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5선발 중에 최고'라는 말도 어쩌면 부족하다. 최근 LG 트윈스의 선발 김대현의 활약은 눈부시다. 7월 2승 평균자책점 1.93으로 토종 에이스급 투구를 펼친데 이어, 8월 첫 경기 역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로 상쾌하게 출발했다.
4월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김대현에게 찾아온 선발 기회는 이번이 두번째. 아쉬움을 삼키며 불펜으로 옮겼던 첫번째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달라진 비결을 묻자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들이 이제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차분히 답한 김대현이었다.
"처음 찾아온 선발 기회, 안일하게 생각했다"
2017 시즌 초반, 김대현은 LG의 5선발이었다. 본래 예정됐던 자리는 아니었으나,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시범경기 부상으로 이탈하며 김대현에게도 기회가 왔다. '2년차 신인 치고 괜찮다'는 평가는 있었으나,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다. 결국 허프가 돌아오며 김대현 역시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어찌보면 허프의 복귀로 인한 김대현의 보직 변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김대현은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회는 역시 쉽게 오는게 아니더라"며 담담히 말한 그는 스스로 "내게 찾아온 기회를 안일하게 생각했다. 당당히 피칭하는 나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놓친 기회를 아쉬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음에 찾아올 기회를 완벽히 잡자고 생각했다. 김대현은 "다음 기회가 오면 무조건 (나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절치부심했던 그 때를 떠올렸다. '보여준다'가 단순히 좋은 성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순간에도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었다. 김대현은 "많이 맞고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허프도, 차우찬 선배도 그럴 때가 있지 않나"라며 "마운드에서 당당하게 공을 뿌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음 경기에 또 기회가 온다.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직구, 몇 이닝 몇 구를 던져도 자신있다"
7월 다시 선발로 돌아온 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패 없이 2승을 올렸다. 그런데도 김대현은 "양이 차지 않는다"는 말로 여전한 목마름을 밝혔다. 그는 "이닝이 지날수록 변화구 컨트롤이 어렵다. 직구는 몇 이닝, 몇 구를 던져도 자신있지만 변화구는 그렇지 않다"며 약점을 스스로 짚었다.
김대현의 승부구가 직구, 슬라이더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김대현은 다른 변화구를 더욱 자신있게 던진다고 말했다. "다들 직구를 노리고 들어온다. 그렇기에 더욱 변화구를 던진다. 승부구를 던질 타이밍에도 자신있게 뿌린다. 선택지를 늘려 타자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기 위해서다"고 전했다. 어떤 공으로 승부를 볼 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역으로 가며 타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
"등판 전날? 9이닝 동안 27K 잡는 생각 한다"
시즌 초 선발 등판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던 김대현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어제도 2시에 잤다. 경기 수와 상관없이 긴장되는 것은 같다"고 말한 김대현은 "마운드에서 내가 던질 공을 생각한다. 누워서 머릿속에 9이닝 동안 삼진 27개 잡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상대가 롯데였기에 롯데 타선을 상대하는 이미지도 미리 머릿속에 그렸다. 대선배인 이대호를 상대로 꽉 찬 몸쪽 공을 던지는 모습을 그렸던 김대현은 "정말 몸 쪽으로 던졌다. 그런데 안타를 치셨다"며 웃었다.
"선발승보다 더 하고 싶은 것은 배움, 그리고 경험"
최근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지만, 김대현은 여전히 얻고 싶은 게 많다. 그것은 많은 이닝도, 선발승도 아니다. 김대현은 "5이닝, 선발승 못해도 괜찮다. 대신 올해는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많이 맞아도 보고 싶고, 위기도 겪으며 막아내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최대한 지금 많이 경험해야 내년에 편하지 않겠나"라며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많이 느끼고 배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드를 내려갈 때 팬들의 연호를 들으면 벅차고, 매일 들어도 색다르다"고 말하는 얼굴에는 벅참과 뿌듯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팬들의 환호는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마다 듣고 싶다"고 말한 김대현은 "(허프 돌아온 후에도) 선발진에 계속 있고 싶다. 마음은 그렇다"며 웃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