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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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의 딜레마...

기사입력 2005.02.20 22:11 / 기사수정 2005.02.20 22:11

김성열 기자
 

농구에 있어서 인사이드 확보는 팀 전력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만화 ‘슬램덩크’에서도 보았듯이 골밑를 지배하는 자가 게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우승팀에는 확실한 인사이더가 존재하고 그들은 수비가 되었든 공격이 되었든 상대방 인사이더를 확실히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하다면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오리온스는 이와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승현 영입 이후 빠른 농구와 3점슛 가드와 포워드의 픽앤롤 같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만들면서 챔프자리에 올라섰다. 그 이후에도 강력한 챔프후보로 거론되면서 강력한 왕조를 건설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도 역시 힉스, 레이저를 잇는 존슨을 영입하면서 김승현과 호흡을 맞춰 다시 한번 챔프를 향한 걸음을 시작 했다. 그러나 시즌의 막바지로 접어든 지금의 오리온스는 무엇인가 빠져있다. 바로 골밑을 책임져줄 인사이더 말이다.


3점슛을 위한 인사이드


과거 다양한 공격 옵션, 특히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들던 양방향 아니 다중방향 3점슛을 쏘아 올리는 오리온스의 농구 스타일은 리그 전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김승현-힉스, 전희철-김병철 콤비들은 서로에게 스크린과 일대일 통한 오픈 찬스를 제공했다. 기회가 나면 쏘아 올렸고 그러면서 다시 인사이드 공격과 속공. 다시 3점슛. 이렇게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어떤 팀도 오리온스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이 3점슛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리바운더 패리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게임 중 골밑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아는 선수였다. 대부분 용병선수들은 자신의 개인기와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내외각 공격을 병행하려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런 것이 팀 스타일에 얼마나 맞느냐가 중요한데 패리맨은 팀이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펼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시즌 오리온스는 더 극명한 3점 농구를 보여주었다. 인사이더를 책임져줄 레이저 선수가 라운드를 진행할수록 3점슛까지 도맡으면서 주전 5명 모두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상대방은 오리온스의 3점만을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재치있는 김승현은 골밑까지 종횡무진 누비면서 속공과 3점슛 모두를 활용해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챔프를 바라기에는 2% 부족함이 있었다. 바로 골밑이었다. 레이저 선수가 내외각을 넘나드는 플레이와 성실한 속공 가담, 김승현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으나 혼자 모든 것을 소화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인사이드 보완 실패와 함께 대두된 여러 문제점들


이번 시즌에는 인사이더를 보완하기 위해 올라운더 존슨과 골밑의 잭슨을 영입하면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김승현-존슨 콤비는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었고 잭슨 역시 인사이더역활을 잘 소화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지나갈수록 잭슨의 인사이더는 한계점을 드러냈고 이제는 너무 많이 노출된 오리온스의 3점슛 공격 스타일 때문에 더 이상 해법이 되지는 못했다. 더구나 부상으로 인한 잭슨의 교체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그리고 박지현의 공백으로 인해 팀은 커다란 손실을 입는다. 김승현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색다른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그의 상무 입대는 김승현에게 체력적인 부담감까지 가중시켰다. 여기에 김승현에게 유달리 강한 신기성, 양동근 등까지 그를 괴롭히면서 게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3점슛터로 자리 매김했던 박재일, 이정래 선수 마저도 홀로 슛을 이끌지 못했고 김병철 역시 한계를 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 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김승현-존슨 콤비마저도 존슨의 부상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다만 가능성 있어 보이는 루키 백인선의 성장이 남아있지만 당장은 힘들 듯 보인다.


인사이드가 살아나야 오리온스가 살아난다


시즌 종반 매게임이 중요한 지금 오리온스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팬들이 환호하는 오리온스의 농구 색깔은 한계를 보이고 있고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무기를 살리지 못하면서 의욕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플레이오프라는 단기간에 슛감이 절정으로 살아난다면 모르겠지만 무작정 3점슛만 의지하기에는 지금이나 앞으로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오리온스의 농구는 활기찬 게 특징이었다. 누구하나 뒤처지지 않는 빠른 농구와 전천후 3점슛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다시 살아난다해도 강력한 인사이더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점점 어려워질 뿐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할 수 있는 오리온스의 농구를 기대해본다.

< by TheAnswer>



김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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