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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쿼드 점프보다 값진 것은?

기사입력 2008.09.25 07:01 / 기사수정 2008.09.25 07:0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08~2009 그랑프리 시즌의 첫 경기인 'skate of america'(10월 23~28)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와 맞붙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바로 2007 세계선수권자인 안도 미키(일본, 21)입니다.

2007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오르면서 선수 생활의 절정기를 보낸 안도 미키는 피겨스케이팅 점수에 대한 새로운 점수 도입제가 이루어지면서 잘못된 점프의 엣지를 교정하려다가 슬럼프에 빠졌고 부상도 찾아와 한동안 침체기를 보냈습니다.

필자가 지난 7월 달에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아이스쇼에서 안도 미키를 보았을 때도 점프의 도약과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부상에서 많이 회복되면서 안도 미키도 지난 시즌보다 자신의 레벨을 높여 새 시즌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도 미키가 이번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여자선수들이 넘기 힘든 '마의 벽'이라 불리는 '쿼드 점프'를 구사하겠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도 미키는 물론, 아사다 마오(18)를 비롯한 일본 피겨 선수들은 의례 시즌을 앞두고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겠다는 보도는 예전부터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겠다는 기사는 예전부터 나왔었습니다. 물론, 여자피겨선수로서 최고의 기술에 도전하겠다는 목표와 정신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이번에 안도 미키의 쿼드 점프 시도에 대한 의욕도 충분히 도전적인 정신입니다. 그러나 고난도의 기술에 도전하는 것만이 피겨에 대한 최고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김연아 본인을 비롯한 팬들과 국내 피겨 관계자들도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는 다 똑같지 않고 자기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듯, 김연아는 기본기와 정석에 착실한 길을 선택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안도 미키와 아사다 마오 등은 모든 점프를 골고루 잘 뛰는 길 대신 고난도의 점프의 장착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안도 미키가 2002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여자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쿼드 살코 점프를 성공시켰습니다.

이러한 업적은 실로 대단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 안도 미키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비록 일본 언론들과 팬들이 건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세계정상급 피겨 선수로서 좋은 연기를 꾸준하게 보여줬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에 성공시킨 '쿼드 살코'만을 놓고 본다면 큰 기술이 너무나 일찍 단명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교훈을 시사합니다.

대단한 기술일수록 그만큼 성공확률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도 미키는 그 이후로 쿼드 살코를 다시 볼 수 없었으며 아사다 마오 역시 근래에 들어서서 그녀를 칭할 때 첫 손으로 꼽는 기술인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어려운 기술일수록 연습 때 성공률이 좋았다고 해도 실전에 들어서면 그만큼 완벽하게 구사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야구에서도 큰 것 한방이 자주 나오지 않는 것처럼 피겨에 있어서도 어려운 기술의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아라카와 시즈카는 결코 안정 성향으로 간 연기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실전에 나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연기들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피겨는 기술배점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실수를 줄이느냐의 다툼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요소들을 얼마나 잘 조합해서 넣느냐에 있습니다. 김연아가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피겨 기술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골고루 발전시켜왔으며 이러한 다채로운 장점들을 실전에서 기가 막히게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트리플 악셀에 부러워하는 시선은 많았지만 김연아가 가진 최고의 기술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의 환상적인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그리고 높이와 탄력이 뛰어난 트리플 러츠 점프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부각을 받지 못했습니다.

피겨가 아닌, 어느 종목이건 '필살기'로 불리는 기술에 시선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필살기' 기술로만 이기려는 것은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야구에서 큰 만루 홈런으로 상황이 뒤집힐 수는 있지만 피겨는 큰 기술만이 아닌 모든 기술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종목입니다. 트리플 악셀과 쿼드점프를 구사하는 선수가 대접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시도도 못하는 선수는 낮게 평가받아야 한다면 가장 높고 탄력적이며 정석적인 트리플 콤비네이션이 주는 대단함과 음악을 타면서 물 흐르듯이 연기하는 표현력, 그리고 레벨이 높고 우아한 스핀과 스파이럴의 가치는 불필요해질 것입니다.

'트리플 악셀'의 원조인 일본 피겨의 전설 이토 미도리가 여자선수로서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지금까지 진정한 '피겨 여왕'으로 등극했던 선수들은 이토 미도리와는 다른 선수들이 훨씬 많았었습니다.

피겨는 쿼드 점프나 트리플 악셀 같은 기술로 승부가 가려지고 값어치가 매겨지는 종목이 아닙니다.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한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받을 가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최고를 논한다는 것은 형평성이 떨어집니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탄력과 높이, 그리고 정석적으로 이루어진 김연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진정으로 음악을 몸으로 느끼면서 타는 연기는 피겨의 단편적인 면이 아닌,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늘 특정 점프 기술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수 없이 최대한 잘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일관적으로 답변을 하는 김연아는 피겨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골고루 발전시켜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깃들여져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아무리 쿼드점프와 트리플 악셀의 배점이 높아졌다고 할지라도 다른 요소들에서 이 기술들을 받쳐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성공률과 가산점, 그리고 스핀과 스파이럴의 레벨과 음악을 타는 표현력 등, 피겨의 전체적인 면을 김연아는 고르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김연아를 공략하려고 큰 기술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할 수 있는 기술을 좀 더 완벽하게 갈고 닦는 것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피겨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기술을 익히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현재에서 할 수 있는 기술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김연아도 자신이 충분히 시도 할 수 있는 기술과 요소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지만 언제나 도전적이었습니다. 이번 새 시즌의 프로그램도 지난 시즌과는 큰 차이점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뒷걸음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올 것입니다.

순위를 다투는 것이 아닌 '피겨의 진정성'을 보여 줄 것인가에 대한 경쟁도 피겨를 보는 유익한 즐거움 입니다.



[사진 = 김연아, 안도 미키, 아라카와 시즈카 (C) 남궁경상,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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