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04 08:48 / 기사수정 2008.09.04 08:48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롯데의 기록행진을 저지한 슈퍼소닉의 센스'
결국은 봉중근의 6.2이닝 1실점 역투와 박경수와 박용택의 적시타로 인해 3-2의 짜릿한 1점차 승부로 롯데의 팀 최다 연승행진의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경기의 숨겨진 주역은 따로 있었다. 바로 '슈퍼소닉' 이대형이다.
이대형은 투수전으로 전개되던 3회초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익수 앞 안타로 출루한 후, 노련한 송승준의 견제구에 그만 '비명횡사'되고 말았다.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도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대형이었기에 상대 배터리와 내야수비를 좀 더 교란시켜 흔들었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오히려 상대팀에 힘을 불어 넣어 주고야 말았다.
그러나 이대형의 진가는 경기 후반에 여실히 나타났다.
7회초 LG 타선을 잠재우던 송승준이 마운드에 물러나자마자 롯데의 3루수 이원석의 실책과 주루방해로 인해 선취점을 취득한 LG. 이어진 무사 1,3루 상황에서 이대형과 박용택 등의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나온 강영식을 상대로 이대형은 착실하게 3루 쪽으로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1점 더 달아나게 되었다. 이는 박용택의 좌중간 2루타로 이어져 3-0으로 크게 앞서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대형은 이날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더 빛이 났고 결국 결정적인 수비 2개가 롯데의 연승 행진을 '스톱' 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7회초 3득점에 성공한 LG는 7회말 곧바로 위기를 맞게 된다. 선두타자 강민호가 좌중간 깊숙이 타구를 날렸다. 누가 봐도 2루타성 타구. 강민호가 걸음이 그리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충분히 2루까지 여유있게 안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곳엔 다름 아닌 이대형이 있었다. 도루 1위에 100미터를 11초에 주파하는 그는 득달같이 타구를 쫓아가 2루타를 단타로 둔갑시켰다. 강민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후속타자 손광민의 잘 맞은 타구를 봉중근이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바로 잡아내며 더블 아웃이 되었다. 그 후에 이원석이 볼넷과 전준우의 좌중간 2루타가 나온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수비 하나가 결국 대량실점을 막은 셈이었다.
LG도 역시 호투하던 봉중근이 내려가자 곧바로 위기를 맞이했다. 8회말 이재영이 전혀 제구가 되지 않으며 연속 볼넷을 허용하여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고, 타석엔 이대호가 들어섰다. 이대호는 중전 안타를 쳐내며 이름값을 해냈다.
이대호의 안타에 2루 주자는 홈에 들어왔고, 타구를 잡은 이대형은 홈 승부를 취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내 곧바로 3루 쪽으로 질주하는 1루 주자 조성환을 3루에서 멋지게 잡아냈다. 애초에 이대형은 이미 앞서고 있기에 홈 주자를 잡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후속주자를 잡아내어 동점과 역전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대형의 영리한 플레이에 안타를 치고 나간 이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형은 조성환을 3루에서 잡아내고 왼손을 들어 왼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했다.
경기결과는 3-2, 1점 차이로 LG가 승리했다. 이대형이 7회에 침착하게 성공시킨 스퀴즈 번트와 결정적일 때 상대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한 멋진 호수비 2개가 결국은 팀의 승리에 직결되었다.
팀은 이미 시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슈퍼소닉' 이대형. 오히려 이대형에겐 부담이 없는 남은 시즌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부담없이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형이 3일의 경기에서 선보였던 그러한 센스있는 플레이와 도루왕 2연패 달성을 위한 힘찬 발걸음은 절망감에 빠져 있는 LG의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거리가 되고 소소한 기쁨이 된다. 남은 경기에서 이대형이 어떠한 플레이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 이대형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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