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사이즈파괴

임지환 기자

농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미스매치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공격자의 공격성공률을 올리기 위해 신체적인 차이를 이용하는 전술을 미스매치라고 하는데 특히나 바스켓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에게는 미스매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언급해도 지나침이 없다.

농구의 공격 전술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효율적인 공격루트 형성이다. 즉 다시말해 공격에 성공률을 높이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공격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간단한 답이 몇 가지 존재한다.(다른 방법도 물론 있다)

일단 최대한 노마크 찬스를 만든다. 기왕 같은 노마크라면 외곽슛보다 골밑슛이 더 쉽다. 속공을 전개하면 슛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패스를 이용하면 유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유기적 플레이를 통해 공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에 있는 것 중 부합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좋겠으나 게임을 하는 동안 완벽히 부합될 수가 없다. 수비수가 수비를 하지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격수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위와 같은 기회를 만들어 내야한다.

게임내내 100%의 노마크 찬스가 자주 난다면 게임을 풀어가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공격자는 최대한 노마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술이다. 그렇지만 농구에는 노마크 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스매치이다.

고등학생과 유치원생이 똑같이 리바운드 경쟁을 벌인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고등학생의 우위를 점칠 수 있다. 이러한 우위에 기본틀이 맞춰진 것이 미스매치이다. 장신의 가드를 기용해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는 것. 그것이 바로 미스매치의 기본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NBA에도 수많은 예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면 매직 존슨과 앤퍼니 하더웨이가 되겠다.

특히나 매직 존슨의 장신메리트는 각종 잇점으로 보여진다. 특유의 패스감각과 코트비젼이 뛰어난 매직 존슨은 상대보다 우위에선 사이즈로 그 패스감각과 코트비젼이 더욱 빛난다. 우위에선 사이즈를 통해 손쉽게 포스트로 진입하고 포스트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매직존슨의 최대 강점이라고 하겠다.

하더웨이의 경우에도 스피드나 민첩성에서는 작은 선수들을 따라갈 정도의 능력이지만 사이즈에서는 다른 포인트가드를 능가하며, 또한 사이즈의 메리트에서오는 효율적 패싱능력은 그의 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물론 현재 NBA를 보아도 비슷한 선수가 존재한다. 전성기 매직이나 하더웨이의 실력만큼은 아니지만 사이즈의 메리트를 통해 포지션의 사이즈 파괴를 직접 보여주는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사이즈의 파괴가 꼭 장신화로 귀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이야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이 바로 아마레이다. 그의 포지션의 사이즈 파괴는 가장 두드러진다. 골밑이라는 곳에서의 사이즈의 메리트는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신의 포워드가 가지는 메리트 역시 뛰어나기에 그는 치열한 골밑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특히나 팀 오펜스의 중점이 속공이기에 그가 가진 메리트를 더욱 빛낼 수 있었다. 속공이 시작되고 포워드 모두 속공에 가담한다면 속공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사이즈가 큰 인사이더들은 아무래도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스몰 사이즈 포워드가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위치 선정과 투지로 어느 정도 기본적인 리바운드능력을 갖춘다면 속공을 해낼 수 있는 언더사이즈 포워드들이야말로 오펜스에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설에는 장신의 포워드를 수비해 낼수 있는 수비센스가 기본이 된다. 수비가 안되는 포워드를 넣을 바에야 득점력 좋은 가드 3명을 배치해 외곽 의존도를 높이는 편이 낫다. 1:1의 상황에서 슛팅을 하려면 단신의 공격수가 가지는 약점은 더 없이 안좋다. 그렇지만 5on5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코트라는 넓은 코트를 쓰면서 패스를 통해 노마크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볼때 단신의 공격수가 메리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언더사이즈의 파워포워드가 유행하는 것 또한 이러한 것에 기인한다. 실상 감각좋고 센스좋은 센터를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미국내의 선수는 물론 유럽에 아시아까지 선수를 수급해야 하는게 지금의 NBA 센터실정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샐러리 부담없이 제대로 된 센터를 구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각 팀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언더 사이즈의 포워드를 포스트에 기용하는 것이다. 사이즈에서 오는 약점을 인정하고 언더 사이즈가 가지는 메리트를 극대화 시킨다는 생각인데 이 방법은 정말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물론 사이즈가 작은 인사이더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지만, 지금의 NBA 언더 사이즈 포워드들의 실력은 이미 B급이상으로 올라섰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수급에도 문제없을테고 샐러리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언더 사이즈 인사이더의 약점은 정통 센터들에 의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나는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나 샤크와 야오밍의 득세는 이와같은 현상을 반증해 준다.

그렇다면 사이즈의 파괴가 이대로 과연 좋은 현상인가? 지금의 NBA를 두고볼 때 어쩌면 좋은 현상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좋은 현상으로 불릴 수 있는것은 앞으로 NBA에 진출할 선수들의 고정관념을 깨는데에 있다. 자신의 사이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특기를 유감없이 개발해 낼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된다면 더욱 새로운 NBA와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하드워커의 희소성이 강조될 듯하다. 즉 자신이 가진 무기를 극대화시킨 선수라면 아무래도 수비적인 측면에서 소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이 분명히 상대에게 통할만한 무기를 가졌기에 수비에 대한 무게를 그다지 크게 두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개개인이 가진 스타성에 기인한다.

자신의 팀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는 각 구단주와 감독의 몫이다. 사이즈의 파괴를 통한 각 개인의 공격력 극대화를 이루느냐, 수비에 치중하며 사이즈를 잘 고려하느냐의 기로일 것이다.

공격력의 극대화를 이루고 수비에도 치중한다면 두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하위권팀에도 그게 가능할까? 우승전력이라는 팀에서나 가능할 이야기일 것이다.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려면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아무래도 도박성이 짙은 전자보다는 후자쪽으로 많은 이들의 생각이 기울 것이다. 화끈한 공격보다는 끈끈한 수비가 더욱 승리를 이뤄내기 쉽기 때문이다. 1년전만 해도 후자의 선택은 희박한 도박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피닉스 시애틀의 약진을 보면 충분히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임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