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다들 긴장하고 계시더라고요. 서로서로 (영화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어보고 그래요. 잘 돼야 하는데 걱정이 많이 되네요."
26일 개봉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의 공개를 하루 앞둔 날, 배우 이정현을 만났다. '군함도'는 개봉 하루 전 사전 예매량 40만 장을 넘기는 등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하며 주목받고 있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함께 개봉을 맞이하는 초조한 마음을 전하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껏 밝은 목소리로 전하는 그다.
이정현은 '군함도'에서 온갖 수난을 겪으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강인한 여성 오말년을 연기했다. 위안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지만, 늘 강인하고, 또 당당하다. 아파만 하거나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가 아닌, 조선 소녀들에게는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로 군함도 속 조선인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인다.
그 당시 실제 이들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은 작품을 위해 실제 자신의 체중을 36.5kg까지 감량하며 투혼을 발휘한 이정현의 열정으로 더욱 생생하게 스크린 속에 녹아났다. 지난해 1월, 이정현의 '군함도'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 것도 당연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군함도'와 함께 했던 이정현은 19일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처음 만났다.
"세트와 CG도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웃음) 한 신 한 신 다 기억이 나거든요. 촬영 없어도 현장에 많이 가고 그랬었어요.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도 그 때 배우들이 고생했던 것이 막 생각이 나서 '그때 그랬지' 이러면서 봤었거든요. 저는 객관적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떨려서 그때는 잘 못 봤기 때문에, 개봉하면 동네에 있는 극장에 가서 다시 한 번 보려고요."
출연 제안을 받았던 순간부터 환호성이 절로 나왔던 시간이었다. '군함도'의 제작사인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얘기한 이정현은 "'류승완 감독님의 '군함도'라는 영화'라고 얘기를 해주시는데, 차를 타고 주차장에 내려가다가 정말 소리 지르고 그랬어요"라고 웃으며 "다른 곳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당해서 울고, 슬픈 감정들만 담아냈다면 '군함도'에서는 이것에 당당하게 맞서고, 강인한 모습이 보여지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류승완 감독님이 여배우를 확실히 강하게 그려주시는구나, 정말 좋았죠"라고 회상했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함께 할 배우들이 정해졌던 것도 이정현의 마음을 떨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정현은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떨렸는데, 촬영에 들어가면서 떨림이 사라졌죠. '군함도'를 찍으면서 좋은 작품을 했다는 것도 기쁘지만, 황정민과 소지섭, 송중기라는 사람과 강혜정 대표님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좋아요"라고 웃어보였다.
영화 속에서 말년은 일제 치하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 군함도에서 조차도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지만 특유의 당당함을 잃지 않고 강인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이정현은 이를 외적, 내적으로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직접 나서 체중을 감량하고, 관련된 영상 자료들을 모두 살펴봤다.
이정현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36.5kg까지 체중을 감량했던 사연을 전하며 "그 때 류승완 감독님께서도 관련된 다큐를 주셨었고, 저 역시도 모든 다큐를 다 봤었어요. 인터뷰 증언 내용을 보니 실제 위안부 분들이 식사도 못하고 밥도 못 먹은, 빼빼 마른 상태로 당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을 이었다.
"실제 주, 조연 분들과 단역 분들은 10~20kg까지 체중감량을 했고, 또 감독님도 그렇게 요청하시기도 했어요. 감독님은 처음에는 제게 살을 빼는 것에 대해 주문을 안 하셨는데, 제가 그 위안부 분들의 증언 내용을 말씀드리면서 영화 속 신체검사나, 유곽 장면에서 갈비뼈가 보이면 어떻겠냐고 먼저 말씀드렸었죠. 37kg 정도가 되니까 갈비뼈가 보이긴 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함께 한 조·단역들이 더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정현은 "정말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존경스러울 정도로 열정이 넘치셨죠. 거의 다 하나가 돼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라고 다시 한 번 예전의 시간을 떠올렸다.
류승완 감독이 추천해 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많이 괴로웠다"고 얘기한 이정현은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북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였는데, 너무 담담하게 그 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슬펐어요. 그래서 감독님과도 얘기를 해서 당당하게, 무덤덤하면서도 강하게 연기하자고 했었죠"라고 덧붙였다.
2년 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이정현은 '군함도'를 통해 개인에게도 더욱 남달랐을 필모그래피의 한 줄을 더해내는 데 성공했다.
모두가 한 번씩 안 다친 곳이 없을 정도로 뜨거움이 가득했던 '군함도' 현장 속에서, 이정현 역시 다리에 화상을 입는 등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고됐을 촬영 현장에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힘든 것도 잘 몰랐고요"라며 연신 밝은 웃음을 전하던 이정현은 "흉터를 볼 때마다 뿌듯해요. 굉장히 행복한 흔적 같아서요. '군함도' 때 다친 상처들이 좋네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배우들이 완벽한 분장으로 역사 속 그 인물이 돼 있던 순간들, 모두가 현장에 녹아들었던 그 시간은 이정현에게는 '힘든 것 없이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앞으로의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군함도'가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 역시 이정현이 자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마니아 분들이 많이 보셨던 영화였기 때문에,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었다면 '군함도'는 더 많은 대중이 함께 할 수 있잖아요. 감사하고 기쁘죠.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배우에게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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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