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부드럽고 신사적인 밀크남 이동건은 없었다. '7일의 왕비'이동건이 완벽한 연산군 연기로 안방극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3일 KBS 2TV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의 마지막회가 방송됐다. 역사 왜곡 논란과 낮은 시청률로 시끄러웠던 작품이지만, 극 중 연산군을 연기한 이동건의 연기만큼은 한 번도 혹평을 들은 적이 없다.
사실 연산군 역할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그리는 역사 왜곡의 정점이었다. 비록 장녹수로 대표되는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왕이긴 하지만 자신의 처인 중전 신씨는 존중했다고 알려진 연산군.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그는 처조카인 신채경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며 동생과 삼각관계를 만드는 인물로 그려졌다.
누가 봐도 불편할 수 있는 설정을 말이 되게 설득한 건 오롯이 이동건의 힘이었다. 그의 눈빛은 채경(박민영)에게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연산군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한 나라의 정점인 임금으로서의 연산군의 카리스마부터 자순대비(도지원)에게서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는 아이같은 모습이나, 동생 역(연우진)을 미워하지 않으나 그를 견제해야하는 불안함 등 연산군의 복합적인 성격과 감정은 그의 다양한 표정과 대사 톤으로 완성됐다.
마지막회 역의 품에서 "너를 미워한 게 아니라 나를 미워했다"고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는 연산군의 모습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보다 연산군도 불쌍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만들었다.
'파리의 연인'에서 "내 안에 너 있다" 한 마디로 전국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한 여자의 마음을 독차지한 이동건은 '7일의 왕비'를 통해 인생캐를 남겼다. 또한 첫 사극 신고식을 연산군으로 훌륭히 치르며, 다음 사극도 기대하게 했다.
무난한 연기력의 배우는, 이제 다음 연기가 궁금한 배우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7일의 왕비' 최대 수혜자는 바로 이동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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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