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9월 9일, 서부콘퍼런스 LA 레이커스의 가드 코비 브라이언트(만 30세)가 손가락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월 19일 손가락 인대가 파열된 브라이언트는 치료를 미루고 지난 잔여시즌과 올림픽을 뛰었다.
브라이언트가 발표 당일 수술을 받았다면 예상회복기간은 84일이었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된다는 가정하에 10월 29일 시즌 개막 후 브라이언트가 완치되는 12월 1일 이전까지 레이커스는 정규시즌 14경기를 소화하는데 이는 전체의 17%다.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없는 레이커스의 전력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시즌 통계를 바탕으로 브라이언트가 빠진 레이커스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1. 브라이언트 없이도 상당한 전력
지난 시즌 레이커스에서 정규리그 10%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브라이언트를 제외하면 위와 같다. 최근 2년간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한 센터 크리스 밈은 2005/06시즌 기록을 반영했다.
지난 2월 12일 수술을 받은 밈은 3월 28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홈경기를 통해 복귀한 이후 정규리그 4경기와 플레이오프 1경기를 소화했으며 이번 시즌에는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브라이언트가 없는 레이커스 주요 10명의 팀공헌지수 평균은 1.1이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와 함께 동·서부 콘퍼런스에서 정규리그 4강을 형성한 3팀의 10% 이상 소화선수의 팀공헌지수 평균은 다음과 같다.
동부 2강 셀틱스·피스턴스보단 못하지만, 레이커스에 이어 서부 2위에 오른 호니츠보단 나은 수치다. 팀공헌지수에는 개인능력을 가늠하는 선수효율성지수 뿐 아니라 조직력과 연관된 출전·휴식 득실차가 포함된다. 따라서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 없이도 상당한 전력을 보유했음을 알 수 있다.
2. 낙관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브라이언트 빠진 레이커스가 마냥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지난 시즌 4강 중 호니츠는 상대적으로 개인능력보다는 지도자의 비중이 큰 팀이었다. 레이커스 필 잭슨 감독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보다는 유능한 선수의 실력발휘를 최대한 도와주는 유형이다. 따라서 브라이언트 없이 통계상 셀틱스·피스턴스에 열세인 레이커스의 성적을 대등·우세로 이끌 가능성은 적다.
선수 구성을 위치별로 따져보면 비관론은 더 힘을 받는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는 슈팅가드 위치 외에는 상대 활약을 평균 이하로 누르지 못했다. 부야치치는 단독으로도 좋은 활약을 했지만, 브라이언트가 빠지면 슈팅가드 요원은 혼자뿐이다. 부야치치가 경기시간 50% 이상을 소화하면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적도 없다.
레이커스는 결코 좋은 수비팀이 아녔고 상대보다 우위에 있는 위치도 슈팅가드·센터 뿐이었다. 물론 라드마노비치·월턴·아리자는 지난 시즌 자신의 최고치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이번 시즌 향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최악을 가정해야 하는 예상에서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이다.
3. 총평
브라이언트가 없어도 레이커스가 최소 리그 16강 수준의 팀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4경기라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기대할법하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서부우승과 플레이오프 2위의 호성적에도 부분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팀은 아녔다.
브라이언트는 레이커스 최고의 공격수이자 수비수이다. 주전 슈팅가드인 그가 있기에 지난 시즌 부야치치 외에 슈팅가드 교체요원이 사실상 없음에도 순항할 수 있었고 센터와 함께 우세 위치인 슈팅가드의 역량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최선은 브라이언트의 성공적인 수술·재활과 레이커스의 14경기 승률 60% 이상의 결합이다. 그러나 어느덧 NBA에서 12년을 뛴 브라이언트가 지난 2월부터 미룬 수술을 받은 후 예상대로 회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준우승의 아쉬움을 설욕하고자 하는 브라이언트에게 복귀 지연과 팀 성적 부진이라는 최악은 생각하기조차 싫었을 것이다.
물론 브라이언트는 수술 재연기의 대가를 조만간 치러야 한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수술을 한다면 회복기간은 84일보다 더 길 것이 확실하고 까다로운 부위이기에 완치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성치않은 손으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2위와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 브라이언트가 언제까지 정신으로 육체이상을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강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