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데뷔 18년 차 배우 유승호도 자신 없는 연기가 있다. 멜로가 감정에 녹아들기 어려운 것이 고민이다.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에 출연한 것도 슬픈 감정이 멜로 연기보다 주가 됐기 때문이다.
17년 동안 가면을 쓰고 사는 세자를 연기했다. 초반에는 왜 자신이 가면을 써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해하고, 자신의 얼굴을 본 이들이 죽임을 당하자 괴로워한다. 중반에는 대목에 의해 부모인 영빈 이씨(최지나 분)와 왕(김명수)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각성한다.
“사극을 엄청 좋아해서 또 사극에 출연한 건 아니었어요. '군주'에서 세자는 아버지가 죽은 뒤 누명을 풀기 위해 다시 왕이 되려고 해요. 모든 걸 혼자 풀어나가고 혼자 헤쳐나가는 아픔을 겪는 캐릭터죠. 시나리오도 워낙 재밌었지만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그런 슬픈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것에 조금 더 자신 있었어요.”
멜로 연기에 자신이 없지만 조금씩 도전하면서 연기 폭을 넓히고 싶단다.
“제가 멜로는 굉장히 약해요. 상대방의 눈을 보고 설레는 게 생각보다 깊이 전해지지 않거든요. 하지만 슬픈 감정을 다룰 때는 상대방의 대사를 치고 눈을 보면 굉장히 가슴 아파요.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고 더 잘할 자신이 있어요. 멜로도 해야 하긴 하는 데 자신이 없네요."
‘군주’에서 멜로가 주가 아닌데도 어려움을 느꼈는데 멜로가 주가 되면 어려워져서 작품이 망가지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 여러 가지 장르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연기를 잘 모르기도 하고요. 이것저것 느끼고 폭을 넓히면서 여러 가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실제의 연애 경험이 멜로 연기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과거 모태솔로라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애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연애는 몇 번 해봤어요. 25살인데 이때까지 연애를 안 해봤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말인 것 같아요. 사실 제 멜로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조금은 있어요. 내 여자친구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뭐든지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스스로 마음에 안 들어요. 보는 사람조차도 설레고 이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대충하는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했죠.”
유승호는 2014년 12월 제대한 뒤 드라마 ‘상상고양이’, ‘리멤버’ 영화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 등 쉬지 않고 연기에 임했다. ‘군주’까지 사극만 세 편에 출연했다.
“앞서 했던 두 사극이 잘되지 않아 자신감이 없긴 했어요. 하지만 ‘군주’가 슬픈 감정을 다루는 비중이 커서 조금 더 자신 있게 세자를 그리지 않을까 했어요. 멍청하기도 하고 의미가 없던 선택이긴 했는데 다행히도 결과가 많이 좋았어요.
다음에는 용기를 내서 다른 장르도 도전해볼까 해요. 무조건 현대극을 하고 싶어요. 약속이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몇 년간은 자체적으로 금지하려고요. 지금까지 선한 역을 많이 해서 악한 역할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듯해요. 악한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아직 인생 캐릭터로 꼽을 만한 캐릭터는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아직 인생 캐릭터로 표현할 만한 건 없어요. 그래도 이번 ‘군주’는 유승호라는 사람을 한 번 더 확인하게 해줬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나조차 연기하면서 불안하다고 느꼈고 덜 완성됐다고 느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유승호라는 배우는 이렇습니다’라고 조금은 보여준 것 같아요.” (인터뷰④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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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