팅 기술에서 김연아는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역대 여자싱글 프로그램들 중 가장 고난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의 안무 구성력의 점수도 높거니와 이렇게 어려운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김연아의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김연아가 경쟁력을 다지려고 익혀둔 훌륭한 표현력과 피겨스케이팅 기술이 PCS에서도 빛을 보고 있습니다. 단, 심판진들의 주관적인 개입이 크게 지배하는 PCS에서 이해되지 않는 배점이 이루어질 위험도도 높습니다.

지난 2008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타난 PCS점수 논란으로 경기가 끝난 뒤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피겨선수들과 코치들은 심판의 경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김연아와 오서 코치는 2008 세계선수권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생각하는 듯, 이번에 PCS에서 받을 점수에 상당부분 유의를 하며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특히,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력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너무나 정교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이루어진 안무는 분명히 어렵지만 김연아가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었던 원인은 김연아의 의견이 적절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직접 안무를 소화해보고 어느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으면 그 의견을 바로 수렴해 다듬은 안무는 김연아에게 꼭 맞는 맞춤옷이 되었습니다. 강렬하고 화려한 코스튬과 일치된 현란한 안무는 피겨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요소를 넘어갈 때마다 물 흐르듯이 연결되는 표현력은 다른 선수들이 따라올 수 없는 김연아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의 진정한 강자는 '토털 패키지' 선수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강조한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연아가 '세계최고의 스케이터'라고 강조한 것이지요. 아무리 자신의 선수라 할지라도 이런 발언은 쉽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김연아를 두고 오서 코치는 세계최고의 선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앞에서 기술했듯이 여자피겨선수들 가운데 범접하지 못할 최고의 기술들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자신의 전매특허인 점프를 최상의 콤비네이션 점프로 조합시켰습니다.

여기에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스파이럴과 스텝이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고 스핀도 다른 기술만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레벨 3를 받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함을 갖춘 김연아는 여기에 어느 스케이터들도 따라하지 못할 표현력과 안무까지 갖췄습니다. 약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피겨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수준에 오른 김연아는 세계최고의 '종합 선물세트' 선수로 우뚝 섰습니다.

피겨의 기본적인 채점과 '진정성'을 안다면 제아무리 트리플 악셀이나 쿼드 점프 한방으로도 도저히 무너트릴 수 없는 것이 바로 '토털 패키지'입니다. 안도 미키도 부상에서 신음한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발전된 기량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피겨와 관련된 모든 기술과 표현력에서 크게 밀리고 있으니 만약, 이번에 쿼드살코점프를 성공시켰다고 해도 20점이 넘는 고지를 훌쩍 넘어서 있는 김연아의 벽을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김연아를 두고 쿼드 점프, 트리플 악셀이란 단순한 큰 기술로 무마시키려는 처사가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피겨와 그릇되는 지가 이번 대회를 통해서 역력히 증명했습니다.

김연아와 오서 코치, 그리고 어머니인 박미희 씨는 언제나 큰 기술에 연연하지 않고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들에 신경을 써가면서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켰습니다.

피겨의 진정한 강자는 언제나 모든 요소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토털 패키지'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김연아를 옆에서 지켜본 오서코치가 '세계최고의 피겨 스케이터'라고 평가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남궁경상 기자, 김성배 프랜서, 표이미지 작성 (C)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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