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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포스트시즌 악몽 컵스, 불운인가, 전술 문제인가?

기사입력 2008.10.05 16:46 / 기사수정 2008.10.05 16:46

조영준 기자



시즌 막판 최고의 팀으로 부상한 다저스와 만난 컵스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008년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 팀에 오르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지었지만 정작 중요한 디비전시리즈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3연패 당한 팀. 사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전망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야말로 시카고 컵스가 백 년 동안 묵은 한을 풀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선발투수진과 불펜, 그리고 타선의 짜임새까지 시카고 컵스는 단연 2008년 내셔널리그 최고의 팀이었습니다. 이러한 컵스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가장 저조한 승률을 가진 LA 다저스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LA 다저스는 애리조나와 5할 대 승률을 가지고 옥신각신하던 그 팀이 아니었습니다. 다저스가 안고 있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해결사’ 역할을 해줄 중심타자가 시즌 중에 영입되면서 다저스는 8할 대에 육박하는 승률 팀으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컵스와 비견될만한 선발진과 불펜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다저스는 리그 최고의 '타점 머신'인 매니 라미레스를 데려오면서 강팀의 면모를 갖춘 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늘 마운드에서 짠물투구를 했지만 득점을 올려야 할 기회를 놓쳐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던  팀이 LA 다저스였습니다. 그러나 보스턴에서 매니를 데려오고 클리블랜드에서 가세한 또 한명의 중심타자인 케이시 블레이크는 기존의 러셀 마틴과 제임스 로니와 함께 막강한 중심타선을 구축했습니다.

라파엘 퍼칼이라는 수준급의 1번 타자를 보유하고 있었던 다저스는 출루율이 높은 퍼칼과 마틴을 홈으로 불러들을 수 있는 해결사들이 뒤를 받쳐주면서 팀 득점력이 상승했습니다. 다저스는 탄탄한 선발진으로 중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다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타점을 올려주는 중심타선으로 인해 알토란같은 점수를 추가하는 시합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리고 이 점수를 지키는 막강한 불펜진이 있는 다저스는 이내 높은 승률을 가진 팀이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적절한 수급으로 인해 효과적인 경기운영을 가져갈 수 있었던 명장 조 토레 다저스 감독은 이러한 선수구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으며 마침내 디비전시리즈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포스트시즌의 '강팀'이 되지 못한 컵스의 한계

컵스가 자랑하는 원투펀치인 라이언 뎀스터와 카를로스 잠브라노는 모두 다저스 타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터트린 ‘한방’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1차전과 2차전에서 연이은 홈런을 터트리고 컵스 투수들의 견제로 인해 다른 타자들까지 효과를 볼 수 있게끔 만든 매니의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또한, 다저스 타자들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오면서 더욱 신중해졌습니다. 투수들의 볼을 골라내고 치는 능력은 연승행진을 보였던 정규시즌 막판과도 같았습니다. 득점 권에서 효과적인 배팅을 하기위한 준비가 철저히 돼있어 보였고 루상에 주자가 진루했을 시, 철저하게 팀 배팅을 하고 집중력을 가지는 조 토레 감독의 스타일을 다저스 타자들은 매우 훌륭하게 수행해줬습니다.

이러한 다저스 타자들에 비해 컵스의 타자들은 지난 시즌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나타난 무리한 스윙과 성급한 배팅이 그대로 재현됐습니다. 컵스 타자들의 열의는 매우 높았고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었습니다.

그러나 의지만 앞선 스윙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습니다. 컵스 타자들의 적극적인 스윙은 오히려 무모한 공격으로 이어졌고 다저스 투수들이 던지는 유인구에 연이어 속으면서 헛스윙과 범타를 남발했습니다.

컵스 타선의 '핵'인 데릭 리는 한국시간으로 5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다저스의 선발투수인 구로다 히로키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배트와 헬멧을 그라운드에 내던졌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원한 배팅이 안 되고 있다는 제스처였습니다.

이렇게 컵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보이는 부진은 '염소의 저주'란 속설로 운운할 문제가 아닙니다. 컵스의 감독인 루 피넬라는 정규 시즌과는 다른 포스트시즌에서 강점을 보일 팀으로 완성시켜야합니다. 선수들 또한 꼭 이기겠다는 의욕대신, 위기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 팀플레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컵스의 선발투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볼이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하지 않았고, 스스로 자멸한 수비실책이 속출하지 않았다면 시리즈가 이렇게 일방적으로는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포스트시즌에서 강세를 보이려면 실투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투수들의 빼어난 피칭과 견고한 수비가 이루어져야합니다. 또한, 상대투수를 괴롭힐 수 있는 빼어난 선구안과 팀 배팅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견고하게 완성시키지 못하고 컵스가 또다시 정규리그의 성적만 믿은 채,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면 '염소의 저주'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 = 알폰소 소리아노 (C) chicago.cub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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