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18 17:12 / 기사수정 2008.10.18 17:12
7회 말까지 7-0으로 앞서고 있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거의 확실시 보였습니다. 그러나 보스턴 팬들이 그토록 염원한 '기적'이 현실로 일어날 줄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보스턴 선발투수 가운데 최후의 보루인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홈런 세 방으로 초반에 무너졌습니다. 여기에 마무리 조너선 파펠본까지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공포'의 타자로 둔갑한 B.J 업튼에게 2루타를 맞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실점을 헌납했습니다.
레드삭스로서는 5차전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가 모두 날아간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믿을 것은 타자들뿐이었습니다. 과연 리그 최고 수준인 탬파베이의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7점의 점수를 3회 동안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역전의 기폭제가 된 타자는 MLB 역사상 최고의 '클러치 히터'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티스였습니다.
지난 8월 달에 있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이 결승전에 진출하기 전까지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32, 요미우리)이었습니다. 붙박이 4번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은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많은 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맞붙은 준결승전에서도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병살타와 삼진으로 물러나 많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마무리 투수인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결승진출을 결정짓는 극적인 투런홈런을 날리면서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습니다. 계속 부진해도 팀의 중심타자를 끝까지 믿고 4번 타순에 배치한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오티스도 비슷합니다. 오티스는 올 정규 시즌에서는 0.264의 타율에 23개의 홈런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힘든 시즌을 보낸 오티스였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제 몫을 충분히 해주리라고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LA 다저스로 둥지를 옮긴 전 동료 매니 라미레스와 함께 현역 최고의 클러치 히터로 평가받는 오티스는 예전과는 달리 제 몫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탬파베이와 가진 ALCS 4차전까지 오티스는 14타수 1안타로 빈타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1할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보였지만 보스턴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오티스를 끝까지 중심타선인 3번에 배치했습니다. 지금은 부진하지만 언젠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굳게 오티스를 믿었던 프랑코나 감독의 신뢰는 5차전 대역전극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오티스의 한방으로 7-1에서 순식간에 3점을 추가해 7-4로 따라붙었습니다. 이 한 방은 승부의 향방을 완전히 돌려놓는 순간이었습니다. 탬파베이의 막강 불펜 투수들 중 한 명인 그랜트 발포를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린 오티스는 자신의 진가를 마침내 발휘했습니다.
오티스는 2004년 뉴욕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 할 때, 끝내기 홈런과 적시타를 연거푸 쳐내며 팀을 낭떠러지에서 구조했습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진출이 거의 탬파베이의 손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그것을 제지한 선수는 역시나 오티스였습니다. 극성스러운 미디어와 팬들로 인해 레드삭스에서 뛰면서 꾸준하게 사랑받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오티스는 한결같이 많은 보스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결정적인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빅 파피' 오티스는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레드삭스를 일으킨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5차전의 패배로 적잖은 충격을 받은 탬파베이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오티스를 결코 쉽게 상대해서는 안 됩니다. 보스턴이 2004년과 2007년 월드시리즈를 재패할 때,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 타자들 중에는 언제나 오티스가 있었습니다.
[사진 = 데이비드 오티스 (C) boston.redsox.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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