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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스케이팅, 기술과 표현력이 모두 중요하다

기사입력 2008.10.07 17:22 / 기사수정 2008.10.07 17:2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새로운 피겨 시즌을 알리는 국제 대회인 ISU(국제빙상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김민석(15, 불암고)과 곽민정(14, 평촌중) 등, 국내 주니어대표선수들을 데리고 다녀온 김세열 코치는 이번 시즌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심판들이 주는 가산점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좋은 표현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점수를 얻고 있었다. 일례로 곽민정이 동메달을 획득한 주니어 그랑프리 3차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아만다 돕스(미국)는 2위였던 알렉스 길레스(미국)보다 구사할 수 있는 트리플 점프 수는 적었지만 풍부한 표현력을 발휘해 트리플-트리플을 구사하는 알렉스 길레스를 이길 수 있었다. 또한 프로그램 요소들을 구성하는 짜임새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국제대회를 통해서 우리 선수들이 무엇이 부족하고 보완해야 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또한,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독일에서 벌어진 네벨혼 피겨스케이팅대회에 국가대표 김나영(18, 연수여고)을 데리고 참가한 신혜숙 코치도 "4위를 기록한 스페인 선수는 트리플 점프를 하나 밖에 구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표현력이 우수해 4위까지 올랐다"라며 표현력의 중요성이 높아져가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피겨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받는 요소는 '점프'입니다. 어린 유망주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이 점프들을 하나씩 익히기 위해 가장 많은 훈련 시간을 소화합니다. 은반 위에서 남다른 끼와 훌륭한 안무 실력을 보여줘도 점수의 배점이 가장 높은 점프에서 재미를 못 본다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기술은 좋지만 빙판 위에서 심판들과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연기력과 끼가 부족하다면 트리플 점프를 많이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훌륭한 표현력을 갖춘 선수들을 쉽게 이기기 어렵습니다.

피겨 점수를 매기는 요소들이 점점 세밀해지면서 기술의 성공 요인을 보는 기준도 예전보다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시즌에 앞두고선 트리플 악셀과 쿼드 점프 같은 고난도의 기술들의 배점도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기술의 난이도보다 빙판 위에서 선보이는 표현력에 비중을 두는 심판들의 눈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기술적으로나 표현력으로 점점 섬세해지는 채점 기준이 마련되면서 선수들과 코치진들은 더욱 긴장의 끈을 조여매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강화된 심판들의 채점 기준은 보다 선수들에게 훌륭한 연기를 유발시키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판들의 주관적인 측면이 더욱 개입돼서 가산점으로 이어진다면 여기에 대한 논란도 쉽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 피겨 계의 흐름에서 최종적으로 국내의 선수들이 승리하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 가려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기본기 훈련'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기술과 표현력 등, 피겨에서 요구하는 전반적인 사항을 충실하게 익혀나가는 훈련 방법도 필요합니다.

피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리플 악셀'이나 '쿼드 점프'같은 고난도의 기술이 아닙니다. 다채로운 트리플 점프가 정석적으로 갖춰지면 이것은 곧바로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라는 최고의 무기로 발전돼 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선수들이 강점을 보이는 스핀과 스파이럴도 높은 레벨을 받게끔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기술 중 하나는 스케이팅 기술과 스텝입니다. 연기의 구성요소들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심판들과 팬들을 시종일관 흥분시키는 다이내믹한 연기를 펼칠 때, 훌륭한 스텝이 한 몫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종합 선물세트'로 불릴 만큼 피겨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고르게 갖춘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피겨 지도자는 점프 기술은 좋은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정상권에 진입하지 못한 선수가 있었고, 연기력은 훌륭하지만 기술이 떨어져서 재미를 보지 못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스포츠도 그러하겠지만 피겨란 종목 역시 다양한 요소들을 고르게 장착해야만 비로소 뛰어난 선수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를 꿈꾸는 선수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점프의 기술들을 익히고 난 뒤, 음악을 타는 느낌을 연마해서 표현력을 다져나갑니다.

아직도 기술과 표현력을 놓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피겨를 논할 적에 어느 것이 더 비중이 높다는 답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고난도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정작 필요한 표현력과 다른 기술들에 소홀히 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한 처사입니다.

2분에서 4분의 시간동안 빙판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완성하려면 모든 기술과 연기 구성요소들을 고르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출현과 국내 유망주들의 기량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피겨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고르게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목동실내아이스링크장에서 벌어진 제10회 전국꿈나무피겨스케이팅대회에 참가한 어린 선수들은 모두 기술과 표현력에서 고르게 발전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빙판 위에서 발휘할 묘든 요소들을 꾸준하게 연마해 가고 있는 유망주들 때문에 한국 피겨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습니다.

[사진 = 김연아 (C) 남궁경상 기자, 김해진, 박소연, 이호정 (C)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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