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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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에인절스를 기사회생시킨 나폴리와 위버

기사입력 2008.10.06 15:27 / 기사수정 2008.10.06 15:2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정규시즌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게 8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LA 에인절스의 기세는 이번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63세이브로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의 부진과 장타력 부재와 빈약한 득점권 타율은 에인절스의 팬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6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디비전시리즈 3차전의 경기내용을 보면 오히려 레드삭스가 에인절스보다 실리적인 경기운영을 했습니다. 에인절스가 12안타를 때리는 동안 4득점에 머물러 있었던 것에 비해 레드삭스는 5개의 안타로 넉 점을 뽑아냈습니다.

에인절스는 홈에서 펼쳐진 1, 2차전의 경기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실책이 3차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2002년 에인절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때의 유일한 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개럿 앤더슨은 5회말,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플라이 볼을 놓치는 수비실책을 범했습니다.

그리고 9회 초 에인절스 공격 때, 첫 타자로 나선 토리 헌터는 3루수 옆을 스치는 총알성 안타를 때리고 난 뒤, 주루 플레이 미숙으로 2루까지 어설프게 뛰다가 아웃을 당했습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어이없는 플레이를 한 헌터와 앤더슨의 실책은 결과가 좋게 끝나서 망정이지 만약 에인절스가 레드삭스에게 스윕 패를 당했더라면 이들 선수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이날 경기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에인절스의 마무리 투수인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등판한 10회 말이었습니다. K-로드의 포스트시즌 부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확실한 것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나타나고 있는 K-로드의 구위는 정규시즌에 비해 위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반면, 보스턴의 마무리인 조너선 파펠본의 직구는 볼 끝의 무브먼트가 예리하게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K-로드는 직구 구사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K-로드는 볼을ㅇ 던질 때마다 외마디 고함을 지르며 혼신의 투구를 거듭했지만 직구의 스피드는 90마일 대 초반으로 쳐져있었고 볼 끝의 움직임도 느슨해보였습니다.

지난 2차전에서 홈런을 맞은 기억 때문인지 볼 하나를 던질 때마다 전력투구를 하며 스트라이크를 못 던져도 철저하게 낮게 던지려는 의지가 역력히 보였습니다.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친다는 슬라이더 역시 예리함이 떨어져있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구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K-로드는 볼 배합을 바꾸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주력했습니다. 만약, 자신의 볼을 믿고 신중한 레드삭스의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쳤다면 K-로드는 또다시 패전투수가 되면서 포스트시즌에서 레드삭스를 만나면 맥을 못 추는 징크스를 끝내 털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직구의 자신감 부족과 제구가 안 되는 슬라이더 때문에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계속 출루시켰지만 볼 배합을 적절하게 가져가며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에 K-로드는 물론, 에인절스는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디비전시리즈 3차전의 히어로는 단연 에인절스의 포수인 마이크 나폴리와 승리투수가 된 제러드 위버입니다. 나폴리는 1회 말에 만루의 기회를 놓쳤지만 3회와 5회에 연타석 홈런을 치며 장타에 목말라있던 에인절스 타선에게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무려 포스트시즌에서 69이닝에 가깝게 홈런이 없었던 에인절스는 중심타자가 아닌 7번 타순에 있는 포수 나폴리의 연속 홈런으로 가볍게 석 점을 추가하며 레드삭스에게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12회 초에서 극적인 결승타를 때린 선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13타수 무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빠진 에릭 아이바였습니다. 한 가운데로 몰린 하비에 로페스의 낮은 볼을 놓치지 않고 가볍게 안타로 연결시킨 아이바의 단타가 끝내 5시간이 넘은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에 이어서 등판한 제러드 위버은 ·11회 말과 12회 말을 모두 잘 틀어막으며 낭떠러지에 몰린 에인절스를 구제했습니다. 간혹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났지만 위버는 볼을 던질 때마다 집중을 다하면서 실투를 피해갔습니다.

1차전과 2차전에서 모두 실투로 인해 대량점수를 헌납한 에인절스의 투수들은 한층 신중해져 있었습니다. 볼을 골라내며 신중하게 실투를 기다리고 있던 레드삭스 타자들은 위버의 낮고 코너워크가 잘되는 볼에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승부의 향방은 4차전으로 연기됐습니다.

비록 에인절스가 나폴리와 위버의 활약으로 힘겹게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경기내용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에인절스가 4차전도 승리해서 디비전시리즈의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가지고 가려면 무엇보다 수비와 주루에서 속출되는 어이없는 범실을 줄여야합니다.

레드삭스는 여러모로 탄탄한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 에이스인 조시 베켓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이번 경기에서 불펜 진들의 소모로 인해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습니다. 여기에 단기전 승부에서 수비 실책과 주루 범실만큼 뼈아픈 요소는 드뭅니다. 비록 이번 경기는 나름대로 이겼다고는 하지만 에인절스가 다음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반전의 기회는 없어질 것입니다.

레드삭스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머나먼 서부인 캘리포니아의 애너하임까지 다시 비행기를 타고 가서 5차전을 치를 에너지 소모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레드삭스에 비해 긴박한 상황인 에인절스는 4차전 선발투수로 에이스인 존 래키를 예고했습니다.

레드삭스는 팀 웨이크필드가 나올지 아니면 1선발인 존 레스터를 투입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발표가 아직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5차전까지 가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입장을 고려해본다면 래스터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사진 = 제러드 위버, 마이크 나폴리 (C) losangeles.angel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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