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짧았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LG 트윈스의 오지환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최근 5년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전반기를 마친 오지환은 8월의 첫 경기부터 '원맨쇼'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오지환은 자신에게 늘 따라붙는 '과거에는 부족했던'이라는 수식어마저도 성장의 증표로 삼을만큼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실제로 오지환의 타격과 수비는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지난 시즌 잠실구장 유격수 최초로 2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한 개인 역량의 발전 속에서도 "팀이 상위권에 있지 못해 아쉽다"며 팀을 먼저 생각하는,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면모도 확실하다. 남은 시즌 또 한번 도약을 꿈꾸는 오지환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잠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휴식을 취했다. 휴식 후 타격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휴식의 효과가 있었나?
A. 다른 팀원들보다 힘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날씨가 덥다보니, 한 두경기만 쉬어도 힘이 생길 수밖에 없다.
Q. 1일 경기에서 앞선 타석에 좋은 타격을 보여준 후, 찬스에서 롯데 벤치가 승부를 피했다. 고의사구로 출루할 때의 기분은 어떤가.
A. 아무래도 상대에서 인정해준 것이니 선수로서 뿌듯하다. 오늘은 나를 피하려는구나 생각했다. 인정받는 기분이다.
Q. 올해 전반기가 최근 5년간 중에 가장 성적이 좋다. 전반기를 평하자면?
A. 매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팬 분들도, 개인적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몇 년간 그러지 못했다. 정말 조금씩 좋아지지 않았나. 다행히 전반기 마쳤을 때 2할8푼8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나는 본래 3할을 치는 선수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잘 된 것 같다.
Q. 확실히 좋은 성적을 거둔 전반기였다. 하지만 굳이 전반기에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A.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무엇보다 우리 팀 순위가 아쉬웠다. 상위권에 있어야 하는데 높은 위치가 아니라는 점이 그랬다.
Q. 팀 내 결승타 1위다. 주자 나가면 내가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나?
A. 내 앞에 찬스가 주어졌다는 것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못 칠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욕심도 많다. (찬스에서) 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지 않나. 다음날 아침자 신문기사 헤드라인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많이 한다.
Q. 작년 후반기가 좋았다. 올해 이어간다면 새로운 커리어하이 갱신이 가능할 것 같은데.
A. 그 부분도 생각했다. 올해 전반기를 좋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이 욕심난다. 3할 한번도 쳐본 적 없지만,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8,9월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Q. LG가 최근 몇 년간 후반기에 올라선 케이스가 많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고, 새 얼굴도 많아져서 활기차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자기 위치가 정해져있는 사람보다, 이제 막 떠오르는 선수들이라 더 밝게 할 수 있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데, 나보다 선배들이 내게 먼저 다가와 물어보기도 한다. (이)천웅이 형, (이)형종이 형 등이 나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팀에 대해, 야구에 대해 묻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Q. LG의 후반기 동력이 될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왔다. 제임스 로니의 타격을 본 소감은?
A. 확실히 배팅 치는 것 보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자신만의 공략법이 있다고 생각된다.
Q. 이번 시즌 하위인 7번 타순에서 타율(3할2푼4리)이 좋은데.
A. 사실 유격수가 체력소모가 크다. 욕심으로는 5,6번에 배치되어 타점 올릴 기회를 많이 얻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7번에 배치되어도 중심타선의 출루 후 찬스가 많이 온다. 앞에서 (양)석환이가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많이 온다.
Q. 체력 안배 차 선발에서 제외된 사이 동료이자 경쟁자인 황목치승이 맹활약을 펼쳤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사실 너무 감사하다. 같은 팀 선배고, 선배는 백업인 입장이었는데, (황목)치승이형이 내게 준 메시지가 너무 크다. 형의 플레이가 너무도 절실해보였다. 형과 이야기 많이 나누는데, 선수들은 모두 자기만의 역할이 있지 않나. 바깥으로 보여지는 나는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나 역시 쉬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경기에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며 마음가짐을 달리 하게 됐다. 형에게 정말 고맙다.
Q. 이제 시즌 막바지가 다가오고 있다. 이루고 싶은 후반기 목표가 있다면
A. 팀 적으로는 순위권 싸움이 아직 치열하지 않나. 허프가 돌아오면 더욱 좋아질 것 같다. 순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더 높은 순위에서 시작해서 다른 팀들을 기다리고 싶다.개인적으로는 조금씩 늘어간다는게 뿌듯하다. 팬 분들이 볼 때도 오지환이라는 선수가 정체되어 있는 게 아니라 발전하고 있었으면 하고, 그렇게 해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으면 한다. '예전에 못했던'이라는 표현은 언론이 내 앞에 붙이는 고정 수식어와도 같다. 다르게 보면 이는 과거보다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꾸준히 노력하며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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