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김석훈은 반듯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다. 그래서인지 교양 프로그램과 클래식 라디오 진행 등 이미지에 어울리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클래식과 관련된 좋은 일을 많이 했어요. 연기 외에 하고 싶었던 것이 내레이션과 라디오 진행이었거든요. SBS '궁금한 이야기Y'와 CBS 라디오 '아름다운 당신에게' 진행이었어요. 내내 만족스러웠고 좋아했어요. 나중에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숲 해설가예요. 배우가 작품으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듯 무언가를 전달하는 직업이 좋더라고요."
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풍기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나이를 먹으면 역할이 사라지게 되잖아요. 그럴 때 아이가 있거나 부인이 예뻐서 다시 회자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러면 다시 열심히 활동하게 되고요. 저는 부인도 없고 아이도 없네요. (웃음) 예능 섭외가 들어오긴 해요.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 나갈 수는 있지만 배우로서는 신비주의 같은 철학이 있죠.
저의 실생활을 보여주면 대중은 좋아할 것 같아요. 얼마나 재밌겠어요. 하하. 반듯하고 신사적이고 지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실생활은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게 저에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요. 재미를 위해 제가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죠. 나 자신을 보여주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극으로만 보여주는 게 좋아요."
데뷔 20년 차 배우답게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롭다. 나이가 듦에 따라 역할이 적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할 법한데, 그는 "전혀 아쉽지 않다"며 미소 지었다.
“당연한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억울하지 않아요. 20대 때는 매번 주인공을 하다가 40대 때는 주인공이 될 횟수가 줄어들지만 그게 당연한 거예요. 최근에도 ‘네가 저 드라마를 했으면 기가 막힐 텐데’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보다 어린 배우가 했는데 잘 못 살리더라고요. 힘들기도 하지만 분하거나 억울하진 않아요. 더 이상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과감하게 배우를 안 하려고 해요.”
현재 그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코러스 걸 페기 소여를 스타로 키우는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데뷔 14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역시 페기소여처럼 갑자기 스타가 됐다며 이야기에 공감했다.
"중고신인을 찾던 PD가 연극을 보러왔고 ‘홍길동’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국립극단의 단원으로 연극을 하다가 조연 생활을 한 번도 안 거치고 바로 주인공을 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했죠. 페기 소여는 스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저는 한 번도 텔레비전을 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황당하기도 했고요.
운칠기삼이라고 운이 좋았지만 그렇다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언젠가는 기회가 오게 돼 있는데 맡을 수 있는 그릇이 되면 다 담을 수 있죠. 준비 안 된 사람은 아무리 좋은 역할을 줘도 안 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를 철저하게 연구하며 준비했다. 오랜만의 뮤지컬이기에 노력을 많이 했단다. "폐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다"며 각오를 밝혔다.
"전수경, 최정원, 에녹, 전수경, 배해선 등 모두 뮤지컬 경력이 단단해서 걱정도 되네요. 무대에 올라가면 신나는 체질이에요. 무대가 주는 매력이 있거든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클래식 콘서트든 무대에서 뭔가 전달하는 게 기분 좋아요. 14년 전에는 노래 연습을 안 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했어요. 폐 끼치지 않을 겁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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